[스페셜인터뷰] 지산스님, “낙태 합법화 논란, 탄력적 정책 필요”
[스페셜인터뷰] 지산스님, “낙태 합법화 논란, 탄력적 정책 필요”
  • 김주현 기자
  • 승인 2017.11.0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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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가 천도제의 효시, 경제적 취약층 위해 무료로 시행
▲지산스님 (사진=김주현 기자)

[일요주간=김주현 기자]불교에서는 한번 사람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일곱 번의 윤회전생을 한 후에야 겨우 인간의 몸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잘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우리나라 요즘 젊은 남녀들은 쉽게 사랑을 나누고, 이로 인해 생기는 아이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결혼한 부부들도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쉽게 낙태를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전 한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성인 남녀 6,744명을 대상으로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83.7%가 불법 낙태 시술의 비일비재함을 인정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벽운사’ 지산스님은 지난 1995년 낙태·유산으로 인한 태아영가 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미할 때 원혼 맺힌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는 위령재를 시작했다.

당시 젊은 청춘남녀가 지산스님을 찾아와 양가 반대가 너무 심해 혼전 임신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며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렸다.

스님은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린 생명을 함부로 하며 그로 인한 죄책감과 괴로움에 고통스러워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산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다시는 살생의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계도적 차원에서 무료 영가천도재를 시작했다.

지산스님은 “불교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생명중시”라며 “어머니 뱃속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할 때부터 한 생명체로 봐야하나 그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오늘날 고령화로 인해 나이든 인구가 많고 젊은이들이 작아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현재 60대 분들은 ‘둘만 나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통해 정부가 낙태를 지원했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입태 된 생명을 버리는 행위는 살생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령제를 통해 낙태를 막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산스님은 “가임기여성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시작했으나 막상 해보니 60대 사람들이 지난날에 대해 회한을 틀어놓기 위해 참가했다”며 “피임을 하거나 생겨난 애들을 낙태하거나 하는 일들이 없애야지만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천도재’라고 하면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산스님은 무료로 영가천도재를 지내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산스님은 “한 세상 살다간 어른 영가들은 살아보기라도 해서 한이 없지만 아기들은 아주 강력한 집착을 보여 천도재가 한 번에 좋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차례에 걸쳐 위령재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몇 차례나 하는 많은 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렵고, 비용 문제로 하다가 못하게 되면 그로 인해 서운하게 생각하는 아기 영가들을 두 번 죽이게 된다고 생각이 들어 특단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지산스님은 “경제력이 취약한 10~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한번에 20~30만원하는 천도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마음이 있어도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빈곤 노인층에게도 기회를 부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업장소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데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완전 무료는 아니다. 아주 작은 정성이나마 아기 용품을 가지고 오도록 권유한다”며 “이는 그 물품을 넓게 나누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영가천도재 참가자들은 ‘하늘나라편지’를 직접 써서 낙태 유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언타까운 사연들을 아기들에게 보낸다. 지산스님은 이 편지들을 모아 수기전을 열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연들이 읽혀질 때 온 법당은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지산스님은 오는 11월11일 영가천도재를 연다.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경까지 올해 1차 영가천도재를 연 이후 약 5개월 만에 2차 영가천도재를 열게 됐다.

지산스님은 “낙태유산을 경험한 사람은 관심이 없어도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면서 “낙태유산 자체가 얼마나 생명을 경시했거나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깨우치면 세월이 지나도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머뭇거리는 순간에 결정해라. 위령재를 일곱 번 하는데 한번만이라고 참석하게 되면 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가치를 크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를 청원한 시민들이 한 달 만에 23만명을 넘어서면서 ‘낙태 합법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청원 참여자가 30일간 20만명이 넘으면 장관이나 수석급이 공식 답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혼 임신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은 사회적 냉대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혼 여성도 아이를 낳아 기를 만한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면 낙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낙태로 사라지는 생명의 절반만 구해도 연간 50만명의 출생아수를 유지할 수 있다. 낙태죄 폐지 논란을 떠나 비혼 출산과 신생아 양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한 때다.

이에 대해 지산스님은 “낙태죄 폐지냐 유지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극단적인 폐지나 유지 보다는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일방적으로 폐지가 된다면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존중 인식의 유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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