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2 21:04 (수)
한국GM은 왜 위기를 맞았나...국영기업 GM본사의 속셈은?
한국GM은 왜 위기를 맞았나...국영기업 GM본사의 속셈은?
  • 조희경 기자
  • 승인 2018.03.08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M본사, 미 본토로 나가는 수출의존도 높이고 국내공장 가동 담보로 수조원대 이익 챙겨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GM문제해결을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군산공장 폐쇄철회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newsis)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GM문제해결을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군산공장 폐쇄철회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newsis)

[일요주간=조희경 기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미국 GM본사는 5년 전인 2013년 부터 쉐보레 유럽법인에 대해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으며 지난 2015년 마무리됐다.

이때부터 한국GM의 철수설은 국내에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GM은 쉐보레의 유럽철수로 철수 비용 6억2100만달러(원 달러 기준 약 6644억원)를 손실 처리로 모두 떠안아야했다. 이와 같은 손실 처리 부담을 떠안은 것에 대해 GM본사는 유럽현지 판매 법인에 대한 위약금과 임직원들의 위로금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국GM의 경영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쉐보레의 유럽수출길이 완전히 막히며 미국 본토에서 할당 되는 생산물량 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쉐보레의 철수로 GM본사는 브랜드 전략을 달리했고, 한국GM은 GM본사가 배정하는 생산물량이 적어짐에 따라 경영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아 작금의 ‘GM사태’를 낳게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한 이후 북미로 나가는 내수 판매량에 따라 한국GM에서 생산하는 물량 대수도 현저히 줄어든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군산공장의 경우 유럽으로 나가는 쿠르즈(단종)와 올란도(단종)의 수출길이 막히며 공장폐쇄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은 공장가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GM본사가 안고 있던 원가절감의 부담을 끌어안으면서까지 손실을 떠안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GM에서 수출하는 물량 대부분을 GM본사 관계사들이 구매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 문제는 GM본사가 한국GM으로부터 싼 값에 차를 수입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의 ‘이전가격’(관련기업 사이에 원재료ㆍ제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으로, 다국적 기업이 국가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한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경우 문제 발생) 논란이다.

한국GM은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한 후부터 총매출액 대비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 ‘매출원가율’을 높여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크루즈(단종)와 올란도(단종)가 완전히 철수한 2015년 이후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3.1%(2016년 기준)나 높아졌다. 반면 GM 본사의 매출원가율 7%낮은 86.1%다.

정상적이지 않은 가격에 차를 생산한 결과로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약 2조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와 같은 손실의 부담이 커진 원인에 대해 GM본사가 한국으로 보내는 자동차 부품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이전가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공장이 미국 본사로 부터 자동차부품을 비싸게 사와 반조립 상태로 생산하게 되면 이를 다시 GM 관계사들이 싼 값에 차를 사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빨대 꼽듯 GM본사는 국내 생산 분의 이익을 모두 빨아먹는 구조라는 것.

GM 유럽시장 철수 이후 한국GM 수출길 막혀 고전

쉐보레가 유럽시장에 철수한 이후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GM의 본토인 북미에 의존해왔다.

이런 이유로 올란도(단종)와 크루즈(단종)를 생산하던 군산공장의 경우 북미로 나가는 수출 물량이 없기 때문에 공장 완전폐쇄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유럽에서 쉐보레의 철수 발표가 있던 해인 2013년만 해도 한국GM의 수출 비중은 85.7%를 차지했다.

하지만 쉐보레가 유럽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2016년 한국GM의 수출 비중은 2013년과 비교 13.8% 낮아지며 전체 매출에서 71.9%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미국 본토로 나가는 수출전환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수출 비중이 2자리 수 낮아진 것.

하지만 여전히 한국GM은 매출액 대비 북미로 나가는 수출비중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GM본사에서 배정되는 생산 분량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이는 GM이 국내 노동자들의 생계를 담보로 산업은행과 우리 정부를 좌지우지하는 압박카드로 이용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GM이 고의적으로 쉐보레의 유럽 자동차 판매시장 수출활로를 막은 후 미국 본토 수출시장에 의존하지 않으면 한국 내 공장생산 가동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

한국GM은 R&D지원 명목으로 매년 6000억원이 넘는 연구비와 경상개발비를 GM본사에 보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의 순손실액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이 기간 GM본사는 한국GM으로부터 매년 6000억원이 넘는 '연구비 및 경상개발비(R&D)'를 받아 4년 동안  총 1조80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일각에서는 GM본사가 3년간 받아간 1조80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은 매출원가에 반영되며 매출원가율이 93%로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회계 상, 어느 쪽에 기입했더라도 한국GM이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 발생 상황에서 GM본사가 받아간 1조8000억원 규모의 누적된 R&D비용 지출은 회사와 주주, 채권단,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GM본사는 수조원의 원화를 한국GM이 차입하게끔 해 환 헷지 이자 5%대의 높은 고리대금이자를 받아갔다. 이는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산업은행에게 우선주 발행을 담보로 상환하기로 한 채무지원으로 진 부채다.

또한 한국GM은 해마다 천억원에 육박하는 로열티와 기술자문료 등을 GM본사에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산업은행은 GM본사의 눈치를 살피며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했다.

말이 실사지, 한국GM과의 논의 하에 실사 범위를 정한 후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해소하는 정도였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로 지분 17%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로서의 권리행사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GM, 한국GM 철수 카드로 한미 FTA체결 재협상 압박?

GM이 5월 군산공장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던 다음 날인 지난 달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때마침 "군산공장을 디트로이트로 옮겨 오겠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여야 상·하원 의원들과의 무역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내가 결정했다"며 "이는 한국에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데 있어 매우 공격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우리는 한국과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며 "공정한 협정을 바꾸기 위한 재협상하거나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가 한국과 재협상을 하기도 전에 GM은 벌써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다수의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실언을 늘어 놓는 것처럼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GM의 최대주주가 미국정부(재무부)임을 모르는 기자들의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기사들이다.

어쩌면 트럼프의 말처럼 군산공장 철폐는 미국 정부가 GM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결정된 일일 수 있다.

때문에 이달 8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정부가 GM사태로 우리 정부를 압박해 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미국 정부는 한국GM 철수로 직장을 잃게 될 3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국가 경제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수출활로를 무기로 삼아 반강제로 한·미 FTA를 재협상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띠라서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GM 사태는 산업은행이 가진 주주권리 행사만으로 미국 정부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버겁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알던 과거의 GM은 파산보호 신청으로 법인이 사라진 상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GM은 미국 정부가 지분 60%를 보유한 뉴GM이다.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거란 설은 유럽시장 길이 막히기 이전인 2010년 이전부터 예고돼 왔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GM본사는 101년만인 지난 2009년 6월1일에 뉴욕파산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우리가 알던 GM은 미국 파산법원 주도 하에 독자적인 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서며 '국영기업'으로 탈바꿈했다.

GM본사의 파산보호신청으로 820억달러의 엄청난 자산이 새 법인으로 모두 이전됐다.

이렇개 해서 뉴GM(굿 GM)이 새롭게 탄생했다. 미국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어렵게 회생한 뉴GM은 미연방정부가 지분 60%를 보유하며 국영기업으로 변했다. 자국정부 지원이 끊긴 글로벌 자회사에 대해서는 여차하면 기지 청산으로 응징했다.

뉴GM의 지분 12.5%를 보유한 캐나다 정부의 경우 2013년 GM의 파산보호 구조요청으로 90억달러를 지원했지만 2016년에도 GM은 캐나다 오샤와 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금을 요구했었다. 호주 GM홀덴 공장의 경우 호주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자 지난해 폐쇄됐다. 지금의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수순의 전철을 밟았다. 다만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 우리와는 다르게 단계적으로 공장폐쇄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2014년 미국 정부는 높은 인건비 탓에 호주에 있는 GM홀덴 공장을 철수하고, 관세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한국과 호주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요구했다.

국내에서 호주로 수출하는 '관세 5% 철폐'로 GM의 가격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어서였다. GM의 호주 홀덴 공장폐쇄는 현지 인건비가 높은 탓에 생산마진이 남지 않는 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미 도요타와 포드 등 여러 해외자동차제조법인들이 호주 현지공장 문을 닫고 나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GM은 '홀덴'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호주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호주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받아들이지 않자 우리 정부에게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부담을 털어내라고 요구했다.

당시만 해도 GM은 한국과 호주간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요구하며 “호주 공장 폐쇄로 한국 공장의 대 호주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4년 당시 GM의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맡았던 스테판 자코비 사장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한 말이다.

더불어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한국GM의 구조조정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나서 "한국 시장에 계속 전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GM의 태도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GM의 공장폐쇄에 대응할 묘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일자리 정부를 중점 정책으로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GM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실업대란의 위기 앞에서 GM이 펼쳐 놓은 테이블에 앉아 자금 지원 고사는 커녕 한·미 FTA 재협상 타결을 놓고 트럼프 정부와 흥정을 할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섹션별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