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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은 왜, 수사권개혁을 거부하는가?
[칼럼] 검찰은 왜, 수사권개혁을 거부하는가?
  • 한국시사주간신문협회 도승희 회장
  • 승인 2018.03.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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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사주간신문협회 도승희 회장
▲ 한국시사주간신문협회 도승희 회장

[일요주간 = 한국시사주간신문협회 도승희 회장] 얼마 전, 국회에서 떠돌아다니는 괴문서를 얻어 볼 수 있었다.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검찰 측의 반대 주장을 담은 문서였다. 법무부 고위 관료들이 의원실마다 직접 방문해서 손수 전달했다고 한다.

국회를 떠돌던 괴문서엔 검찰의 입김이 서려 있어

공문 형식을 갖추지 않은 문서였다. 찬찬히 뜯어보니, 내용도 문제가 많아 보였다. 쓰여진 수치가 공식 통계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서가 담은 주장은, 지체 높은 법무부 고위 관료의 손때가 묻어 묵직했고, 서슬 퍼런 검찰의 입김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해당문건은 국회에 배포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유사내용이 특정 일간지의 일면 기사로 인용되었다.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나 반박조차 곁들이지 않은 이례적인 보도였다.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검찰 주장

문서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2011년에 수사권을 조정한 이후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가 거의 사라졌다. ② 경찰이 인지하였으나, 결국 불기소된 억울한 국민이 늘어나게 되었다. ③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오류가 늘어나 국민의 불편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가 부족하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은 수사권조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았던 조항 몇 개를 수정해, 법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힌 정도였으니 결국 틀린 것을 수정하여 바로잡아 준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2011년 이전이나 그 이후나, 경찰 수사권에는 어떠한 변화도 생길 수 없었다.

다음으로, 경찰의 인지수사로 인해 억울한 국민들이 증가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결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인지사건은 경찰이 마음대로 시작하거나 아무런 통제 없이 하는 수사가 아니다. 공개된 통계를 보면, 인지의 96%는 국민의 요청을 받거나, 법죄의 단서가 발견되었을 때 개시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찰이 스스로 수사에 착수한 자체탐문 사건은 전체 사건의 4%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경찰이 인지수사를 했으나 결국 불기소 했다면, 그것은 신고자인 국민의 의심을 해소해준 ‘치안 서비스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11.~’15. 평균 인지수사 비중(경찰청 범죄통계)

전체

자체 탐문

국민 신고

범죄단서 발견

현행범 검거

1,476,733

59,197

936,570

329,475

159,491

100%

4.0%

63.4%

22.3%

10.3%

검찰은 경찰 수사의 오류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법연감 등 관련통계를 보면, 경찰 수사결과가 검찰에서 뒤집힌 인원은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검찰이 유죄라고 판단해 기소했으나, 1심 법원에서 무죄라고 판명된 비중 5.8% 보다 낮은 수치이다. 경찰의 잘못된 수사가 비난받아 마땅한 것처럼, 검찰의 실패율 역시 비난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누워서 침뱉기’에 불과한 주장을 하고만 셈이다.

검찰의 자화자찬... 국민이 공감할까?

검찰이 문건에서 하고 싶은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많으니, 검찰이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이미 자유롭게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구조 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이러한 주장의 저변에는, 검찰은 경찰보다 월등하고, 훨씬 인권 친화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낯 뜨거운 검찰의 자화자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인권의 보루’라거나 ‘법관 앞의 법관’이라 칭하며, 검사가 수사지휘권이나 영장청구권을 독점해야만 국민이 보호된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얼마나 믿어줄지 의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던 검찰로부터 국민들이 당했던 인권유린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국민을 구타해 죽인 것이 참여정부 때인 2002년의 일이다. 조사받던 여성으로부터 검사가 뇌물을 받을 목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일은 2016년 12월에 발생했다. 지난 10년간 검찰조사를 받다가 모멸감을 느껴 자살한 국민이 1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여성을 성추행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마 검찰도 자신의 보고서에 담긴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주장을 그치지 않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거부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네거티브 논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검찰은 수사구조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경찰에 대한 ⌜네거티브 논쟁⌟으로 화제(話題)를 돌려 왔다.

곰이 재주 부리고 왕서방은 동전을 챙기듯이 했으며, 자신은 신발을 더럽히지 않고 친구를 시켜, 진창에 빠트린 동전을 줍게 하고서는 개수가 모자란다며, 이번에는 친구를 비난하고 몰아 부쳤다.

수사 성과에 따른 공로는 검찰의 몫이었고, 과실은 경찰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무능수사․부실수사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하고, 국민의 증오를 고조시켰다. 비난의 화살을 경찰로 돌리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공고히 지키려는 전략으로 밖에 풀이할 수 없다. 권력의 열쇠를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개혁과 관련된 검찰의 언급을 보면, 생뚱맞게 경찰을 비난하고 헐뜯는 주장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건만 봐도 그렇다. 검찰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수사구조를 조정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오직 경찰을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지닌 법률 집행의 주체로 볼 때, 검찰이 경찰을 흠집 내는 것을 국민들은 참으로 가관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은 멀고, 경찰은 가깝다. 경찰은 국민의 면전에서 퇴박도 주고 선도도 하는 길잡이 노릇을 하지만, 검찰은 국민의 뒷전에서 모든 결정권을 휘두르며 법정으로 끌고가거나 묵살하는 심판 권력으로만 비춰지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놓치지 않고, 법무행정의 우위권을 확보함으로써, 언제든 정부 권력에 아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위협적으로 대항할 수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를 국민들은 이미 가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경찰 역시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경찰의 문제를 검찰이 대신 해결해 주지도 못한다. 경찰의 잘못은 국회와 감사원 같은 감독기관에서 통제를 받으며, 경찰개혁위원회와 같은 특별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감시와 통제를 통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갈 수 있다. 또한 생활권 속에서 비판력 있는 민주 국민들을 매일 대면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정(自淨)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또한 지배적인 권력의 열쇠를 내려 놓고,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비난을 직시해야 한다. 권력의 아성 뒤에서 공작을 일삼아 온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 시대에 걸맞는 개혁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왜곡된 통계와 불합리한 주장으로 경찰에 대한 네거티브 홍보를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과 국회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검찰이 되려면 지휘권을 내려놓아야

대한민국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국민은 지혜롭고, 언론은 매서우며,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국민 10명에 9명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부 무관심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검찰개혁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방향도 확실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검찰의 공정성 확보(34.5%)와 수사‧기소의 분리(27.0%)를 개혁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리얼미터, ‘16.12.27.~29. 19세 이상 성인,표본오차 95± 2.2%)

영장청구권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문구를 삭제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20일부터 국회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영장청구권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중인데, 25일 기준 95.2%의 국민이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검찰이 꾸준하게 왜곡된 자료를 배포하고 일부 기득권이 여기에 동조하더라도, 국민은 동조하지 않고, 선명하게 수사구조개혁을 염원하고 있음이 확인되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국민의 명령... 문재인 정부의 선거공약을 지지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10개월에 접어들었다. 평가가 분분하나, 지금까지 견고한 지지율을 보면, 이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여전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수사구조개혁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해 국민이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한 것은 바로 ⌜검찰 개혁⌟인 것이다. (한국리서치, ‘17.5.12.~13. 19세 이상 성인, 표본오차 95± 3.1%)

그런데 최근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보면, 검찰에게 직접수사권을 남겨두도록 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보다 한 발 후퇴한 수준의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참사 수준이다. 개혁안이라 평가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 중론일 정도다. 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이 개혁에 실패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다가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그리고 이 선거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동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민의를 살피고, 국민이 바라는 개혁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의 선명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어슬픈 절충이나 타협은 결코 올바른 개혁이 될 수 없다. 정당하게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회의 논의를 촉발시켜야 한다.

검찰은 더 이상 얕은 수로 국민과 국회를 호도하는 전략으로 일관하지 말고, 부디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여,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개혁 논의에 임하고, 바람직한 개혁이 완수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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