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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뻔뻔함이 분노를 키웠다
[기자수첩]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뻔뻔함이 분노를 키웠다
  • 엄지영 기자
  • 승인 2018.03.1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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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영 기자
엄지영 기자

[일요주간=엄지영 기자] “다들 깊이 반성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겠다고 약속했으니 지금 한 약속을 잘 지키고 ‘나 죽었소’하고 평생 엎드려 있으라.”

 ‘#Me Too(미투)’ 운동이 끝을 모르고 그 기운이 거세지고 있다. 이제는 '아닌' 사람을 찾는게 더 빠를 정도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특히 연예계 미투운동은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고 있다. 대부분이 브라운관을 통해 익숙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들의 '뻔뻔한' 대처가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시작은 연출가 이윤택의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피해자의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윤택의 성폭행으로 임신을 했고 낙태까지 했다"고 추가 폭로를 하면서 그의 말은 거짓이됐다.

배우 故조민기 또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명백한 루머", "음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들의 생생한 폭로가 이어지자 의혹이 불거진 일주일 만에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천만요정' 오달수 역시 처음 피해자가 익명으로 그에 대한 폭로를 했을 당시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연극배우 엄지영씨가 JTBC '뉴스룸'에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성추행 피해를 구체적으로 폭로하자 그제서야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부인했다. 그는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애매한 사과를 해 네티즌들의 화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도 여배우들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이를 거절할시 성폭행까지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 그는 PD수첩에 "영화감독 지위로 개인적인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면서 "동의 없이 행위를 한 적은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서로의 동의 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PD수첩에 함께 등장한 배우 조재현 또한 제작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에 돌았던 이야기는 80%가 잘못됐다. 어떤 것은 축소된 것도 있다. 피해자가 축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조사 들어가면 말씀드리겠다.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왜곡된 게 많다"고 애매하게 답하며 사실에 대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이들의 초기대응 법칙을 보면 '모르쇠'로 일관, '일단 부정하고 보자' 식이다. 그러나 이들의 부정은 사실들이 낱낱히 밝혀지며 우스워지게됐다.

물론 빠르게 시인하고 사과를 했다고 해서 그들의 죄질이 나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인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잘못없는 엄한 사람을 몰아가는 것처럼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것은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폭로를 결정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러한 반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배우 이순재는 미투 운동에 얽힌 배우들에게 말했다. “다들 깊이 반성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겠다고 약속했으니 지금 한 약속을 잘 지키고 ‘나 죽었소’하고 평생 엎드려 있으라.”

미투운동 가해자들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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