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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시인의 명시 읽기-2] 김응교 「밥 딜런이 밥 달라고」
[김용락 시인의 명시 읽기-2] 김응교 「밥 딜런이 밥 달라고」
  • 김용락 시인 · 문학박사
  • 승인 2018.04.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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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스물이 넘었을 때 밥 딜런 노래 듣는데 밥 먹을 때 마다 밥 달라는 투정으로 들렸어 며칠 후 낙원 상가에 가서 하모니카를 샀어 밥 딜런 흉내내며 기타 쳤어 쭝덜거리는 그게 노래래 전쟁이 싫다며 울면서도 울지 않는 당당한 기도 오늘 밥 먹는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대 한대수 · 김민기 · 비틀즈 · 레오나르도 코헨도 노벨문학상을 밥풀쯤으로 여길 고수들이지 한반도에 태어났다면 밥 딜런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텐데 칠순의 밥 딜런이나 오십 대의 나나 여전히 스무 살, 거리의 예언자 밥 딜런이랑 꽉 막힌 하늘문 발로 꽝꽝 찰 거야 밥 달란 말이야

                                                            -김응교 「밥 딜런이 밥 달라고」 전문

김응교 시인(1962~ 숙명여대 교수)이 두 번째 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천년의 시작, 2018)을 펴냈다. 1987년 <분단시대> 동인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한 것으로 보면 시집으로서는 과작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시집 외에 학술서, 번역서, 에세이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 오는 학자 시인이다. 근래 그가 펴낸 주목할 만한 책은 윤동주 시인의 시해설 평전인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이다.

문단이나 학계에서는 윤동주 전문가로 알려진 이 시인은 자신이 곡을 쓰고 노랫말을 짓기도 하고, 윤동주 시에 곡을 붙여 기타를 들고 거리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말 그대로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위에 인용한 시는 미국 출신의 음유 시인이라고 불리는 반전 평화주의 포크 록 가수 밥 딜런(1941~ )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 ‘밥 딜런’과 ‘밥 달라’는 우리 말 소리의 유사성에 시적 발상을 떠올린 시이다. 시 창작방법론에서는 이것을 펀(pun)이라고 해서 말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는 반전 평화에 대한 시이다. 윤동주 시인을 평화의 시인이라고 주장하는 김응교 시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반전평화주의자로 유명한 밥 딜런을 시의 중심 소재로 삼고, 한국의 김민기나 한대수 같은 가수도 다 이 범주에 드는 가수라는 점에서 함께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언어에 대한 재미와 반전 평화에 대한 메시지 둘 다 얻을 수 있다.

해설 : 김용락(1959~ )

시인 · 문학박사. 1984년 창비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산수유나무』 외 다수

평론집 『문학과 정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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