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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식과 경험’ 내면의 풍요로운 삶 ‘직결’
[특별기고] ‘지식과 경험’ 내면의 풍요로운 삶 ‘직결’
  • 권선복 행복에너지 대표
  • 승인 2018.04.1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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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독서율…성인 40% 1년 책1권 읽지 않아

영국 스웨덴 유럽국가 ‘노년독서’ 대조적 결과

15년전 6천개 서점 현재 4분의 1 줄어든 상황

‘시대적 변화’ 독서의 매체 다양한 실험과 정착

▲ 문화체육관광부가 5일 발표한 ‘2017국민도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40%가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5일 발표한 ‘2017국민도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40%가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 책 한 권 팔기 힘든 시대

2018년 무술년이 밝은지도 3개월이 넘어간다. 한 해의 4분의 1이 지난 셈이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행인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사람들을 눈여겨본다. 고된 아침 시간에 숙면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고, 스마트 폰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들고 독서를 하는 사람을 찾기는 극히 힘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2월 5일 발표한 ‘2017국민도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40%가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 독서율을 기록한 셈이다. 독서를 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일, 공부로 인한 시간 부족’이 꼽혔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수순이다. 현대 우리 사회는 철저히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가 주요 관심사다.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일에 독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독서를 할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당장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 폰만 들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참고서 외에 굳이 책을 뒤져가며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시대상을 여실히 반영이라도 하듯, 국내 출판계는 2010년 이후 정부의 온라인 중심 문화산업진흥정책으로 계속 내리막세를 보였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산업이 부흥하면서 정부의 정책방향에서 자연스레 소외된 것이다.

2017년 초 국내 2위의 서적 도매상인이자 2천여 개의 출판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송인서적은 수백억 원의 부채를 지고 부도를 냈다. 다행히 한국출판인회의와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채권단을 조직해 대표회의 결과 인터파크가 송인서적 인수를 추진하여 송인서적은 인터파크송인서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으나, 이는 얼마나 국내 출판계가 위기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15년 전에 6천개에 달하던 서점 역시 4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출판계의 전체 매출은 2013년 4조 3천 203억원, 2014년 4조2천307억원, 2015년 4조278억원으로 꾸준히 감소 중이다. 2016년 가구당 책 구매비로 쓴 돈은 한 달에 1만5천원으로 책 한 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 ‘진정 선진국’ 독서권하는 사회!

▲ 독서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나이가 들고 나서 책을 가까이 하는 '노년독서' 현상이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 독서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나이가 들고 나서 책을 가까이 하는 '노년독서' 현상이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책이 좀 더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의 독서습관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일례로 ‘베드타임 스토리’ 라는 것이 있다. 서구권에서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책 문화를 지칭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접할수록 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향상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원활한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의식하여 학교에서 ‘아침독서’ 프로그램이나 논술대비 등의 목적으로 의무적 책 읽기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학생 때 90%에 달하는 기형적인 독서율은 성인이 되면 50%로 뚝 떨어진다. 독서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나이가 들고 나서 책을 가까이 하는 '노년독서' 현상이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우리나라의 독서 실태조사를 좀 더 살펴보면, 이와 같은 슬픈 현실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과 학생을 통틀어 책을 읽는 가장 주된 이유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 이였다. 다시 말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독서는 필요 없는 행위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즐거움 보다는 사회적 성취를 위한 도구로서의 위치로만 전락한 독서문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을 저절로 좋아하게 될 리가 없다.

영미권에서는 아이들이 독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하는 방안으로 축구선생님과 축구에 관한 책을 함께 읽거나, 아이들이 존경하는 사회 각계의 인물들이 학교에 와서 자신의 일과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꾸준히 독서에 대한 흥미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자연스레 독서와 일상을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과 밀접한 문화생활로 만든다.

또 북유럽권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해 문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과서를 보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학년인 아이가 실제 문해력이 저학년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 고학년 수준의 내용을 저학년 수준의 어휘로 설명하는 책을 통해 아이가 독서를 지루해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도록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부분은 세심하게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부모가 상대적으로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자녀들을 위해 따로 책을 제공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우리로 따지면 한국어로 된 책과 베트남어로 된 책을 한 세트로 만들어 학교나 지역 도서관이 대여해 주고 있다.

▲ 급박하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이 정보와 감성을 ‘내면화’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의 정신은 거대한 파도 아래 바닷속 기포처럼 볼품없이 사그라질 것이다.
▲ 급박하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이 정보와 감성을 ‘내면화’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의 정신은 거대한 파도 아래 바닷속 기포처럼 볼품없이 사그라질 것이다.

● 두뇌의 차원이 질적으로 다르다

위에서 논의한 사례들을 보듯이 독서를 단순히 ‘정보를 적어놓은 책’으로만 인식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독서의 위치는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보는 스마트 폰을 통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더라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두 매체의 기능이 완전히 똑같을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사고를 뚜렷이 할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 옆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볼 수도 있고, 여러 번 음미하며 반복해서 읽을 수도 있다.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문자와 정보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최대한 활발하게 움직인다. 영상을 보며 일순간 감정이 번뜩이지만 곧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과정이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좀 더 ‘머리를 쓴다.’

영상을 보며 필터로 거르는 과정 없이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지식은 곧 잔상만을 남기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고 머릿속에 남겨두고 싶다면, 독서가 답이라는 말이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이 정보와 감성을 ‘내면화’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의 정신은 거대한 파도 아래 바닷속 기포처럼 볼품없이 사그라질 것이다.

독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험에 앞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주고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독서는 여전히 그 유용성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양질의 학습 활동이다. 무언가를 배워 알고도 실제에 적용하거나 응용하지 못한다면 그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다. 공자는 독서의 본질적 유용성에 대하여 ‘절실히 묻되 나 자신에 견주어 생각하라’(切問近思)고 단언한다.

독서활동은 특히 학생이 가장 학생답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확장하는 수단이다. 독서를 함으로써 우리의 내면은 점점 더 풍요로워지고, 한 사람의 사고하는 지식인으로서 단단한 주춧돌을 마련하게 된다. 태아와 연결된 탯줄처럼 우리에게 독서는 꼭 필요한 영양소를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지식의 고향’이자 ‘안락한 쉼터’가 될 수 있다.

이에 자녀들에게 독서의 유용성을 설파하고 독서를 권장하기 이전에 부모 스스로가 먼저 도서관을 자주 찾고 독서를 즐기고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 정부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출판계와 손잡고 올해를 ‘책의 해’로 선포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 정부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출판계와 손잡고 올해를 ‘책의 해’로 선포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 재도약의 원년 ‘2018 책의 해’

문재인 정권은 출범 이후, 2014년 이래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일부 잡지의 검열에 의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사업”을 부활시켰다. 올해 지원사업의 총 예산은 10억 원으로 책정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출판계와 손잡고 올해를 ‘책의 해’로 선포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2018 책의 해’는 출판문화산업의 위기 극복 및 출판 수요를 넓혀 미래 기반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를 비롯한 각종 출판·서점·도서관 등 범출판계와 문학계, 언론계 등의 23개 기관 및 단체장이 위원으로 위촉되었고, 12월 결산포럼에서는 새로운 출판·독서계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책값의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출판, 학술, 문예계의 위축을 막고자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2014년 11월 개정 이후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출판·서점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오는 2020년 11월까지 연장될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이와 같은 정책들은 적절하고 미래가 밝아 보인다. 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만큼 좋은 결실이 맺힐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시적인 시선 끌기가 아닌, 뿌리부터 다시 단단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맞물려 문단의 전통적 풍토 역시 쇄신의 노력이 주목된다. 새로 등장하는 ‘신세대 문예지’들이 있다. 기존 문예지가 출판사와 편집위원, 독자 간의 구조가 잡혀 있었다면, 이들 문예지들은 그 구조를 탈피하고자 한다.

‘문학 3’은 2017년 1월 등장한 문학지로, 종이잡지에 머무르지 않고 웹사이트, 현장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몹(현장활동)을 통해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며, 전시와 낭독회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된다.

‘베개’ 는 등단하지 않은 문학가들도 자신의 글을 투고하여 선정되면 실릴 수 있는 문예지다. 실험적인 정신을 인정받아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의 대상으로도 선정되었다.

‘비유’에서는 아예 잡지의 절반이 독자가 기획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기획을 공유하고 내용을 구성해나가며, 작품이 되기 이전의 고민, 희망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과정”을 문학잡지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고민한 결과라 한다.

이제는 형식을 넘어서 문학의 매체 자체가 바뀌었다 볼 수 있다. 손에 만져지는 종이가 아닌 모니터를 통해 책을 소비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전자책이 그것이다.

아마존에서는 아예 전자책을 전용으로 읽을 수 있는 전용 단말기 ‘킨들’을 출시했다. ‘킨들 무제한(Kindle Unlimited)’ 서비스를 신청하면 월 9.99달러로 70만권 이상의 전자책과 수 천 권의 오디오 북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는 시대에 맞춰 기존의 출판계도 전통적인 형식을 벗어 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어떤 시대든 절대적 가치 향유

▲ 지식과 정보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우리 안에 있었다. 그 호기심이 사라지기 전까지 우리의 곁에는 책이 있을 것이다
▲ 지식과 정보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우리 안에 있었다. 그 호기심이 사라지기 전까지 우리의 곁에는 책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항상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었다. 그 가치들은 문자로 전승되어 왔다.

생각만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문자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을 나누고, 그것을 발전시킬 것이다. 화려한 영상의 근본도 결국 문자가 아니던가? 오히려 현란한 이미지들의 향연 아래서 우리는 차분히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생각의 단아함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신간의 초판 가격이 높다. 하드커버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하지만 반대로 값이 싼 보급판으로도 출간되고 있다. 초판은 공공 도서관이 구입하여 주고, 초판이 다 팔리면 보통 독자에게 보급판을 파는 형식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숫자는 미국과 일본, 독일에 크게 못 미치고, 도서관 당 자료구입비도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낮다. 한 마디로 기초 수요가 부실하다. 독서 인구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초판 1쇄를 기본적으로 소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소비자들 가운데서는 도서 정가제가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앗아가 결과적으로 도서의 구매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책을 구입하는 상위 30%의 독자들이 구매 시 고려하는 외부요인에는 책값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책을 자주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는 의미다.

사회가 독서를 뒷받침해주는 사회, 독서가 쓸모없는 일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이해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정부의 독서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을 다지는 기반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마케팅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책의 제목도, 작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순전히 책의 내용만을 살짝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해서 당장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영상이 발전하기 전부터 사람들을 이끌어오던 감정은 호기심이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우리 안에 있었다. 그 호기심이 사라지기 전까지 우리의 곁에는 책이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은 책을 들고 출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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