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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효의 고전칼럼] 높이 나른 용은 후회한다. (亢龍有悔)
[배남효의 고전칼럼] 높이 나른 용은 후회한다. (亢龍有悔)
  • 배남효 고전연구가
  • 승인 2018.04.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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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림 배남효]
배남효 고전연구가
배남효 고전연구가

[일요주간 배남효 고전연구가] 지난 6일 법원 1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등의 범죄 혐의로 징역 24년 형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징역형 재판 소식을 들으면서 항용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쉽게 떠오른다.

항용유회(亢龍有悔)는 ‘높이 나른 용은 후회한다’는 뜻으로, 높은 권력에 도취되면 후회할 일이 생겨난다는 뜻도 담고 있다.

항용유회란 말은 주역에도 나와 있고,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 상군열전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인간과 권력 사이에 잠재된 무서운 관계를 지적하고 있는 이 명제는, 사마천의 사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사기의 상군열전을 보면 무명의 유세객 상앙이 변법(變法)의 논리로 진나라 군주(君主)를 설득하여 재상으로 전격 발탁되어 활약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앙은 변법 개혁으로 낙후된 진나라를 부국강병하게 만들고 전국(戰國)의 강자로 부상시키면서, 진나라 천하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불후의 대업적을 남긴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권력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권력투쟁의 재물로 처형당하는 비극적인 삶을 마치고 만다는 사실(史實)이 잘 기술되어 있다.

사마천은 권력으로 출세한 자는 반드시 권력으로 망하고 만다는 명제를 상앙의 사례를 통해 엄중하게 밝히고 있다.

근래에 박근혜, 이명박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전직 고위층이 구속되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잘 나가던 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특히 전직 두 대통령의 구속을 보면서 항용유회를 실감하게 만든다.

지난 해 서울 구치소로 실려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췌한 얼굴이 떠오르고,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을 나와 구치소로 끌려가던 모습도 생각난다.

언론에서 한동안 대서특필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봤을 것이고, 나름대로 권력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상(無常)한 것인가를 느꼈을 것이다.

전직 두 대통령의 꼴사나운 모습에 속시원함을 느끼는 국민도 있었을 것이고, 측은하게 느끼는 국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느꼈던 간에 권력으로 흥한 자는 권력으로 망한다는 항용유회의 철리(哲理)를 냉혹하게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층의 인사들이 구치소에서 겪고 있을 참담한 심정을 알 수는 없으나, 감옥에 가본 사람이면 구치소에 입감되는 순간부터 얼마나 참담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일들을 부귀영화의 세계에서 추락하여, 좁은 감방에 갇혀 직접 겪어야 하니 인생이 고해(苦海)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 역사이래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나타난 수많은 항용유회의 사례를, 이 시대에도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몸소 첨가시킨 것이다.

패가망신(敗家亡身)까지 감수하면서 전직 고위층들이 수고롭게 저지른 항용유회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눈여겨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바로 세상에 어느 하나 자기 것이 없듯이, 권력 또한 자기 것이 아니라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너무나 권력자가 깨닫기 어려운 진리이다.

​또 권력층이 사라지면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권력층으로 교체되어, 그 잘못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철칙(鐵則)같은 현실이다.

우리는 이 어수선한 사태 속에서도 이 진리와 현실을 직시하고 곰곰이 되새겨야 보아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들도 이러한 진리와 현실을 아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조심하려는 의지가 있었​겠지만 어느새 권력에 도취되어, 권력의 불가사리 같은 욕망에 휩쓸려버린 채 항용유회의 길로 가고만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과 고위층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란히 그 대열에 빠져들어 다같이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순간에도 바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 진리와 현실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항용유회의 사례를 첨가시킬 무리들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들은 머잖아 또 다시 주인공만 바뀐 항용유회의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게 될 것이다.

항용유회의 역사는 권력이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임을 선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또 부득이하게 가까이 하더라도 물러날 타이밍을 정확히 찾아 신속하게 벗어나야 함을 냉혹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현명한 선인(先人)들은 평소에는 안빈낙도로 수신(修身)을 하고, 또 출사(出仕)하면 공수신퇴(功遂身退)의 도(道)로서 자신을 보존하는 명철(明哲)한 처세술을 발휘했던 것이다.

공을 세우면 물러나는 공수신퇴가 바로 항용유회의 대척점에서 지혜의 빛을 발해왔던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상앙의 항용유회와 대비하여 월나라 승리의 공신(功臣) 범려의 공수신퇴를 부각시켜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의 부차를 멸망시키는 대복수극을 펼치면서, 역사에도 남을 혁혁한 공적을 세운 뛰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복수극이 성공하고 나서는 구천과 같이 할 수 없음을 알고서, 권력의 자리에서 미련없이 벗어나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버린 것이다.

범려는 이렇게 현명한 자세로 공수신퇴의 도(道)를 철저하게 지켜서, 권력에 의해 희생되는 어리석은 오명(汚名)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범려는 다시 사업을 벌여서 가는 곳마다 큰 부자가 되어, 큰 돈을 잘 풀어 쓰면서 안락하게 천수(天壽)를 다하였던 것이다.

사마천은 범려의 명철 보신하는 처세술을 통해 권력과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권력에 집착하는 무리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였던 것이다.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이 대거 구속되는 사태를 거치면서, 사마천의 역사적 경고인 항용유회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 빛을 발하게 되었다.

필자-배남효(裵南孝)

1956년 생

서울대 인문대학 졸업

전 대구경북시민신문 대표

북촌학당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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