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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시인의 명시 읽기-4] 남주희 「방생」
[김용락 시인의 명시 읽기-4] 남주희 「방생」
  • 김용락 시인 · 문학박사
  • 승인 2018.04.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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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행 버스를 타고 가다

물가에 내려선다

그대의 명(命)은 저만치 물러서는 것

결핍을 용서해

영원한 자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비늘을 그려 넣고

부레를 수정해 물빛 속으로

띄워야겠다(중략)

 

빛 좋은 날

어림잡아 뒤태만 보인 그대, 그대에게

오래 기다려준 꽃말 몇 점 묶어

안부를 묻는 시간

아득하여 더는 말릴 수 없는 생

야반 풀잎처럼 뉘어놓고

분별없이 묵인하는(중략)

 

두툼하게 껴입은 저문 날의 인과(因果)

                                    -남주희 「방생」 부분

 

남주희 시인(1950~ )은 대구에서 출생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 아나운서로 오랫동안 재직한, 요즘 말로 커리어 우먼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제비꽃은 오지 않았다』(문학의 전당, 2017)는 서정적인 시집 제목과는 달리 지적이고 도회적 감수성의 시가 많다.

인용한 「방생」은 불교적 소재를 시로 만든 작품이다. 잘 알려진 바처럼 방생은 불교인들이 살생이나 육식을 금하여 자비와 비폭력을 실천하도록 한다는 뜻에서 물고기나 새를 풀어주는 의식을 말한다. 경전 『범망경 梵網經』 『금광명경 金光明經』 등에서 그 의미가 전해진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에 광종이 혈구산과 마리산 등에 못을 파고 어량(魚梁)을 만들어 방생하는 장소로 삼아 불심을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이 시에서 핵심 구절은 “결핍을 용서해/영원한 자유에/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욕망은 인간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파멸하게도 한다. 그 결핍에 집착하면 인간은 결국 폐허가 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시이다.

해설 : 김용락(1959~ )

시인 · 문학박사. 1984년 창비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산수유나무』 외 다수

평론집 『문학과 정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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