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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효의 고전칼럼] 일용일저(一龍一猪)
[배남효의 고전칼럼] 일용일저(一龍一猪)
  • 배남효 고전연구가
  • 승인 2018.05.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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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림 배남효]
배남효 고전연구가
배남효 고전연구가

[일요주간 = 배남효 고전연구가] 일용일저는 중국 당나라 한유(韓愈, 768~824)가 쓴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아들 성남에게 독서를 권함)에 나오는 말로,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다는 뜻인데 교육에 따라 용이 될 수도 있고 돼지도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유가 쓴 글을 보면 아이들이 태어나 두세 살 때는 서로 재주가 비슷하게 보여 구분이 가지 않으나 열두세 살이 되면 머리의 골격이 조금씩 달라져 나간다.

그러다가 스물 살이 되면 맑은 냇물과 흙탕물 도랑처럼 서로 많이 달라져서, 서른살이 되면 마침내 하나는 돼지가 되고 하나는 용이 된다고 주장한다.

木之就規矩(목지취규구)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在梓匠輪輿(재재장륜여) 목수의 솜씨에 달려 있고

人之能爲人(인지능위인) 사람이 사람답게 될 수 있음은

由腹有詩書(유복유시서) 뱃속에 들은 詩書에 달려 있다.

 

詩書勤乃有(시서근내유) 부지런하면 곧 차게 되나

不勤腹空虛(불근복공허) 부지런하지 않으면 속이 비게 된다.

欲知學之力(욕지학지력) 배움의 힘을 알고자 하면

賢愚同一初(현우동일초) 賢과 愚는 처음에는 같았다.

 

由其不能學(유기불능학) 그가 배우지 못함과 배움에 따라

所入遂異閭(소입수이려) 들어가는 문이 마침내 달라지는 것이다.

兩家各生子(양가각생자) 두 집에서 각각 아들을 낳았어도

提孩巧相如(제해교상여) 두세 살 아이는 재주가 서로 비슷하다.

 

少長取嬉戱(소장취희희) 조금 성장하여 모여 놀 때도

不殊同隊魚(불수동대어) 같은 무리의 고기와 다르지 않다.

年至十二三(연지십이삼) 나이 열두세 살이 이르면

頭角秒相疎(두각초상소) 머리 골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二十漸乖張(이십점괴장) 스무 살에는 점점 더 벌어져서

淸溝映迂渠(청구영우거) 맑은 냇물과 흙탕물 도랑처럼 차이가 나고

三十骨觡成(삼십골격성) 골격이 굵게 형성되는 서른 살 되면

乃一龍一豬(내일룡일저)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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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보면 ‘한 사람은 말의 고삐를 잡는 시종이 되어, 채찍 맞은 등에서는 구더기가 끓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삼공(三公) 재상의 고귀한 사람이 되어, 대저택의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하게 지내게 된다.’는 등의 구절이 계속 이어진다.

말미에 다 가서는 ‘지금 가을이라 묵은 장마 개고, 맑고 시원한 기운이 들 안에 들어오니, 점점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고, 책을 펼칠 만한 시절이다.’ 라고 하면서 우리가 잘 쓰는 사자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다.

일용일저, 말의 어감은 부드러우나 그 뜻은 참으로 섬뜩할 만큼 무섭다.

자기 자식을 용으로 키우고 싶지, 돼지로 키우고 싶은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교육을 등한시 할 사람 아무도 없겠으나, 지나가서야 알게 된다면 통탄해도 때는 늦은 법이다.

이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길은 부모가 먼저 독서하는 길이니,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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