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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이야기] 갈매기와 떠나는 바닷길, 석모도
[우리땅 이야기] 갈매기와 떠나는 바닷길, 석모도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8.06.0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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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재윤 기자]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다소 충동적으로 떠난 주말여행지가 석모도였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불쑥 떠난 여행인지라 어느 정도 불편함 정도야 예상했었지만, 막상 석모도 선착장에 내리고 나니 눈앞이 캄캄했다.

선착장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해 왔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까지 겹쳐 친구와 나는 선착장 앞에 늘어선 가게 비가림막 아래서 망연자실한 채 이리저리 목적지를 향해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의 1박2일 석모도 여행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었지만 젊은 혈기로 충분히 견딜 만한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민박집을 잡고 비가 쏟아지는 밤길을 걸어 길 가 작은 순두부집에서 먹었던 찌개와 아주머니가 인심 좋게 넣어준 삼합의 쫄깃함은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오래 전 추억을 더듬으며 석모도로 떠나는 이번 여행은 그래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와는 달리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를 한 상태라 느긋하게 운전대를 잡고 한껏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하나 실수가 있었다면 5월 첫째 주말에 떠나게 되었다는 것.

강화도로 들어서 석모도로 가는 길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되었을 때쯤, 그때부터 도로는 석모도 방향으로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을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강화도 선착장까지 10여분 거리지만 5월 첫째 주말의 도로는 밀려든 차량들로 꼼짝할 줄 몰랐다.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빠르겠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차를 길 위에 버려두고 갈 수도 없는 일.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으니 느긋하게 가자고 스스로 위로하며 음악에 귀를 맡기고 봄이 한껏 물오른 들녘에 눈길을 맡겼다.

어렵게 도착한 선착장에 도착해 순서를 기다린 지 한참만에야 차와 함께 석모도행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배 위에 차를 싣고 차에서 내려 배 후미로 올라갔다.

◆ 석모도 여행의 명물, 갈매기와 새우깡

석모도행 배에 오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새우깡이 들려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영문을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석모도행 배에 오르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의 후미로 나간다. 한손엔 새우깡을 든 채로. 배가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배 후미에는 선착장 주변에 한가로이 앉아 있던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배의 후미로 날아오른다. 어떤 아이들은 그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던 새우깡을 갈매기들을 향해 하늘 위로 던진다.

정말 용한 건 배 후미에서 어지럽게 날던 갈매기들이 하늘 위에 던져진 새우깡을 부리로 콕콕 받아먹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자기가 던진 새우깡을 갈매기가 또 받아먹길 바라며 새우깡을 던진다. 갈매기들도 이제는 새우깡 받아먹기가 일상이 되었는지 능숙하게 받아먹고는 유유히 한 바퀴 돌아 다시 사람들 머리 위를 맴돈다.

강화도 선착장에서 석모도 선착장까지는 배로 약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지고 그것을 받아먹는 모습에 환호하다 보면 어느새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만 갈매기들은 마치 다음 손님 맞을 채비를 하듯이 미련없이 선착장 주변 갯벌에 내려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곤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약아 보여 은근히 얄밉기도 하다.

◆ 흙먼지 나부끼는 염전

석모도에 내려 먼저 예약해 두었던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에 짐을 풀고 대충 정리한 후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개어 있는데 비가 한 두 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가는 비겠지’ 하는 마음으로 펜션을 나와 섬 일주도로를 타고 일몰로 유명한 민머루 해수욕장을 향했다.

민머루 해수욕장 가는 길에는 한 때 천일염으로 유명했던 염전이 나오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아 그 넓은 염전에는 이름 모를 잡풀들이 자라고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마치 오랜 가뭄에 바닥이 갈라진 논바닥처럼 황량해진 염전은 앞으로 골프장으로 개발될 거라고 한다.

1957년 윤일상 옹이 삼산면 매음리 연안 일대를 매립해 240ha의 염전과 농장을 개척했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은 정제된 소금이 아닌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이었다. 석모도 근해의 바닷물은 한강, 한탄강, 임진강 등이 합류되는 지점으로 소금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염도를 지니고 있어, 그 품질이 전국 최고였고, 물량이 모자라 비싼 값에 팔려 나갔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석모도의 하늘과 바다를 담아 하얀 천일염을 내놓던 염전은 골프장 개발에 밀려 아쉽게도 우리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폐허가 된 염전 한쪽에 쓰러져가는 소금창고가 아쉬움을 대변하듯 쓸쓸히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염전을 지키고 있었다.

◆ 석모도의 별미, 밴댕이젓갈

사라지는 염전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민머루 해수욕장에 이어 있는 어류정항으로 향했다. 어류정항은 현재는 작은 항구지만 앞으로 1종항으로 승격되어 300톤급 선박이 한꺼번에 150척 접안할 수 있는 대규모 항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다.

어류정항을 환경친화적인 관광어항으로 개발하고 민머루 해수욕장을 포함해 주변 지역을 어촌체험 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현재 어선 이름을 딴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앞으로 이곳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수산물 직판장, 회 센터, 휴식공간 등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진 민머루 해수욕장의 넓은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어류정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갯벌로 나가봤다. 갯벌 위에는 이름 모를 바닷새들이 갯벌을 뒤적여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크게 놀라지도 않고 제 할 일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다소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놈들도 새우깡 받아먹는 갈매기들만큼이나 사람이 익숙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갯벌에서 한동안 아이처럼 바지자락을 더럽혀가며 놀다 올라오니 횟집 앞에서 손님 맞을 채비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다 큰 어른이 혼자서 뭐하는 짓이냐?”며 웃는다.

횟집 앞에는 집집마다 플라스틱 통에 젓갈을 담아 내놓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석모도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 밴댕이젓갈도 있었다. 워낙 성질이 급해 뭍에 오르기도 전에 그물에서 죽어버린다는 밴댕이는 그래서 뱃사람들만 회로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도 밴댕이의 이러한 특성에서 나온 말이다.

밴댕이는 5월에 잡히는 것이 맛도 영양도 최고로 친다. 그래서 5월의 밴댕이로 만든 젓갈은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몰려든단다. 그 맛도 일품이지만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석모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꼭 찾는 석모도의 별미다.

◆ 일몰이 아름다운 생태체험장, 민머루 해수욕장

민머루 해수욕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서해 3대 일몰 조망지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을 자랑한다. 아쉽게도 이번 취재에서는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씨 탓에 일몰을 담진 못했다.

그냥 지나가는 비겠거니 생각했던 날씨는 갑자기 돌변해 첫 날 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계획했던 일몰을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쏟아지는 빗줄기를 원망하며 석모도에서의 긴 밤을 지새웠다.

밤새 내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쳤고, 야속하게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얼굴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 일찍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에는 물이 빠져 넓은 갯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갯벌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처음 엄마의 손을 잡고 갯벌을 조심조심 걷던 아이는 어느새 갯벌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엄마 속을 태우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갯벌을 거닐던 연인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바닷물이 빠지면 수십만 평의 갯벌이 나타나는데, 백사장으로부터 1km까지는 모래와 뻘이 섞여 있어 신발을 신고도 들어갈 수 있다. 맨발로 걸어들어가 갯벌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고 소라, 민챙이, 비단고동 등 바다생물들이 갯벌을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호미 등을 준비해 가면 조개, 소라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는데, 대학생들의 학술탐사나 엠티(MT) 장소로 유명하고, 가족 단위 여행과 유치원생, 초중고생들의 생태교육(갯벌체험)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리고 민머루 해수욕장의 갯벌과 모래는 원적외선 방출량이 많고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각종 부인병과 신경통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영화 ‘시월애’ 촬영 당시 영화배우 이정재 씨가 이곳의 개흙(갯바닥이나 늪 바닥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으로 머드팩을 했다고 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개흙을 퍼가고 있다.

◆ 해상 관음도량, 보문사

낙가산 중턱에 위치한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양양 낙산사와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보문사가 나오는데, 석굴법당과 절 뒤 암벽에 새겨진 높이 6,9m의 마애석불이 특히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보문사 서쪽 뒷산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민머루 해수욕장의 낙조와 함께 강화팔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1867년 나한각을 건조하였고, 1893년에 고종 왕후 민비의 명으로 요사와 객실을 건조하였다. 1918년에 법당을 중수하고 그 후에 절 뒤쪽 높은 절벽에 관음존상을 조성해 봉안했다. 1975년에는 주지 정정수 스님이 범종을 주조했는데 무게가 4톤으로 종머리에는 꿈틀거리는 용이 암각되었고, 선녀의 비천상과 연화무늬가 있어 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보문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석굴법당이다. 바위를 깎아낸 천연동굴 내에 반월형 좌대를 마련하고 탱주를 설치하였는데, 석실 북편에는 1천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다 하여 천인대(千人臺)라 불리는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바위를 깎아내 법당을 만들었을까, 몇 번를 다시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석굴법당 앞에는 수령 600년이 넘은 향나무가 있는데, 오랜 세월 뒤틀린 향나무의 자태가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전쟁 중에 죽은 줄 알았으나 3년 후 다시 살아나 오늘까지 오고 있다고 하는데, 높은 대 위에 불상을 모셔놓은 듯이 올라 앉은 향나무는 사찰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의 느티나무와 함께 마치 석굴법당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위엄있어 보인다.

향나무 앞에는 커다란 맷돌이 놓여 있다. 이 맷돌은 승려들과 수도사들이 취사용으로 쓰던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해 향나무 앞에 두고 있는데, 사람들은 맷돌 옆면에 동전을 붙여 세우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저마다 동전을 들고 맷돌 주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보문사를 둘러보고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절 안에 있는 찻집도 인기다. 사람들은 다리품도 쉴 겸 산사의 차를 맛볼 겸 찻집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인심 좋은 찻집 주인의 친절한 설명도 들어가며 은은한 차향에 산사에서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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