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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첫 자서전! 실패작도 완성작도 아니다.’
[기고] ‘첫 자서전! 실패작도 완성작도 아니다.’
  • 이춘명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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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명 ‘100세를 기약! 삶의 중간평가’

● 인생의 전반기! 치열한 생존 경쟁

▲ 이춘명 칼럼니스트
▲ 이춘명 칼럼니스트

‘이만하면 잘 살았지’ 자서전 쓰기에 합류 하면서 나의 마음 속에 눌러 있었던 열정이 뛰어 나왔다. 마침표를 위한 고집은 무모한 패기일까 하며 하루하루 의심하고 못마땅했다. 활자가 된 또 다른 나를 바라보던 그 날의 환희는 한마디로 “해냈구나!” 하는 위로였다.

정년으로 하던 일을 놓으면서 그림자를 돌아보았다. 남아있는 나의 모습은 찌든 생활의 반성문이었다.장기 기증과 시신 기증서를 받은 날이 그동안 살아 온 일에 대한 종합 평가서였다. 남의 몸이다 하며 사는 그 날 이후의 삶은 더 아끼고 더 지키고 더 깨끗이 하려는 행보로 바뀌고 있다. 고스란히 내어 줄 육신을 보호하는 일이 책무가 되었다,

첫 기억을 꺼내고 초등학교 생활 기록부를 떼던 눈과 입은 막연한 유년의 기웃거림이 아니었다.나로 살아 온 내가 나를 남처럼 바라보는 기회는 지금의 나의 결점과 판단의 시발점이었다. 다들 웃었다.

아직 새파란 나이에 뭐 잘난 일도 없으면서 유명한 사람이나 대필하는 것을 흉내내냐했다. 그것도 직접 쓴다니 끝낼 수 있겠냐 하고 기대하지 않았다. 글을 업으로 하는 전공자의 숙달된 기승전결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가 심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잡았다.

초고를 작성하고 오자를 점검하여 매주 모이는 날짜마다 페이지를 채우는 착실한 순서를 밟았다.마감 날을 맞추고 사진과 첨부 자료를 추가하며 만들던 더위와 추위는 나의 작업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보너스로 주었다.

인생의 전반기가 치열한 생존 경쟁이었다면 살고 있는 지금부터 펼쳐질 후반기는 기록을 해주어야 하는 의무의 유효기한이다. 자서전을 40대부터 써왔으면 후회도 절반으로 가벼웠을 것이다. 10년 주기로 늙음과 성찰을 비례해가면 심신이 추하지 않는 어르신이 되는 방법이라고 추측한다. 이미 놓친 시간을 주워 담으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를 존중한다.

유년의 모습부터 50년대 후반까지 한 바퀴 돌아온 공간 속의 역사와 체취와 사라진 것들을 꺼낸 첫 번째 자서전은 실패작도 완성작도 아니다. 다만 용감한 시도였다. 230페이지를 내 손으로 내 생각으로 내 기억으로 꺼내어 펼쳐놓은 자료는 다시 70세에 마칠 회고록의 기초가 된다.

환경과 사회와 생활에 대한 기억이 자서전이었다면 한 명 두 명 채워지는 회고록은 성숙과 깨달음의 단계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다. 나는 나를 잘 파악하고 싶다. 내가 내 모습과 실체를 다독이고 어루만지고 싶다. 내 주위에 있는 만남을 영적인 투자로 저축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 만난일들을 또 적고 있는 페이지는 빈 칸이 없다.

● 속내를 다 토해내는 글이었다.

비공개용으로 작성한 자서전은 혼자만의 비밀스런 일기로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하거나 수익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나의 속내를 다 토해내는 글이었다. 시시콜콜 숨기지 않고 완전 발가벗었다.

자식에게도 친척, 친구, 이웃에게도 전해주지 않을 비밀 금고였다. 빈 집에서 식구들이 없을 때나 깊은 잠에 취했을 때 쓰고 옮기고 감추었다. 험담도 쓰고 비판도 썼다. 숨겨야 할 이야기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3권만 발행 했다. 아직도 나만의 서고에 깊숙이 숨어있다. 내가 말을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때 유일한 상속자인 자식이 꺼내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 십여 명이 되는 회고록은 짧게는 5년 후에 가제본을 할 소박한 꿈으로 진행 중이다. 등장하는사람 수만큼 만들어 일일이 찾아가 고마움의 술 한 잔을 나누며 손에 꼭 쥐어 주고 싶다. 그런 미래를 위해 건강과 물질의 저축은 첫 번째 이유가 된다.

가까이 글을 쓰는 인연들이 단행본을 선물로 준다. 받을 때마다 자서전을 권하고 있다. 기억력이 남아 있을 때 중간 평가를 했으면 한다. 천천히 꼼꼼하게 더듬으며 차근차근 자신의 그림자를 찾았으면 한다. 자손들에게 줄 최소한의 예의로 소리 없는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뜨거운 날을 함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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