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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효의 고전칼럼] 이부망천(離富亡川)의 정치학
[배남효의 고전칼럼] 이부망천(離富亡川)의 정치학
  • 배남효 고전연구가
  • 승인 2018.06.10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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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림 배남효]
배남효 고전연구가
배남효 고전연구가

[일요주간 = 배남효 고전연구가] 지방선거가 종반으로 넘어가니 정당이나 후보들이 자신들의 필승을 위해 선거운동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판세가 불리한 정당이나 후보들의 분투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처절한 면도 있고, 가식적인 쇼를 하는 코메디처럼 우습기도 하다.

이렇게 몰입하여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역대 선거를 보더라도 항상 심각하거나, 웃지 못할 대형 사고가 터져 선거판을 출렁거리게 만든다.

평소에는 사려 깊게 할 언행들이 선거가 과열되면 주의력이 이완되어, 본의 아니게 실수로 비화되어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이 터지면 그 선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재미있는 일화로 오래 기억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그런 일이 안 일어나는가 싶었더니,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역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한 건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름하여 이부망천(離富亡川),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깊은 뜻이 들어 있는 사자성어처럼 느껴지는 신조어(新造語)를 기어코 만들어내었다.

정 대변인이 자기 당의 유정복 인천시장후보가 고전하자 방송에서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곳에서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으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곳으로 간다. 인천은 제대로 안 된 직업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발언을 하였다.

정 대변인 본인은 인천의 실업률, 가계부채, 이혼율 등이 나쁜 이유가 시장인 유정복 후보 탓이 아니고 원래 지역 특성상 그렇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발언 자체가 두 지역을 비하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 정당과 언론은 물론 부천 인천 지역 사람들까지 크게 분노하여 정 대변인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정 대변인의 발언이 너무 큰 파장을 불러오자, 윤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한다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후보도 자신의 선거에 너무나 불리한 악재가 겹쳤다는 것을 알고, 정 대변인의 국회의원 사퇴까지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거라는 격전이 긴박하게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우군이 등 뒤에서 자기 장수에게 총질을 한 것과 같은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 과연 정태옥 의원을 어떻게 징계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어쨌든 회복하기기 어려운 큰 실책을 범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공석에서 한 말은 한번 꺼내면 주워 담기가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실감하게 만드는 사건이고, 말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정태옥 의원이 한 발언은 이부망천이라는 사자성어로 다듬어져, 한동안 인구에 회자되면서 기억에도 오래 남게 되었다.

이부망천이라는 사자성어의 어감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그 뜻이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것이니 너무 좋지 않은 말이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은데 부천과 인천에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창피하고 견디기 어려운 모욕적인 이미지를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부망천 사자성어는 선거기간 동안 화제로 유행하다가, 빨리 사라져버리는 일회성 해프닝의 용어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이부망천과 비슷한 어감인 이식위천(以食爲天)과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말이 사기(史記)에 나오는데, 그 뜻은 이부망천과는 너무 달라 대조적이다.

이식위천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뜻인데, 백성들은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하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위정자들이 정치를 하면서 이식위천을 중요하게 새겨, 백성들이 먹고 사는 일에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민위천은 백성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는 뜻인데, 위정자가 나라를 다스리면서 백성을 하늘같이 여기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민본사상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말인데, 그만큼 위정자는 백성을 가장 귀하게 받들어야 한다는 뜻이 무겁게 담겨져 있다.

좋지 않은 이부망천이라는 사자성어는 빨리 잊어버리고, 그 대신 비슷한 어감인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욱이 선거철이기도 하니 선거 공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이식위천이 되어야 할 것이고, 후보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몸가짐이 이민위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나 단체도 살아가며 활동을 하다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 실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부망천의 망언을 반성하고 회복하는 의미에서 자유한국당은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을 대신 거론하고 진실되게 내세우면 좋겠다.

더러운 얼룩을 지우려면 깨끗한 색을 덧칠하듯이, 이부망천의 얼룩을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으로 지워버리면 전화회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정당과 언론도 마찬가지로 이부망천이라는 좋지 않은 사자성어를 계속 이용하기 보다는, 이 말을 계기로 국민에게 좋은 말인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으로 대체시켜나가면 좋겠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처럼 이부망천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얼른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으로 연결시켜 대체하면 좋을 것이다.

일부러 어려운 한자 용어를 꺼내어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이부망천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어감이 비슷한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을 꺼내기도 쉬운 것이다.

선거도 종반으로 접어들어 대미를 장식해야 하는데, 이부망천의 해프닝을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의 축제로 매듭짓으면 매우 의미깊은 선거로 남게 될 것이다.

이부망천의 정치학은 이 망언의 부작용을 이식위천과 이민위천로 대체하여 천하에 널리 이롭게 반전(反轉)시키는 지략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겉치레의 수사를 바꾸치기 하는 술책이 아니라, 진실되게 생각과 자세의 전환을 수반하는 깊은 지략의 산물이어야 한다.

선거가 과열되어 당선을 위해 정치의 본령을 잊어가는 혼탁한 선거판을, 국민을 위한 선거로 바로잡는 의미있는 지략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부망천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부천과 인천의 시민들을 위로하고, 국민들에게 식상해진 선거의 의미를 새롭게 되살리는 지략이기도 한 것이다.

이부망천은 하루속히 잊혀지고 그 대신 이식위천과 이민위천으로 가득 채워져, 선거와 정치가 국민을 위한 본분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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