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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가슴에 새겨진 ‘火’ 제대로 치료하자”
[건강칼럼] “가슴에 새겨진 ‘火’ 제대로 치료하자”
  • 정상연 한의사
  • 승인 2018.06.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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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정서 한(恨)과 밀접한 화병

심리적·신체적 다양한 증상을 유발

요인은 다양…융합적 치료 효과적

현대인의 삶은 스트레스가 언제나 동반되기 때문에 화병(火病)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상당하다. 화병은 스트레스에서 발생하는 분노와 억울함과 같은 감정이 누적되다 화(火)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을 가지는 질환으로 ‘울화병(鬱火病)’으로도 불린다.

연구에 따르면 화병은 전체 인구의 4.2~13.3% 에서 발변되며, 중년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65%) 나타난다. 화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남편, 시댁, 경제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한국 여성의 전통적인 '한(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정서적, 신체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오랜 기간 한의원이나 의원에 의존하게 되어 상당한 의료비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화병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화병의 신체적 증상으로는 ‘몸의 열기’ ‘답답함’ ‘치밀어오름’ ‘덩어리 뭉침’ 등이 있다. 신체의 증상이 워낙 명확하고, 환자의 주변상황을 조사해보면 누구나 쉽게 화병을 판단할 수 있다.

화병은 그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신체화장애, 우울증, 감정부전장애,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공포장애, 강박장애, 적응장애 등이 화병환자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소화성 궤양, 암 등과 관련한 스트레스성 신체병리와도 화병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병연구센터의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화병환자의 36.2%에서 정신과 질환이 동반했고, 33.3%에서 근골격계 질환, 20.3%에서 순환기계 질환, 46.4%에서 소화기계 질환, 21.7%에서 호흡기계 질환, 37.7%에서 내분비계 질환, 11.6%에서 양성종양, 5.8%에서 악성종양 등을 동반했다.

진료현장에는 화병을 진단할 수 있는 여러 객관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병면담검사(HBDIS)로 타당도와,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검사인데, 7개의 문항군을 면담자가 순차적으로 질문하여 화병을 진단하는 형식이다.

면담 형식 외에도 자기보고식 진단검사도 개발되어 신속한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MPI), 간이정신진단검사(SCL-90R), 불안척도(SAS), 우울척도(SDS), 분노척도(STAXI), 해밀턴 우울척도(HRSD), Beck의 우울척도(BDI) 등의 기타 정신건강진단 척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심리척도 이외에도 화병 환자들은 복부의 상하 온도 차이, 체간부와 사지의 온도 차이 등을 비교하는 적외선 체열 촬영법을 활용하기도 하며, 노궁이나 전중혈의 압통을 측정하는 것도 평가도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병은 오랜 기간 다양한 요인이 누적되어 발생한 질환인만큼 치료를 할 때에도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화병연구센터에서 제시한 5가지 치료 방법을 나열해보면 약물치료(Pharmacotherapy), 침구치료(Acupuncture and moxibustion, cupping), 인지치료(Psychotherapy), 생활방식 교육(Education), 기타요법(Other therapeutic approaches) 등이다.

화병의 약물치료와 관련하여 자주 처방되고 연구결과도 많이 쌓인 약물은 분심기음(分心氣飮)이다. 자소엽, 감초, 반하, 지각, 청피, 진피, 목통, 대복피, 상백피, 목향, 적복령, 빈랑, 봉아출, 백문동, 길경, 계피, 향부자, 곽향, 생강, 대추, 등심초 등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예로부터 기가 울체되어 가슴이 그득하고 대소변이 원활하지 않는 질환에 두루 사용되었다.

이 외에도 증상에 따라 억간산, 가미소요산, 황련해독탕, 귀비탕, 청심온담탕, 황기계지탕, 보혈안신탕 등이 처방될 수 있다. 상기 처방들은 울체된 기운을 소통시키고 열을 내려주는 약제들이 방제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향정신성약물과 같은 양약과 병행 투약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러 증례 연구를 통해서 한약과 양약의 병행 치료시 부작용 없이 화병이 호전된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침구치료는 가슴이 답답하고 치밀어 오르는 증상들을 단시간 내로 없애주는 효과가 뛰어나 화병치료에 있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보통 전중, 중완, 천추, 합곡, 족삼리, 백회, 용천, 내관, 소부, 태충 등의 경혈이 활용된다. 이 중 특히 전중혈의 경우 진단, 치료, 경과 판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혈이다.

물론 모든 화병환자에게 동일한 경혈을 취혈하는 것보다는 변증과 맥진을 선행하여 침구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사암침, 두침, 약침 등을 활용한 다양한 화병 치료 매뉴얼이 개발되고 있다.

뜸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얼핏 보면 화(火)가 치성한 상황에게 뜸이 오히려 역효과를 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화병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상부에 치성하는 열기 탓에 하복부 냉감과 소화장애 등을 동반한다.

따라서 관원, 중극, 기해 등의 하복부 경혈에 뜸치료를 적용하면 냉기를 물리치는 것뿐만 아니라 한열(寒熱)의 순환을 도와 근본적으로 화병을 치료한다.

화병을 다스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인지치료이다. 특히 침치료나 약물치료와 병행할 때 효과가 뛰어나며, 때로는 단독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인지치료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은 의사가 환자의 생각이나 기분을 분산시키거나, 호흡법을 단련시키는 등의 심리요법을 통해 대인관계로 비롯된 스트레스 상태를 해소해주는 방법이다.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은 대화를 통해서 환자가 병의 경중을 이해하게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근심을 제거하고 질병을 이기려는 마음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즉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환자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명상도 화병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위빠사나 명상의 핵심 원리인 마음 챙김을 근간으로 개발된 마음챙김명상(MBSR)이 국내외적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 음악치료, 부부치료 등이 화병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병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특정 요소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주변 환경이 유발한 병이므로 여러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화병의 특성상 치료 종결 이후에도 어느 정도의 증상이 남을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 사건에 의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화병 환자는 치료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화병에 대한 교육,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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