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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혼, 세상을 보듬다...대한민국전통명장 도천(陶川) 서광윤
장인의 혼, 세상을 보듬다...대한민국전통명장 도천(陶川) 서광윤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8.06.26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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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재윤 기자] 지난 6월 5일부터 일주일 간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대구중구지부 문화센터 기금 마련을 위해 제103호 대한민국전통명장 도천(陶川) 서광윤 선생의 도예전이 열렸다.

도예전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4일 대백프라자 갤러리를 찾았을 때 서 선생은 경기도 이천 자신의 작업장에서 가져온 작품들을 손수 전시장에 배치하며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몇날 며칠 밤을 지새며 장작가마에 불을 살피듯 작품 한 점, 한 점 자리를 잡을 때마다 세심하게 살피고 또 살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소년처럼 맑은 웃음이 얼굴에 그득해진다. 이번 전시회뿐만 아니라 서 선생은 장애인, 독거노인,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전시회를 많이 열었다. 자신의 작품들이 전시회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여질 수 있다는 데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 흙에서 가마까지, 혼을 담는 작가

서 선생은 1970년 당대 백자의 최고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故 지순택 명장의 요에 입문해 10년 간 성형과 조각, 유약의 비법을 사사 받았다. 이후 1978년 도림도원 성형장, 1993년 故 신정희 요 성형장을 두루 거치면서 성형 및, 조각, 화공, 유약 등 어려운 소성의 과정을 익힌 몇 안 되는 도예 장인으로 확고한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서 선생의 작품을 보면 다양한 장르의 치열한 도예적 실험을 엿볼 수 있다. 흙의 선택에서부터 성형과 조각, 유약, 불의 온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예적 시도를 통해 서광윤 고유의 색채를 담아내고 있다.

“달빛에 비친 백자를 보고 있으면 마치 어머니의 품인 양 평안과 인자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항상 만져만 봐도 즐겁고, 한 줌 흙으로부터 태어난 그 멋을 알기에 나이 60이 넘도록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 선생은 “전통 도예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작업의 결과물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중요한 것으로 그는 작품을 제작하는 전 과정이 작품이라고 여긴다.

그는 전국 각지의 흙을 구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작품마다 필요한 흙을 까다롭게 선택하고 수집하는데 흙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렇게 까다롭게 고른 흙을 반죽하며 그는 어떤 작품을 빚을 것인지 구상하고 그 속에 자신의 땀과 삶을 녹여낸다.

물레에 흙반죽을 얹고 발을 굴러 물레를 돌리며 두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청아하고 맑은 작가의 기운을 담아내고, 가마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은 뒤에는 이제 불의 시험을 거친다. 수없이 반복해온 작업이지만 작가는 마치 수도사처럼 정결한 마음으로 불을 준비한다.

이 모든 과정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새로움과 예스러움이 공존하는 감동을 자아낸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흙과의 시간을 온전하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오랜 산고의 시간을 거쳐 나온 분신 같은 도자기를 깨뜨려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기다려져요. 50년 가까이 흙을 만져왔지만 마음은 아직도 처음처럼 설레고 늘 새롭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항상 마음을 다잡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고, 제가 가진 포부입니다.”

미술평론가 오정엽 씨는 서 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해 “서광윤은 세속의 유혹을 뿌리친 선비의 기개와 자연을 닮은 무기교의 멋들이 마치 황혼의 태양처럼 고요히 불타며 형태와 색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며 “하얀 달을 닮은 달 항아리는 고즈넉한 밤을, 붉은 진사의 작품은 찬란한 정오이며 푸르고 깊은 청색은 희망의 아침을 닮았다”고 평했다.

50여 년의 세월을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군 서 선생의 작품들은 빚고, 굽고, 깨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우리네 정신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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