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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문턱] 양은진 ‘숨 고르는 일년의 중간’
[7월의 문턱] 양은진 ‘숨 고르는 일년의 중간’
  • 시인 양은진
  • 승인 2018.06.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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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넘게 달려온…필수적인 쉼표'
▲  시인 양은진
▲ 시인 양은진

● 어깨가 들썩이게 되는 여름

매달 받아보는 시정을 알려주는 잡지! 표지그림으로는 지역 종합운동장에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물놀이장. 그 안에 아이들이 잘박잘박 즐겁게 뛰어다니고 앞장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물렀거라 더위! 폭염도 잊게 만드는 7월의 우리고장”

며칠 새 부쩍 더워지더니 장마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지나가고 나면 가만가만 다녀도 삐질삐질 땀이 나는 본격적이 여름이 온다. 삶의 기승전결이 있다면 싹을 띄우고 부지런히 가지를 뻗쳐 가장 무성하게 성장하여 열매를 준비하는 여름인 것이다.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는 젊은 간호사들도 이유 없이 달뜨고 열정으로 어깨가 들썩이게 되는 여름 그건 조건 없이 4~5일의 휴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바캉스 시즌이면 다들 휴가를 떠나서 도시를 지키는 이들이 주민들이 아니라 오히려 관광객 혹은 유럽각지에서 원정 온 소매치기 잡범들로 채워진다는 프랑스나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위해 1년을 산다는 남미의 어느 나라만큼은 아니지만OECD 가입국 중 최장 근무시간 3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 긴 쉬는 시간이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취업하지 못해 3포 4포 자꾸 포기하는 것들이 늘어나거나 고용된 경우는 존엄한 인간의 삶을 포기해야 할 만큼 많은 일이 주어져 요즘의 화두는 온통 힐링이라는 단어로 쉬고 싶어하는 직장인들 투성이다.

소수에게 부여된 극한의 노동. 여러 명이 나누어 적당한 일을 하는 것이 고용과 복지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기업은 근로자 한명에 대한 고용이 4대보험을 비롯한 상여금지급과 각종 제도에 얽매여 부담이 많다하며 얼마 전 이슈가 된 최저임금 큰폭 상승에 대한 국민의 바램도 결국 희석되고 말았다.

고용유연성이 떨어져서 투자와 고용이 어렵다며 근로자들을 더 쉽게 입‚퇴사시킬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우리는 과연 그 둘 사이 어디쯤을 가고 있는 것일까?

분명 두 점을 잇는 선 사이에 서 있을 텐데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서로 내려놓지 못하는 과한 욕심 때문 아닐까? 하긴 최저시급의 급작스런 상승분으로 치킨집 사장님보다 시간제 노동자가 더 많이 벌게 되는 구조라고 하니, 말랑한 근로를 위한 그 한 발도 내딛기가 편하지 않다.

재벌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만큼 기형적인 우리나라 대기업들 국가의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아서 성장했고 국가 역시 대기업에 기대어 업혀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치킨집 사장님은 몰라도 대기업만큼은 노블레스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인식의 개선과 과감한 구조개혁만이 답일 수 있다.

● 가장 많이 모이는 그때 모여서 노는 것

젊은 친구들과 같이 일하는 필자는 매번 가장 뜨거운 시기에 휴가를 가는 것이 편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더운 7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오히려 그 시기를 살짝 비껴난 7월의 셋째 주나 8월의 둘째 주 정도면 인파에 허덕이는 복작거림을 피할 수 있고, 극성 바가지 상흔까지 피할 수 있지만 젊은 혈기가 어디 그러한가?

젊은 친구들이 모이는 그 더운 곳에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그때 모여서 노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면서 노는 방법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여름은 높은 습도와 함께 과하게 덥고 그 시기를 여름휴가라는 이름으로 쉬어가기는 하지만 꼭 더위를 피한다는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여름휴가는 1년 12달 절반을 넘게 달려온 우리에게 불가피하게 필요한 쉼표일 것이다.

1년 중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 여름휴가라면 우리는 뜨거운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면 가장 좋을까? 회사나 단체에 속한 근로자들도 연월차를 자유롭게 내기 힘들겠지만 쉬는 날에도 일정하게 비용이 지출되는 자영업자 역시 긴 쉬는 날은 맘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위를 피해 간 그곳에서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비싸지는 바가지 상혼 대한민국 국민들 전체가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가는 패턴 서로의 공백을 느끼지 못한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한꺼번에 비슷한 곳으로 몰리다보니 평소보다 과한 비용과 뭉침, 바가지 상혼 등은 필요악으로 매년 눈살을 지뿌리게 한다.

장사하는 이들은 또 말한다. 한철 장사이니 그 정도는 생계를 위한 서민들로 갈무리해서 이해해달라고 한 철 장사가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어느 업종이 한철 아닌 장사가 있을까? 그것은 비도덕적인 행동에 변명이 될 수 없다.

물가가 껑충 뛰어 비싸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계곡물이나 시원한 그늘은 순식간에 없던 주인이 생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수요가 많다고 해서 공급이 갑질을 한다면 한참 갑질에 민감한 요사이 오히려 뒤집힐 수 도 있으니 올 한해만큼은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마음의 양식으로 허기지지 않다면 올 휴가에는 가까운 지역명소에서 우리 동네 맛집을 순회하며 마음을 다스린다면 어쩌면 피곤하지 않은 더 멋진 휴가가 될지도 모른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일하는 필자는 매번 가장 뜨거운 시기에 휴가를 가는 것이 편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이 모이는 그 더운 곳에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그때 모여서 노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면서 노는 방법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 프로필

2012년 예술세계 등단

현 안양 샘병원 치과의사

10기 EBS 스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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