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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역동적인 삶을’
[기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역동적인 삶을’
  • 작가 임덕기
  • 승인 2018.06.2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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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7월에 피는 꽃을 보면, 마음이 조율된다
▲  작가 임덕기
▲ 작가 임덕기

● 쇄락해가는 자신을 다잡는다.

7월, 동네 어귀에 주황색 능소화가 고목을 휘감고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스름해지면 꽃등을 환히 밝힌다. 꽃말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담장 밑에는 빨간 접시꽃이 곧게 올라간 줄기를 따라 화들짝 웃는다.

주홍빛 꽃잎에 까만 점박이 참나리꽃, 알록달록한 채송화도 불볕더위를 아랑곳 않고 길옆 화단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7월에 피는 꽃은 대체로 생명력이 강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 강인하고 열정적으로 꽃이 핀다. 무더운 날씨에 원색으로 피는 꽃을 보면 늘어진 마음이 팽팽히 조율된다.

7월은 계절적으로 여름이다. 인생의 봄인 전반기에는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중반기에는 힘들어도 아이들이 잘 자라고 내가 건강해서 살만하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어느새 인생 끝자락인 후반기를 향해 달려간다. 살아온 시간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쇄락해가는 자신을 다잡는다.

마음은 늙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알고 늙어가고 있어 슬프다. 건강이 한해가 다르게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전반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웬일일까. 그때의 시행착오를 다시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일까. 다시 힘들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싫어서다. 젊어서는 늙는다는 사실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나무가 무성한 여름 숲 같은 중년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리라. 인생의 승부는 대부분 중반기에 달려 있지 싶다. 봄에 뿌린 씨앗들이 여름에 잘 자라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듯이, 볕이 뜨거운 여름날 성실히 일한 사람은 안정되고 편안한 후반기가 찾아오리라는 희망이 있다. 논물에 신경을 쓰고 땀 흘려 잡초를 뽑으면, 애써 가꾼 곡식들이 알곡으로 보답하기 때문이다.

● 본격적 장마! ‘겸손의 진리’

▲ 7월에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천재지변을 통해 겸손해지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 7월에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천재지변을 통해 겸손해지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7월에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철 장대비가 도시에 쏟아져 물난리가 나면 순식간에 도로와 자동차와 집이 물에 잠긴다. 사람들은 천재지변을 통해 겸손해지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재산상의 손실로 실의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해도 방심하면 예기치 않게 불행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7월이 슬며시 알려준다.

장마철에는 기상대에서 태풍으로 조바심을 하리라. 과학이 발달해도 먼 바다에서 몰아쳐오는 바람의 힘을 미리 막을 재간이 없나보다. 어업과 양식업, 비닐하우스, 과수원, 농사, 숲의 나무 등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다. 태풍은 바람길 따라 순식간에 생채기를 입힌다.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바다와 계곡을 향해 떠난다. 예전에는 강릉 가는 길이 멀고멀었다. 기차로 가는 방법은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가다 영주에서 동해북부선으로 갈아타면 강릉까지 꼬박 12시간이 걸렸다.

서울에서 버스로 대관령 넘어가는 일은 무척 험난했다. 위험한 고개인 만큼 자동차 추락 사고도 많았다. 대관령에서 잠시 쉬었다갈 때는 동네 아낙들이 갓 찐 찰 강냉이를 소쿠리에 담아 차창 밖에서 팔았다. 그때 광경이 떠오르고 찰 강냉이 쫀득쫀득한 맛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요즘은 한 시간 반이면 고속열차로 강릉에 도착하고, 새로 생긴 영동고속도로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강원도 바닷가에는 유명한 해수욕장들이 있고 리조트시설도 좋은 곳이 많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사투리대신 서울말 쓰는 아낙들이 생선을 팔고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어쩌다 그곳을 찾아가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 무궁화 꽃…평화롭고 부강한 나라

7월에는 올림픽공원에 무궁화 꽃이 한창이다. 갖가지 무궁화 종류가 ‘무궁화 길’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다. 그 길을 지나가면 절로 나라를 생각 하게 된다. 예전에 집주위에서 보았던 무궁화들은 진딧물이 잘 꼬이고, 아침에 꽃이 피면 저녁나절 꽃잎이 때그르르 말려 금세 땅에 떨어졌다.

과거 우리나라가 주변국가로부터 외세침입을 자주 당해서일까. 나라꽃에 진딧물이 많고 꽃이 빨리 지는 것만 보아도 잠재된 트라우마가 투영되어서일까. 그런 이유로 무궁화를 꺼리는 이들이 있고,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다른 꽃으로 하자는 말도 나왔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인도, 중국,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꽃은 7월부터 시작해서 10월까지 핀다. 요즘 무궁화는 나무에 진딧물도 별로 없고 꽃 색과 모양이 다양해 다른 어떤 꽃보다 우아하고 화려하다. 더구나 끊이지 않고 꽃이 피어 무궁화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에 붙은 지리적인 조건으로 옛날부터 주변국가에서 군침을 흘리곤 했다. 침략을 수없이 당했다. 하지만 민족성이 쉴 새 없이 피는 무궁화 꽃처럼, 풀뿌리처럼 강하고 끈질겨 기어코 나라를 되찾았다.

제 나라말과 글을 갖고 오천년 동안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흔치않다. 자긍심을 갖고 살만 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사람들이 ‘니편 내편’으로 편 가르는 옹졸한 마음만 없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강국, 세계 10대 선진국이고 OECD회원국이다. 국민소득은 올해 3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비약적인 과학발전으로 우수한 두뇌들이 많아 세계적인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오늘도 무궁화 꽃이 핀 길을 걸으며 우리나라가 평화롭고 부강한 나라가 되길 소원한다.

▆ 프로필

시인, 수필가

국제펜클럽 여성작가 위원

『에세이문학』 등단

수필집 『기우뚱한 나무』

시집 『꼰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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