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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간절한 눈빛이 평화롭게 느껴지던 날
[기고] 간절한 눈빛이 평화롭게 느껴지던 날
  • 한상림 작가
  • 승인 2018.07.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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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림, 한밤의 별빛과 눈 맞춤
한상림 작가
한상림 작가

어린 시절, 고향마당에서 올려다보던 밤하늘에는 깨알 같은 별들이 총총 박혀 있었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이 잠든 밤이면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멍석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동심을 키웠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요즘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손과 마음이 바쁘다. 사람들은 잠시도 차분하게 생각할 겨를 없이 달콤한 대중매체의 고삐에 끌려 다니느라 밤하늘을 올려다볼 겨를도 없다.

별자리로 미래를 점쳐 보기도 하고 별자리에서 동경의 대상을 찾고 꿈을 키웠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공부하고 만화영화로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신화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운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아직도 가슴 에이는 노래이다. 별빛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아주 먼 곳에서 깜빡이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 혹은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노래하게 되는 그리움들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중략)/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시대의 어둠 속에서 빛을 잃은 별 하나가 바로 윤동주 시인이었는지 모른다. 그나마 ‘별 헤는 밤’과 ‘서시’를 한여름 밤에 읽어보면서 그 당시 어두운 역사의 간절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절절하게 와 닿고 있다. 8월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먼 우주에서 보내오는 작은 신호들을 보면서 과학적인 언어보다 비과학적인 언어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노래하고 있다. 별빛은 깜빡이면서 지구인들과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의 ‘뼈아픈 별’처럼 나에게도 여전히 뼈아픈 별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이따금 나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아픔과 소통을 하고 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도심의 밤하늘은 언제나 어둡고 춥게 만 느껴진다. 올 들어 유난히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

세계 환경학자들은 물론 국가의 대기 환경공공기관에서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으니, 밤하늘에서 한 두 개의 별빛만이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과 함께 한 여름밤이 더욱더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취해서 귀가하는 어느 밤이 온다면/ 집에 당도하기 전에 꼭 한 번/ 하늘을 보아라/ 별이 있느냐?/ 별이 한두 개밖에 없는/ 도회지의 하늘이건/ 별이 지천으로 돋아난/ 여행지의 하늘이건/ 뼈아픈 별 몇이서/ 너를 찾고 있을 테니/ 그 별에게 눈 맞춘 다음에야/ 벨을 눌러야 한다/ 잠이 들어야 한다 아들아/ 천상의 별을 찾는다 고 네 발밑에서/ 지렁이나 개미가 죽게 하지 말기를/ 통증을 느끼는 것들을 가엾 어하지 않는다면/ 네 목숨의 값어치는 그 미물과 같지/ 아들아 네 등뒤로 떨어지 며 무수히 죽어간/ 별똥별의 이름은 없어 뼈아픈 별이기에/ 영원히 반짝이지 않는 단다. <이승하 시인의 “뼈아픈 별을 찾아서-아들에게” 전문>

시인은 어느 날 밤 마음의 상처를 안고 돌아오며 밤하늘에서 뼈아픈 별과 조우하였다. 그리고 그 아픔을 마치 등 뒤로 떨어져 죽어간 수많은 별똥별처럼 자신의 아픔을 아들에게 당부하듯 노래하였다.

뼈가 쑤시고 아플 만큼 아주 강한 통증을 별빛에 호소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몽골의 초원에는 별빛이 주먹만 하여 달려가면 금방이라도 손안에 쥘 수 있을 것만 같다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몇 년 전, 원주 치악산 문학행사에 참가하여 산속에서 바라보았던 별빛만이 아직도 가슴속에서 꿈틀거린다. 얼마나 크고 밝았던지, 나는 그냥 ‘무공해 별’이라고 불러주고 싶었다.

가슴 설레며 두근거리게 했던 그 별빛을 카메라에 잡으려고 좀 더 가까이 산 능선 쪽으로 걸어가 보아도 제자리였던 ‘무공해 별’, 그 별과의 눈 맞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아마도 십 여 년 전 나를 떠나간 아이의 눈망울처럼, 무슨 말인가 울먹이듯 출렁이며 한참동안 내게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도 그 별에게 무슨 말인가 대답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별은 제자리에서만 반짝였다. 지울 수 없는 내 안의 트라우마를 그날의 별빛에 담아서 가슴에 새겨두게 된 것이다.

한낮 뜨거운 대지에서 햇곡식들과 과일나무 열매들이 탱글탱글 무르익으면 별빛도 뜨겁게 느껴진다. 8월에는 음력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은하수의 오작교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듯 한 해의 첫 수확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월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눈빛도 보인다. 시를 쓰다가 마지막 눈빛으로 호소하던 노시인의 시심도 밤하늘에 박혀 있다.

갑자기 희귀 암 선고를 받은 간절한 눈빛이 평화롭게 느껴지던 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빛도 저 별처럼 빛났다. 먼 이국땅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별빛이 되어 박혀 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별빛이 되어 떠돈다. 내가 만약에 별빛이 되어 우주에 떠돌게 된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저 별을 바라보면서 그리워하기나 할까?

별빛은 그리움이고 소망이고 혼자서 맘껏 얘기 나눌 수 있는 밤하늘의 대고 쓰는 글자들이다. 비가 오거나 잔뜩 흐린 날이면 별빛도 숨어버리면서 잠시 모든 것을 놓아준다.

그리움도 쉬어가라고, 그래서 별들은 가끔 어둠속에서 꽁꽁 숨어버리나 보다.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도 저 별빛들처럼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꽁꽁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 프로필

한예총 전문위원

시인,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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