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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가을! ‘사랑해요 미꾸라지’
다가오는 가을! ‘사랑해요 미꾸라지’
  • 정상연 한의사
  • 승인 2018.08.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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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연 한의사
▲ 정상연 한의사

가을철에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아요

소화기를 따뜻하게, 몸의 습기를 제거

약재와 향신료를 배합하면 ‘환상 조합’

● 이추(泥鰍)와 추어(鰍魚)라는 두 명칭

‘미꾸라지 같은 놈아!’ 할아버지 때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애증(愛憎)의 의미가 가득 담긴 표현이다. 또한 각종 속담이나 전래동화에도 미꾸라지는 자주 등장하고 지금도 시골에 놀러 가면 논두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민물고기이다. 즉 미꾸라지는 한국인의 삶과 늘 함께해온 생명이라 말할 수 있다.

미꾸라지는 한자로 이추(泥鰍)와 추어(鰍魚)라는 두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1820년경 서유구가 저술한 어류학 기술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1590년경 중국의 이시진이 집필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이추(泥鰍)라고 적혀있다.

이(泥)는 진흙이라는 뜻으로 미꾸라지가 주로 논, 호수, 개울의 진흙탕에 서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추(酋)란 강하다는 뜻인데, 미꾸라지의 본성이 강건하고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함을 나타낸다.

1610년에 발행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編)을 보면 미꾸라지는 추어(鰍魚)라고 적혀 있다. 한자 추(鰍)를 살펴보면 가을추(秋)를 발견할 수 있는데, 미꾸라지가 음식이나 약으로 가을철에 주로 포획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미꾸라지는 7월에서 11월까지가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다. 지난 8월 7일 입추(立秋)가 지났고 곧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다가오니, 요즘이야말로 미꾸라지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하여 그 기능을 촉진시켜준다는 것이다.
▲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하여 그 기능을 촉진시켜준다는 것이다.

미꾸라지는 라신, 타우린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또한 단백질 총량도 미꾸라지 100g당 16.2g이나 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단백식품이다. 이 외에도 불포화 지방산, 비타민 A, B₂, D, 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보양식의 대명사인 장어보다도 미꾸라지에 비타민류와 칼슘이 더 많이 들어가 있어 스테미너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미꾸라지를 약처럼 사용하였다. 미꾸라지는 성미(性味)가 평(平)하고 달다. 그리고 그 효능은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하여 그 기능을 촉진시켜준다는 것이다. 13세기 금나라의 천재적인 의학자 이동원은 인체의 중심인 소화 장기의 상태가 전신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설파할 정도로 몸에서 소화기관의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췌장, 위, 소장 등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위하수와 같은 질환뿐만 아니라 사지가 위축되고 정신활동이 부진하는 등 모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몸의 중심을 맡고 있는 소화기에 이로운 음식이자 약이 바로 미꾸라지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미꾸라지의 두 번째 효능은 몸에 쌓인 습기를 제거해준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여름 내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여름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 몸에는 어쩔 수없이 상당한 양의 습기가 쌓인다. 이러한 여름철 습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가을에 반드시 병이 생긴다.

습기는 몸을 무겁게 만들고 체내 물질의 순환을 방해하는 골치 아픈 녀석이다. 미꾸라지를 통해 체내 습기가 제거되면 황달이나 배뇨장애, 부종 등의 질환이 호전될 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을을 맞이할 몸이 비로소 갖추어진다.

마지막으로 미꾸라지는 스테미너 식품이라는 명성답게 비뇨생식계통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의 경전인 소문(素問)의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 따르면 여자는 49세에 그리고 남자는 40세에 신음(腎陰) 혹은 신정(腎精)이 쇠약해진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나이가 들면 아랫배에 힘이 부족해져 발기부전, 대하, 성신경 흥분 등의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우에 자양강장(滋養强壯) 식품으로 유명한 미꾸라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미꾸라지는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숙취 해소에도 좋은데 모두 위에 언급된 3가지 효능과 관련이 있다.

▲  미꾸라지는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숙취 해소에도 제격이다.
▲ 미꾸라지는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숙취 해소에도 제격이다.

● 파고지(破古紙)와 산초! 향신료로 제격

미꾸라지로 음식이나 약을 만들 때 궁합이 잘 맞는 약재를 곁들이면 좋은데, 가장 추천할만한 것은 파고지(破古紙)이다. 보골지(補骨脂)라고도 불리는 약재인데, 예로부터 몸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빼먹지 않고 달여 먹었던 귀한 약이다.

미꾸라지에도 아랫배를 보강하는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약력(藥力)은 소화 장기를 포함한 몸의 중간을 타겟으로 한다. 한편 파고지는 아랫배에 집중하는 약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꾸라지와 같이 배합되면 몸이 전체적으로 보강되는 상승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약처럼 미꾸라지를 섭취하는 경우에는 파고지를 배합해야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파고지는 기름 성분이 많아 소금물에 법제를 하고서 사용해야 하고, 열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한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꾸라지를 식탁 위에 올릴 때 적절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추어탕과 같은 대부분의 미꾸라지 요리에는 내장과 뼈까지 모두 사용되기 때문에 그 냄새를 중화시켜 주는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해 내는 것이 산초(山椒)이다.

산초는 잎과 열매에 특유의 향이 있고 열매 껍질에 매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에 풍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위장 운동과 몸의 신진대사 기능을 촉진시켜 미꾸라지의 약력을 높여준다.

미꾸라지를 요리로 만들 때 두부에 넣어 끓이거나 튀김을 만들기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추어탕이다. 추어탕은 지역의 특색에 맞게 다양한 조리법이 전해져 온다.

크게 경상도식, 전라도식, 서울식으로 나뉘는데, 미꾸라지를 삶아서 얼망에 걸러내는 식은 모두 비슷하나 그 외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각각 다르다. 하지만 미꾸라지가 지는 효능은 모두 같으므로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해서 먹으면 된다.

최근에는 미꾸라지가 민물에서 자라는 모기 유충을 잡아먹어 친환경적으로 모기를 방역해주고, 연못의 진흙을 파내어 물속에 용존 산소량을 높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꾸라지의 보존가치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미꾸라지에게 먹이라도 하나 먹여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미꾸라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고서 이번 가을에는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식탁 위에 미꾸라지를 자주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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