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락 시인의 명시 읽기-7] 김은령 「해인으로 가는 길」

김용락 시인 · 문학박사 / 기사승인 : 2018-08-30 1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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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경에 하늘을 봤다


오늘은 마침 달도 밝아서


하늘이 보였다


점. 점 불 빛 같은 별들도 보이고


바람이 부는지


구름이 달 쪽에서 별 쪽으로 간다


구름은 저 천공 중에서 사라지거나


언젠가 비가 되거나 눈이 되어


지상에서 사라질 것인데


오늘은 저 허망할 것 같은 존재가


저렇게 빛나고 있는 달과 별 사이를 잇는


길을 낸다


어쩌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우리가 올려다만 보아온 어떤 완전체보다


제 자리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빛나는 것들보다


허망하게 사라진 존재들이 만든 길,


그 길인지도 모른다


- 김은령 「해인으로 가는 길」 전문



김은령 시인(1961~ )이 세 번째 시집 『잠시 위탁했다』(문예미학사, 2018)을 출간 했다. 김 시인은 지난 1998년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해 그간 두 권의 시집을 냈고, 백신애 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대학원에서 ‘원효’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저서 『삼국유사로 걷는 佛法의 길』을 낸 불교 학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세 번째 시집도 불교적 사유가 짙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 인용한 시 해인으로 가는 길도 불교적 사유가 돋보이는 시이다.


우선 ‘해인’(海印)이 무슨 뜻일까? 불교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개념이고 논자에 따라 다양한 논의를 가능케 하는 큰 개념이다. 여기서는 범박하게 말해 불교적 진리정도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불교적 진리는 무엇일까?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집착하지 않는 정신과 삶, 집착하지 않는 출세간은 또 다른 이름으로 해탈이나 득도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맑고 차가운 서정시에서 느끼는 것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두 존재, 달과 별을 이어주는 것은 뭔가 또 다른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바로 허망하게 사라질 구름인 것. 그리고 시적 화자(시인)이 가 닿으려는 海印(진리)의 세계도 우리가 완전체라고 선망해온 절대적 존재나 이미 자기 영역을 확보한 빛나는 권위(력)이 아닌 “허망하게 사라진 존재들이 만든 길” 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바로 진리의 세계에 가 닿기 위해서는 섣불리 안주하지 않는,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금강석 같이 단단한 자기갱신의 정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닐까?


해설 : 김용락(1959~ )


시인 · 문학박사. 1984년 창비 신작시집으로 등단.


시집 『산수유나무』 외 다수


평론집 『문학과 정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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