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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의 프리즘] 똘똘한 한 채를 산 이 차장, 빚 없이 실거주 위주로 산 전 차장, 그 결과는?
[이영호의 프리즘] 똘똘한 한 채를 산 이 차장, 빚 없이 실거주 위주로 산 전 차장, 그 결과는?
  • 이영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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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칼럼니스트
이영호 칼럼니스트

[일요주간 = 이영호 칼럼니스트] 같이 직장생활을 했던 동료의 이야기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 결혼, 아기를 낳고 기르고 있고,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연봉도 비슷하다. 약 4년 전 두 사람은 알뜰히 모아 집을 샀다. 이차장은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오르려는 기미가 보이자, 무리를 해서 서울 중심에 집을 샀고, 집은 거주라는 인식과 빚을 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전 차장은 서울 근교 신도시에 거처를 마련하였다. 요즘 세상에 자가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체만으로 두 차장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년 후 희비가 엇갈렸다. 이 차장과 전 차장의 자산가치는 약 3배차이로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차장은 얼마 전 있던 집을 매각하고 더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서울 중심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다.

위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정부를 믿고 움직였다가는 부동산 쪽박 찬다’라는 시장 내 컨센서스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투기할 생각하지 말고, 거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다. 투기자와 거주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이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이 차장의 경우를 봐도 실거주자이면서도 투기자이다.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이사를 다니지만, 동시에 거주의 목적도 크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를 사는 수요층이 요즘 크게 늘고 있다. 이 차장처럼 집값이 계속 오르면 맞벌이 부부가 편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는 도심에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지면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집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라는 특이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월세의 경우 월세 값이 올라도 그 오르는 절대액수가 감내할 만한 수준이고, 월세 거래에 있어 수요자 교섭력 (Buyer Bargaining Power)이 공급자 교섭력 (Supplier Bargaining Power)에 우위에 있다.

그 결과 월세로 살면 세입자의 부담은 크지만 거주 안정성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세는 상황이 다르다. 공급자 교섭력이 수요자 교섭력보다 크다. 그리고 오르는 집값을 전세가액에 반영함으로써, 재계약 시 전세금이 오르게 되면 절대 액수가 크기 때문에 수요자가 감내를 하지 못하고 지역을 옮기면서 이사를 해야 한다. 이러한 압박은 집을 매수하고자 하는 의지로 옮겨지고 실수요자로 분류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똘똘한 한 채를 희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공급은 어떠할까? 정부는 서울 근교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시 헛 다리를 짚는 모습이다. 앞서 말 한 바와 같이 요즘 세상에 감히 집을 살려는 수요층은 맞벌이 층이다. 맞벌이 가구가 출퇴근을 하루에 두 시간 이상씩 허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은 없다. 외벌이라 해도, 자녀 교육 및 접근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 도심에 전세로 라도 산 후, 은퇴에 맞춰 서울 외각으로 나 갈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집값을 잡아야 할까? 위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현재 제도 아래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하기는 어렵고,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공급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전세 제도에서 오는 거주 안정성의 불안으로 내 집 마련의 수요는 지속하는 상황이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서울 도심 지역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도심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경우 사실 아파트촌보다는 용적률이 낮은 빌라나 주택 촌이 많다. 정부가 투기 세력이 몰릴 것 같아 재건축을 제한하고 용적률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영국 런던의 경우 용적률 제한이 무척 심하다. 규제하는 목적은 우리와 다르다. 도심 자체를 하나의 문화유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국 또한 런던 도심의 개발규제가 심하고 그 결과 살인적인 집값을 형성하게 되었다. 템즈강변이 보이는 침실 2개 아파트가 345만 파운드 (GBP)로, 한화 약 50억 원이다. 얼마전 24억 5천만 원에 거래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우리 또한 런던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규모 도심개발은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야 할 부분은 수요관리이다. 필자는 부동산투자로 인해 얻은 소득에 강력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실 거주에 목적 또한, 가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가구의 저항이 매우 거세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필자가 생각하는 방법은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소유권과 거주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상황에 따라 보통주 (Common Stock)과 우선주 (Preferred Stock) 발행할 수 있다. 보통주는 의결권을 가진 주식이고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이 우선시 된다. 집 또한 주식과 같은 방법으로 소유권과 거주권을 분리하고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으면 어떨까? 투기세력은 소유권만 사고 거주권은 매각하려고 하려고 것이다.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사람은 이 모두를 살려고 할 것이고, 집을 사는 것은 부담되지만 거주 안정권을 추구하는 사람은 거주권만 살려고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를 명확히 분리할 수 있어, 수요관리가 용이 해진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만 해도 부동산대책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시장은 역 반등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요즘 국민들은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예전에 비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차피 ‘실패’ 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경제 정책은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역발상적이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에 한 해서는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에 패 했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시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시장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징벌적과세를 통한 수요관리가 아닌 스마트한 수요관리가 필요하고, 수요가 빈 곳에 공급하려 하지 말고 실제 수요가 있는 곳에 부동산을 공급해야 한다. 기존 과 같은 방식의 부동산 대책이라는 ‘규제’가 부동산시장을 ‘구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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