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2 21:04 (수)
‘기차에서 핀 수채화’ 박석민 지음
‘기차에서 핀 수채화’ 박석민 지음
  • 소정현 기자
  • 승인 2018.09.19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처 몰랐던 각 지역의 매력 포인트 넘실’

[일요주간 = 소정현 기자] 기차 여행에는 낭만이 있다. 자가용이나 비행기와는 다른 기차만의 매력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굳건하다. 바쁜 세상,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실은 채 차창 밖을 내다보는 한적함과 여유로움은 특히나 요즘 더 끌린다.

19살 어린 나이로 철도청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기차와 함께한 국내 최초 기차역 이야기꾼 트레인텔러(train teller)인 저자가 전달하는 기차와 기차역에 대한 이야기는 담백하고 매력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간이역 하나씩 안고 산다. 몰래 감춘 보물창고처럼 살짝 들여다보면서 그 역에 얽힌 추억을 만지작거린다. 시골 역은 무릉도원처럼 판타스틱하지는 않지만 삶과 추억이 녹아있어 더 애틋하다. 플랫폼에 기차가 서고, 아담한 목조건물에 차표 파는 대합실이 있고, 광장에 나서면 식당·선술집·옷가게가 있어 사람냄새가 난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선을 잇는다 하여 명명된 경전선은 1968년에 개통되어 2천 년 동안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막혔던 두 지역을 편리하게 연결시켰다. 이후 남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철도 역할이 낮아졌다가 다시금 진주까지 KTX가 운행되면서 각광받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경전선 중에서 광주~순천 간은 89년 동안 선형을 한 번도 개량하지 않아 낙후 노선이 되었다.

그런 바람에 이 구간에 옛 간이역들이 보존되어 남평역이 등록문화재 299호, 원창역이 128호로 지정되었고 능주·명봉·벌교·득량역은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소문이 났다. 이외에도 전라선에 서도·곡성·율촌역과 장항선에 임피 간이역이 근대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일부는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일부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처럼 남도 간이역에 다시금 따뜻한 관심을 쏟고 잘 다듬어서 우리 곁으로 되돌렸으면 한다.

기차역의 역사를 각 지역의 역사와 연계시켜서 설명하는 것을 보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넉넉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다양한 기차여행 상품에 대한 설명은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저자는 정감 넘치는 ‘사람 냄새’나는 언어로 명료하고 맛깔난 필치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수채화로 그려진 아름다운 삽화 역시 잔잔한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  저자 박석민
▲ 저자 박석민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각 지역의 매력 포인트 역시 놓칠 수 없는 정보다. 철길 인생 35년차인 저자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볼거리, 먹을거리 등은 국내 철도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에게 매우 값지고 유용한 팁이다.

기찻길은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 하나로 묶어내는 기적을 만든다. 남북화해와 더불어 남도에서 출발한 기차가 러시아, 중국, 몽골을 거쳐 유럽까지 갈 날을 기원하면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 기차 여행을 통해 국내의 매혹적인 관광지를 둘러보고 싶은 독자, 기차 자체에 흥미가 가는 독자, 각 역에 얽힌 역사와 풍미가 궁금한 독자라면, 서슴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섹션별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