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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T 화재, 통신 대란은 사회적 재앙이다
[칼럼] KT 화재, 통신 대란은 사회적 재앙이다
  • 최충웅 언론학 박사
  • 승인 2018.11.2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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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지난 주말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는 국가의 신경중추 일부가 마비되는 사건이다. 국가의 기간통신망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인명피해도 없고 규모로 보면 비록 큰 화재로 보이지는 않지만 통신대란은 사회적 재앙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가로·세로 2미터, 길이 150미터 지하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서울의 중심부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이 지역에서는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IPTV 서비스는 물론 카드 결제까지 중단됐다.

지하철 물품 보관함과 주차장 출입문 등 통신과 관련된 모든 시설이 멈췄고, 심지어 일부 경찰서의 112 신고 시스템까지 단절되기도 했다.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었으면 금융 서비스까지 올 스톱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날 뻔했다.

심지어는 병원 통신망과 용산 국방부 전화망이 두절되는 일도 발생 했으니, 통신마비가 국민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통신대란은 단순히 통신장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마비로 이어져 충격이 컸다. 지하 통신구는 정보통신 기술의 모세혈관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화재 지하 통신구에는 소화기 한 대만 비치되어 있었다.  

화재 진압에도 10시간이나 오래 걸렸다. 현행 소방법상 지하구 길이가 500m 이상일 경우에만 스프링클러와 같은 연소 방지 시설과 자동 화재탐지 설비를 갖추도록 되어있다. 겨우 불은 껐지만 복구에 일주일은 더 걸릴 전망이다.

KT가 통신장비와 회선을 분산 수용하지 않고 장비와 회선을 한데모아 집중 관리하다 보니 통신구 한 곳의 화재로 서울 도심 일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하 공동구뿐만 아니라 개별 통신망 거점도 화재나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KT 통신망의 전국 통신국사는 56개이다.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분류돼 통신사의 자체 점검에 맡겨졌다. 정부는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통신선로를 A, B, C, D의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C 등급은 통신망이 손상될 때를 대비해 백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이원화돼 있지만, D등급은 이런 의무가 없다. D등급 통신국사는 전체 숫자의 절반 가까운 27개로 이들 통신국사에서 사소한 화재가 발생해도 아현지사와 유사한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KT의 관리 부실도 문제였지만 국가 기간시설의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에서 정부 책임도 면키 어렵다. 현재 전기·통신·상수도·가스 등 생활 관련 중요 공급 시설을 묶어놓은 지하 공동구는 국가에서 관리하지만, 개별 통신선로는 해당 통신사가 관리한다. KT 아현지사가 통신 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았다. 관리자도 없이 네트워크 유지보수 자회사 직원들에게 관리를 맡겨왔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각종 전화선과 광케이블이 가득 찬 통신구는 우리 사회의 신경망이자 생명선이다. 통신망이 마비되면 심각한 대혼란을 초래하므로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만약 테러 세력이 지하 통신구에 연쇄적으로 방화했다고 가정해볼 때 끔찍하다.  

화재 발생 시 소방관 진입이 어려운 작은 지하 통신구의 소방시설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동 화재탐지 설비와 자동 진화 시스템을 완비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통신사는 화재 지진 등 재해로 기지국이 마비될 경우 광역기지국을 가동, 커버해서 통신두절 사태를 막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통신망은 소유 기업의 차원을 뛰어 넘는 국가적 인프라다. 정보의 통로가 마비되면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고, 우리 사회의 혼란을 증폭시킨다. 통신망은 단순 통화연결 기능을 넘어 안보·금융·의료·산업·치안·교통 등 우리 사회와 국민생활에 직결돼 있다.

통신 네트워크는 국가기간시설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은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 우선해야한다. 통신 대란이 발생하면 경제활동과 재난 대응, 안보 등 우리 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피해를 고려해서 통신시설의 안전 규제를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세계가 놀라는 한국의 정보 통신망 디지털스마트 기능은 앞서 가는데 안전보안은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다.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치욕적인 사태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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