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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끼 자루 썩는다
[칼럼] 도끼 자루 썩는다
  • 최철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2.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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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최철원 논설위원] 먼 산과 하늘의 경계를 뿌옇게 지우며 미세먼지를 머금은 추운 날이 흐린 날로 이어진다. 나무들도 잎을 다 버리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안거에 들었다.

떨어져 쌓인 나뭇잎을 보며 무엇이든 시작이 있음으로 인하여 끝남 또한 도래한다는 순리와 이치를 생각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청산’의 정치 굴레 속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작금의 세태를 보면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틀린 것인지 뿌연 날만큼이나 혼돈으로 헷갈린다.

크고 작은 현상에 있어 거짓과 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는 양면의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절대적 기준에 견주어 판단하는 것이 하나이고, 상대적으로 비교 판단 하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일 것이다. 어느 쪽이 나은가는 일이나 현상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때에 따라서는 양면의 관점이 서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때 보다 정확한 판단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방식도 아닌, 자기들만의 관점과 주관적 시각으로 상대를 옳고 그름으로 찍어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의 만연이 우리를 몹시 짜증나게 한다. 특히 정치판에서의 그런 경우가 우리 사회와 대중의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고 갈등의 양상을 증폭시킨다.

한 범죄자가 또 다른 범법자를 두들겨 패고 있는 경우를 가상해 보자. 이를 보는 구경꾼의 입장과 판단은 갈라지게 될 것이다. 시비의 절대적 측면에서 보면 두 범법자의 싸움일 뿐이고 상대적 관점에서 보면 나쁜 자와 덜 나쁜 자, 나쁜 자와 좋은 자의 싸움으로 비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감정적으로 흔히 빠지기 쉬운 것은 두 범법자 중 얻어맞고 있는 약자의 편을 들면서 상대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범죄자가 범법자보다는 죄가 무거울 뿐 아니라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이 약자인 범법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절대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이런 판단은 달라진다. 범죄자에게 맞았다고 해서 범법자가 본질적으로 착한 사람이거나 선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범법자는 똑같이 나쁜 자일뿐이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촛불 집회에 편승해 손쉽게 정권을 쟁취하고 정치적 갑의 위치인 여당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전 정권이 끄집어낸 ‘적폐’라는 용어가 부메랑이 되었다. 현 정권은 ‘청산’이라는 용어를 덧대어 양날의 검인 양 광란의 검무로 무소불위 갑질을 해대고 있지는 않은지 민심의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주장하고 마구잡이로 전 정권을 난도질하는 그들의 행위 ‘적폐 청산’도 그 정도가 지나쳐 구원에 대한 보복이라는 세간의 시각과 인식도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국가적 안보와 이익, 국민의 안위와 행복이라는 큰 과제 앞에서 정치권은 지극히 겸손해야 한다. 자기들 패거리만의 이해관계에 집착해 포용과 배려는커녕 대립과 분열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대지는 않은가. 법령과 상식의 기준을 넘어서 걸핏하면 총파업에 돌입하는 민노총 등 노동단체의 과격한 단체행동은 국민을 을로 보고 백성 취급하는 무서운 갑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이들은 무서운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시민 사회와 우리들의 삶을 내몰고 있다.

현 정권은 적패청산이라는 구실로 오래된 일부 관행과 관습도 모두 전 정권이나 보수 정권의 탓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정권에 밉보인 사람들에 대한 수사 · 조사 · 망신주기는 법을 가정한 폭력과 같다. 오직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편협한 외눈박이 시각은 아닌지, 훗날 역으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될 행위에 쉼 없이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들만의 정의’, ‘그들만의 정치놀음’을 법이라는 잣대로 무장하고, 이 법은 무엇보다 적폐 청산이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수레의 한 바퀴가 펑크 난 상태, 새도 한쪽 나래가 꺾여 좌로 기운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은 결코 좌나 우 편향 외눈박이가 아니다. 국방도 안보도, 경제도 행복도, 이제 그 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현 정권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들만의 신선놀음에 도낏자루가 썩고 있다. 모름지기 균형 잡힌 매의 눈으로 살피고 지켜가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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