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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 반도체 백혈병' 생산라인 아니어도 유해물질 노출...역학조사 잘못 '산재' 인정
법원, '삼성 반도체 백혈병' 생산라인 아니어도 유해물질 노출...역학조사 잘못 '산재' 인정
  • 이수근 기자
  • 승인 2018.12.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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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가공공정 생산라인 직접 담당하지 않았더라도 출입, 체류 시 벤젠 등 노출 가능성 긍정
"정부, 발암물질 노출 웨이퍼 가공공정에 대한 직업환경 전혀 고려하지 않은 중대한 잘못 저질러"
사진은 지난 7월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반도체 백혈병'과 관련해 반올림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태와 관련해 역학조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생산라인 직접 업무 담당자가 아니어도 생산라인 출입, 체류 시 벤젠 등 노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 백혈병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퍈결을 내려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9일 정모씨가 지난해 10월26일에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산업재해 인정)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원고는 약 4년 동안 FA 업무 중 식각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산화에틸렌, 아세톤, 이소프로필 알콜, 황산, 과산화수소 등에,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내내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제대로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로 웨이퍼 가공공정이나 EDS공정에 수시로 출입하거나 상당한 시간 동안 체류하면서 그 공정에서 발생하였을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웨이퍼 가공공정이나 EDS공정을 직접 담당하는 근로자에 비해 그 노출의 정도가 낮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낮은 정도로 노출되더라도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의 역학조사 잘못도 지적했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ER 샘플관리 업무, FA 업무, PA 업무를 하면서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수시로 웨이퍼 가공공정 등에 출입하거나 체류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산보연은 원고가 수행한 위 3가지 업무만을 중심으로 그중 식각 작업에 사용된 화학물질과 다른 공정의 식각 작업환경에 집중해 역학조사를 했을 뿐이고, 벤젠 등 발암물질의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웨이퍼 가공공정 등에 대한 직업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기에, 산보연의 역학조사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작업환경측정 제도의 한계를 인정했다.

“일정한 시기에 각 공정, 작업장소별로 1회 측정하는 방식은 실제 작업환경의 측정결과로서 한계가 있으며,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해당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데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 등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유해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노출 수준 이하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병 중 ‘왼쪽 결장 반절제술 후 상태’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인한 상병으로 치료방법의 부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상병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원고의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면서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률이 높은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원고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유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일정한 시기에 각 공정, 작업장소별로 1회 측정하는 방식은 실제 작업환경의 측정결과로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료방법의 부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상병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원고의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올림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03년 6월25일 만 18세의 나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기흥사업장에 입사했다. 이후 2010년 5월6일 사업장에서 쓰러진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받았으며, 2013년 7월23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이유로 요양급여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8일 근로복지공단이 정씨의 산업재해를 부정하며 요양불승인 처분하자 같은 해 10월26일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산업재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9일 원고 승소 판결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당시 정씨가 반도체공장에서 맡았던 업무는 ER샘플관리(2003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약 1년 근무), 비양산 샘플 웨이퍼(대량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견본으로 만들어진 웨이퍼)를 각 업체에 보내기 위해 EDS 공정(Electric Die Sort, 웨이퍼 상 각각의 칩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공정)까지 끝난 웨이퍼를 수거해 캐리어에 담아 분류하는 업무였다.

이후에도 불량분석(2004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약 4년) 분야에서 DDI(Display Driving I.C., 액정모니터 구동 칩) 제품기술팀의 불량분석(FA(Failure Analysis) 업무를 담당했다.

불량분석이란 EDS 공정까지 마친 웨이퍼를 깊이 식각(화학약품을 사용하여 깎아냄, Decap이라고도 불림)해 층(Layer)별로 어느 단계에서 불량이 났는지를 분석하는 업무로, ‘ EDS 라인에서 불량 웨이퍼 수거, MS라는 기계로 불량 칩 찾아내기, 가스 처리, 웨이퍼 칩 중 불량 부분 잘라내기, 연마(Polishing), 식각(Decap), 고배율 광학 현미경 등으로 불량을 분석’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FAB 공정 전산관리’와 ‘FAB 웨이퍼관리’ 업무(2008년 8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약 1년8개월) 라인에서도 근무를 했다.

‘FAB 웨이퍼관리’업무를 위해서 FAB 6라인에서 1일 4시간 정도 머무르면서 웨이퍼의 낱개 수량을 조정해서 다른 캐리어에 옮기고, 한 달에 3~4번은 여전히 불량분석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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