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이 ‘칼’이 될 때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1-10 16: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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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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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모든 사실은 보는 관점과 주관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사실로 여러 가지 진실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면서 공익신고 강화를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 공익 신고의 기준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신들의 치부는 덮어두고 남의 치부만 고발하여 선별 취급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친다. 지금 김태우 청와대 특별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언론 제보 사실을 두고 '공익제보자'다 '내부고발자'다 라는 두 가지 정반대 의견으로 갈려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우리는 이 사건을 대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다른 주장할 때 어느 것이 진실인가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내부 비리 고발로 세상 이목을 집중한 2가지 사건을 되짚어 비교해보자.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 농단 주역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 K 이사와 노승일 전 K 스포츠 재단 부장을 의인으로 추켜세우고 감쌌던 현 여당은,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동기만 과도하게 부각해 인신공격으로 “네가 몸담고 있었던 조직이 잘못한 게 아니라 네가 잘못 보고 행동하고 있다.”며, 인간이 아니라 '미꾸라지'와 망둥이, 양아치라는 폭언으로 인간 말단으로 치부했다. 여당의 입장에서 두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이념의 유령을 좇아 적개심으로 포장한 채 뱉어내는 쓰레기 언어다. 내부자 고발 보호법이 적용되는 비슷한 두 사건을 정치 환경이 바뀌니 여당은 정반대로 해석한다.


내부 비리 폭로자가 사실을 말할 때 동기와 과정이 아무리 옳지 못한 방법으로 말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이미 정의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개인 비리와 연관시키면 올바른 목적의 공익을 위한 제보라 볼 수 없다. 이미 밝혀진바 고영태는 최순실과 거래 관계에서 개인 욕심이 뜻대로 관철되지 않아 최순실 비리를 폭로한 사건으로 결론이 나 있다. 김 수사관과 신 사무관의 폭로에 관한 사실은 정치권의 청문회나 법정에서 소상히 밝혀지겠지만, 현재 나타난 바로는 개인 사익과는 무관한 조직 내부의 불복과 비윤리적인 행위를 밝혀 바로잡으려는 노력으로 개인이 양심에 따라 용기를 낸 것이고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 전체의 공익과 안정을 위한 것이다.


국민들 눈에 비친 정부 대응에도 문제점이 있다. 우선 공익신고자 보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법을 지켜야 할 정부도 법을 어기고 있다. 잘못에서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항상 정부는 본말전도 행위를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을 제보자가 상상 속에서 가공해 폭로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경우 배경 이유 여하와 관계없이 잘못된 국정 운영의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감추며 제보자에게 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죄목을 씌워 떠넘긴다면 그야말로 본말의 전도이자 책임회피다.


정치권은 시대정신과 민심이 등을 돌리면 아무리 서민을 위한 정치라도 헛구호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모적 논쟁보다 내부 고발의 본질적 내용의 실체적 사실 규명이 먼저다. 지금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차분히 따져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여?·야는 진영 논리를 앞세워 지지하거나 반대해선 안 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 시행되어 8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현실은 애초에 기대했던 바와 거리가 멀기만 하다. 법을 통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한 사례도 있지만, 내부고발자가 적절하고 충분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특징은 공익제보자를 법으로 철저하게 보호한다. 우리는 아직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와 유·불리에 따라 공익제보자들을 옹호했다 내쳤다 한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이유는 내부 고발 후 역풍으로 각종 위협과 위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정치권, 정부, 사회는 공익 제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행동을 볼 때 문득 떠오르는 글이 있다. "생각하는 건 쉽고 행동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독일 문호 괴테의 명문구다. 그들은 오직 하나의 선이 있으니 그것은 양심에 따르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내부 비리 고발은 정의와 의리 사이에서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택하는 고육지책으로 어둠 속에 등불을 켜는 것이다. 두 사람의 양심에 따라 용기를 낸 그 ‘말’은 ‘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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