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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땅 밟은 파인텍 노동자들...'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취재수첩] 땅 밟은 파인텍 노동자들...'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 조무정 기자
  • 승인 2019.01.1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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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조무정 기자] 고공 75미터 굴뚝에서 426일. 무려 1년하고도 두 달 동안 생명을 위협 받는 극한 상황 속에서 농성을 벌이던 파인텍 노동자 두 명이 사측과 고용 보장 등을 합의하고 11일 굴뚝에서 내려왔다.

박준호, 홍기탁씨는 지난 2017년 11월12일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고용·노조·단협 승계 약속을 어긴 것에 반발해 굴뚝에 올랐다. 감옥으로 치면 0.75평 독방에서의 격리된 감치 생활과도 같은 상황에서, 이들은 11일 기준 426일로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세웠다. 

파인텍 노사 간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27일 교섭을 시작한 이후 6차례 만나 교섭을 벌였고, 10일 열린 6차 교섭은 시작 30분 만에 중단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결국 피말렸던 양측의 교섭은 파인텍 대표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고, 최소 3년간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 등 모두 8개 항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좌)과 차광호 지회장(우).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좌)과 차광호 지회장(우).

합의 내용 중에는 조합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고, 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오는 7월1일까지 6개월 간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4월30일까지 단체협약 체결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측에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만약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자칫 두 노동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두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투쟁 끝에 얻어낸 것은 '고용 3년 보장'에 '최저임금 + 1000원의 기본급'이다. 그 외 노조 인정, 법정 노동시간 준수 등 그냥 노동법을 지키는 수준의 합의 정도다.

파인텍 노사간 합의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착잡한 심정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왜 노동자들이 자꾸 굴뚝 위로 올라가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땅을 딛고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존재를 알릴 수 없기에, 삶을 던지는 극한투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세상에 진실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어느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노동법은 '굴뚝 기본법'이 되어버렸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하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모쪼록 고공농성을 마친 두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울러 노동 기본권이 보장받는 공정한 사회의 가치가 바로서는 나라다운 나라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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