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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한방칼럼] 허준의 스승이 전한 비만퇴치법 ②
[김주호 한방칼럼] 허준의 스승이 전한 비만퇴치법 ②
  • 김주호 원장
  • 승인 2013.03.2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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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양예수 『의림촬요』


속이 냉한 소음인의 비만약, 선복근


쪄서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다. 들에서 자생해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다.
‘선복근’은 메꽃 뿌리를 말한다. 메꽃은 ‘선복화(旋花)’라 하는데 다른 이름으로는 ‘금전화(金錢花)’ 또는 ‘금비초(金沸草)’(흔히 ‘금불초’라고 하는데 이는 ‘비’의 한자음을 ‘불’로 잘못 읽어서 전해진 것이다)라고도 한다.

평소에 호흡기가 약해 감기가 들면 가래기침을 하는 이에게 효과가 있다. 뿌리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뱃속의 찬 기운을 다스리면서 기운을 북돋우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한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성질이 있어 다치거나 칼에 베었을 때 살을 아물게 하고 뼈를 붙여준다. 쪄서 먹으면 맛과 향기가 좋아 뱃속을 따뜻하고 든든히 해주면서 몸 속 수분도 제거해주므로, 평소에 속이 냉한 소음인이 비만인 경우에 응용해볼 만하다.

갈증과 숙취 없애주는 갈근 

뿌리를 캐어 가루 내어 먹으면 곡기를 끊어도 배고프지 않다.

‘갈근’은 칡뿌리를 말한다. 칡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봄·가을에 채취하는데 봄기운을 받고 자란 것이 더 좋은데 달면서도 싸하니 약간 매운맛이 있다. 봄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자란 칡은 물이 오르면서 위로 쑥쑥 자라는데 땅속의 진액을 담아 가지 끝까지 힘차게 퍼올린다. 그리하여 겨우내 얼었던 땅속 수분이 봄 기운에 녹아내려 시원하게 가지 끝까지 적셔주기 때문이다.

칡은 태음인에게 적합한 약으로, 약진하는 봄 기운을 담아 땅속의 시원한 물로 답답한 가슴과 목을 적시니 갈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그래서 입이 마르거나 당뇨병으로 갈증이 자주 나는 사람에게 아주 그만이다.

또한 소화기에 작용하여, 감기 뒤끝에 열이 나면서 장염이 생겨 꽤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퍼지는 설사도, 시원하게 가라앉히면서 아래로 쏟아지는 설사를 위로 끌어올려 멈추게 해준다. 감기로 열이 나면서 뒷목이 뻣뻣한 것은 그 열이 뒷목에 뭉쳤기 때문인데, 칡의 시원한 진액이 그 열을 끄면서 끄트머리의 나긋나긋함처럼 뻣뻣하던 목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땅속에서 막 올라온 새순은 새봄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데다 털이 뽀송뽀송하게 나 흡사 사슴뿔 같다. 그래서 조선 말기에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제창한 이제마(李濟馬) 선생은 태음인에게 녹용 대신 칡의 새순을 쓰기도 했다.

이것을 ‘갈용(葛茸)’이라 하는데, 실제로 그 맛과 향이 녹용과 비슷하고 지속적으로 쓰면 효능도 비싼 녹용 못지않다. 또한 칡꽃은 ‘갈화(葛花)’라고 하는데, 이는 술에 찌든 태음인에게 더없이 좋은 해독제여서 주독(酒毒)을 푸는 데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태음인의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경화에도 이 갈화를 써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가슴과 엉덩이 늘어진 산후 부인들의 명약, 하수오

뿌리를 쪄서 볕에 말린다. 알약이나 가루로 만드는데 생것으로 먹어도 된다. 양곡을 줄일 수 있다.
‘하수오’는 그 이름에서 벌써 특이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어찌 하’와 ‘머리 수’ 그리고 ‘까마귀 오’의 세 글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어찌 머리가 까마오?’의 뜻이 된다. 이러한 이름을 가진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선비가 길을 가다가 해괴한 장면을 목격한다. 젊은 아낙네가 노인네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아낙은 아주 젊어 새파랗고 노인은 아주 늙어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도 굽은 상태였다. 기가 막힌 선비는 아낙이 들고 있던 회초리를 빼앗고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그 아낙의 대답이 “이 아이는 본시 내 아들인데 하도 말을 듣지 않아 속이 상해 이렇게 매를 치고 있는 중이오”라는 것이었다. 선비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아 “그렇다면 회초리를 든 당신은 어찌하여 머리가 그렇게 까맣고(何首烏), 매를 맞는 당신은 어찌하여 머리가 그렇게 하야오?” 하고 물었다. 그 아낙이 대답하기를 “나는 평상시에 이 풀을 먹고 기운을 기르고 몸을 보살펴 이렇게 100살이 넘도록 젊게 사는데, 이 아이는 그렇게 일러줘도 말을 듣지 않더니 나이 이제 겨우 80밖에 안 되어 이렇게 늙어버렸으니 내 어찌 속이 상하지 않겠소?” 하더란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하여 ‘하수오’라는 이름이 붙어버린 이것이 ‘야교등(夜交藤)’ 또는 ‘야합(夜合)’이라고도 불리는 것을 보면 은밀한 ‘밤일’과도 관련이 많은가보다. 강원도와 중부지방에서 재배되며, 성질은 따뜻하고 쓰면서도 약간 달며 떫은맛이 있다. 찌면 더욱 달아져 먹을 만하다.

소음인이 필요로 하는 약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소심하면서도 예민하며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효험이 있어, 마음을 편안히 해주고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또한 피를 보태주어 빈혈에 응용되기도 하며, 혈색이 없고 거친 피부에 윤기를 더해준다. 소음인의 경우 피부가 건조하여 종종 가려움증을 호소하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간혹 아토피성 피부병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하수오를 끓여서 먹이거나 발라주면 효과를 보기도 한다.

또 정기를 수렴하는 작용도 있어서 근육과 골격을 튼튼하게 만들므로, 골다공증이나 산후에 허리나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픈 것을 다스려준다. 하수오는 근골이 약하고 허약하여 빈혈이 있으면서 가슴과 엉덩이가 축 늘어지는 산후의 부인들에게 탄력 있는 몸매로 가꾸어주는 약재로 훌륭하니 그 전설에 따른 명성에 걸맞다 하겠다.

식욕을 잠재워주는 백합 

뿌리를 찌거나 삶아 먹으면 아주 좋다. 양곡을 줄일 수 있다.

백합은 참나리꽃 뿌리를 말하는데 꽃이 흰 것을 약용한다. 그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면서도 약간 쓰다. 7∼8월 장마철에 비를 흠뻑 맞고 피어오르며 가을 서리와 함께 그 서늘한 가을 기운을 뿌리에 저장하면서 꽃이 시든다.

이렇게 차가운 하늘의 기운으로 잎과 꽃이 떨어지며 열매를 맺게 하고 자양분을 저장하는 것을 두고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한다. 숙살지기의 근본은 청량함이다. 맑고 깨끗하고 푸른 가을 하늘의 기운이 고스란히 뿌리에 저장되도록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바로 백합인이어서 앞에서 얘기한 갈근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갈근은 지기(地氣)를 퍼서 하늘로 올려주고 백합은 하늘로 올라갔던 천기(天氣)를 모아서 땅으로 되돌려주면서 생명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백합이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하늘의 기운을 모두 빨아들이듯이 그 꽃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백합의 생명활동은 호흡기에 작용하여 끊임없이 나오는 오래된 기침을 서서히 가라앉힌다. 마치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제 가을인가 하니 소리없이 가을은 저만큼 사라지고 없는 것처럼, 눈에 띄는 효과가 없는 듯해도 지겹게 붙어다니던 해수(咳嗽)가 언제인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또 기침이 심해 염증이 생기면 목이 벌겋게 달아올라 편도선도 붓고 인후염이 생겨 침을 삼키기조차 어렵던 것도 청량한 가을 기운을 담은 백합이 어느 틈에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운은 열성(熱性) 병이 있은 후에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잠을 못 이루고 꿈만 많아 정신이 불안한 경우에도, 봄이 되면 말괄량이같이 놀던 소녀가 가을의 낙엽을 밟으면 조용해지듯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게 도와주기도 한다.

자꾸 식욕이 돋아 계속 먹어대며 주체할 수 없이 살이 찌는 사람에게, 그 식욕을 차분히 잠재워 비만을 예방할 수 있으니, 이 백합이야말로 식욕과다로 비만해진 열성 태음인에게 아주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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