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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한방칼럼] 신토불이 - 우리땅에서 난 우리 약재로 치료한다 ②
[김주호 한방칼럼] 신토불이 - 우리땅에서 난 우리 약재로 치료한다 ②
  • 김주호 원장
  • 승인 2013.05.21 0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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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집성방』본문 해설

◆본문 

1. 원방 경옥고 우리 인삼으로 만들어야

흔히 일반에게도 잘 알려진 한약제품 중에 경옥고(瓊玉膏)가 있다. 어려서 한 번쯤은 할아버지가 잡숫는 이 약의 달콤하고 쌉쌀한 맛을 본 사람이 많을 터이고, 지금도 많이 애용되어 노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명절선물이자 명약 중에 명약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친숙한 경옥고는 ‘동의보감’에도 기재되어 있지만 그 원방은 ‘활인심’의 저자 구선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최근 발굴한 자료에 따르면 송대 주단장이 지은 ‘위생가보방’에 처음 나타나며, 이 책에 바로 신라 인삼을 써서 만들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옥고는 골수를 보하여 반로환동(返老還童, 노인을 어린이로 바꾼다),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바꾼다고 할 정도로 명약이지만 만드는 방법이 복잡한 것이 흠이다.

2. 솔잎찜질의 원조

‘향약집성방’에 단 한 조문만 살아남은 고려 최고(最古)의 의서 ‘제중입효방’(1146)은 이름만 바뀐 채 ‘의림촬요’에 다시 등장한다. 풍문에 처방 이름 없이 소개되었던 것이 ‘의림촬요’에서는 교효산(交效散)이라는 이름이 달리고 출전이 ‘제중방(濟衆方)’으로 찍혀 나왔다.

중풍 반신불수에 쓰는 처방으로 솔잎 5말 가량에 소금 2되를 넣고 뜨겁게 찐 다음 베주머니에 넣어 찜질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열기가 식으면 주머니를 통째로 다시 쪄서 사용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손쉽게 해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찜질방에서도 솔잎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발이 마비되고 통증이 있다면 이렇게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솔잎 성분에는 신경안정 작용과 진통효과가 있다. 위법(法)은 구법에 비해 자극이 온화해 마비를 풀어주는 데 좋으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경락의 울체를 풀어주는 작용이 뛰어나다. 가히 1000년을 이어 내려오는 비법 중에 비법이라 할 만하다.

3. 호랑이술 먹은 고려인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동물이다. 요즘은 전 세계를 통틀어 보호수종이 되고 말았지만 옛 서적에는 호랑이 덕을 보는 치료처방이 흔하다.

고려 후기 이전으로 짐작만 될 뿐 편찬시기를 짐작할 수 없는 ‘향약고방(鄕藥古方)’이라는 책이 ‘향약집성방’에 실려 있는데 여기에 호랑이술(虎脛骨酒)이 등장한다.

용맹하기로 이름난 호랑이의 앞정강이뼈는 예로부터 최상의 한약재로 평가받았는데, 이 뼈를 잘게 부수어 놓고 우슬(쇠무릎뿌리), 오갈피, 독활(땅두릅)과 함께 좋은 술을 부어 우려낸다.

우러난 술을 계절별로 정해진 날 아침저녁에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데, 그때도 귀한 약재니 찌꺼기도 곱게 갈아 데운 술로 마저 먹으라고 했다.

지금이야 천연동식물 자원의 남획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어 기대하기 힘들지만 근육신경통 증상에 썼던 이 처방 역시 ‘향약집성방’ 안에서 천년 세월을 보내고 있다.

4. 약명에 나타난 미학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향약제생집성방’을 모태로 증보하여 편찬한 것이고, 또 ‘향약제생집성방’은 고려 말에 나온 ‘삼화자방(三和子方)’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삼화자방’은 책도 지은이도 잊혀져 정확히 알 길 없으나 대략 고려 후기에 나온 책으로 생각한다.

기생충 때문에 생긴 복통에 이 ‘삼화자방’을 실어놓은 것이 있는데 앙천피(仰天皮)라는 약명이 보인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인데 주석에는 더 재미있는 이름이 있다. ‘지의초(地衣草).’ 이 기록만 해도 조선 후기 이전 것이겠지만 땅바닥을 덮고 있는 푸른 이끼가 마치 깔아놓은 담비 가죽 담요로 보였던 모양이다.

조선 후기의 박물학자인 정동유는 그의 명저 ‘주영편’에서 사람들이 담요를 지의(地衣)라고 부르는데, 일찍이 그 이름이 고아(高雅)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고어(古語)였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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