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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한방칼럼] 신토불이 - 우리땅에서 난 우리 약재로 치료한다 ③
[김주호 한방칼럼] 신토불이 - 우리땅에서 난 우리 약재로 치료한다 ③
  • 김주호 원장
  • 승인 2013.05.21 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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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집성방』본문 해설

5. 치통에 아스피린 성분 사용

현대 신약의 획기적 제품 중 하나인 아스피린이 브라질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민간약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향약집성방’에도 비슷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버드나무 껍질(楊柳白皮)을 벗겨 손가락 굵기로 돌돌 말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으면 즙액이 나와 아픈 이를 적시게 되는데 몇 번만 하면 쉽게 치통이 가라앉는다.

‘향약집성방’에서 인용한 ‘고금록험방(古今錄驗方)’은 당나라 사람 견권의 저작인데 당시 이미 원서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또 이질·설사 등 다른 증상에도 사용해온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에서도 아득한 옛날로부터 폭넓게 사용돼왔음을 알 수 있다.

6. 신선이 되는 방법

본문의 소아문이 끝나는 부분에 신선방(神仙方)이 보유로 붙어 있다. 아직도 이런 방법을 곧이곧대로 장생불로방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선이 되진 못해도 생각에 따라서는 잘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신선방은 소식(素食), 절식(節食, 絶食) 혹은 단식(斷食)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신선방의 처방들은 대개 오랫동안 몸 안에 축적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적절한 진단과 처치에 따라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건강식으로 대체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운동 부족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기름지고 맛좋은 음식(膏粱珍味)만 섭취하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위장이 무력해지고 간장, 비장 등에 무리가 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령이나 택사, 백출 등의 약물은 체내에 축적된 수분과 변질된 체액성분을 정화하는 작용이 있다.

7. 굶주림 달래던 것이 비만치료 식품으로

53권에 ‘구황벽곡(救荒辟穀)’이란 제목이 붙은 부문이 있다. 대개 전쟁이나 기근으로 굶주려 기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실어놓은 처방들이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구황처방을 좀더 보편적으로 현대인에게 와 닿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다름아닌 비만 치료용 식이요법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다.

구황약 또는 구황식물은 늘 먹는 곡류나 식품은 아니지만 쉽게 구할 수 있고 적은 양으로 허기를 메울 수 있으며 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되어 있다. 따라서 허약해진 자제심만으로 체중감량이나 식사조절을 하기 어려운 요즘 사람들에게는 개발하기에 따라 좋은 비만치료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잣고약, 무씨죽, 꽁깍지버무리 등은 공복감을 줄이고 영양성분이 누적되는 것을 막아주면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어 대체식으로 개발해봄직하다.

조선 세종 때 이런 방법만 따로 모아 펴낸 책이 있으니 바로 ‘구황벽곡방’이다. 그 뒤 구황보유방이 덧붙여졌고 후에 송시열, 신속 등 명신들이 서문과 발문을 지어 붙인 ‘구황촬요’가 나왔다.

일제강점기에도 다시 수정 증보해 펴낼 정도로 많이 쓰인 이 책은 그만큼 우리가 외환에 시달리며 어려운 시기가 많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요즘 굶주리는 사람에 드물다고 쓸모없는 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고전에 담긴 조상의 지혜는 지금 당장은 활용하지 않더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으며 현실에 맞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8. 맹수에 다쳤을 때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속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호랑이가 흔했다는 것일 게다.
 
제50권 ‘야수상(野獸傷)’ 조에는 호교조아소상(虎咬爪牙所傷), 즉 호랑이에 물렸거나 발톱에 긁혔을 때 쓰는 처방이 보인다. 묵은 쑥으로 상처를 틀어막고 뜸을 뜨거나 복룡간(伏龍肝, 아궁이 솥바닥 흙, 지혈작용에 좋다)을 술에 섞어 붙이는 것인데, 고려 의서인 ‘삼화자방’이 출전으로 되어 있다.

또 고려 말 혹은 조선 초의 의서로 여겨지는 ‘본조경험방’도 보이는데, 마늘이나 우엉뿌리를 짓이겨 붙이면 새살이 돋는다고 하였다. 또 곰이나 호랑이에게 다친 상처는 잘 익은 청주로 씻어내고 마늘즙을 바르거나 술로 먹는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호환(虎患)이란 병명이 아니고 한의서에는 호교상(虎咬傷)으로 표현한다. 호랑이에게 물린 것을 호람(虎囕)이라고 적기도 했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것을 표현하는 우리식 한자표기도 있었는데 ‘승정원일기’의 ‘囕死’라는 표기이다.

‘육전조례’의 구휼 조항에는 불에 타 죽거나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익사, 압사한 사람에게 각각 벼 1석을 지급하고 조정의 명령이 있으면 쌀1석을 더 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때로는 생전의 신역, 환곡, 군포도 탕감해주었다니 일종의 사회보장 대상이었던 셈이다.

9. 오줌병이 있을 때

오줌을 잘 못 누는 사람을 주위에서 가끔 보는데 ‘향약집성방’에서는 이를 신장과 방광에 열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이 두 장기는 표리관계에 있으며 다 물을 주관한다. 물이 소장을 통해 방광에 들어가야 오줌이 되는데 장부에 열이 있으면 물이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때 사용하는 처방이 석위산이다. 이 처방은 방광 속에 열이 있어 오줌을 누기 힘들면서 오줌길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

처방 내용은 석위, 패랭이꽃, 메함박꽃뿌리, 아욱씨, 느릅나무 뿌리껍질 각 40g, 삼씨 2홉, 띠뿌리, 귤껍질 각 80g 등이다. 이 약들을 거칠게 가루내 한 번에 16g씩 물 한 잔에 달여 6분쯤 되면 찌끼를 짜버리고 따뜻한 것을 끼니 전에 먹는다.

오줌을 참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병이다. 이 병은 신기가 허하고 하초가 찬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다. 신은 물을 주관하고 신기는 음부와 통해 있는데, 신이 허하고 하초가 차면 수분과 진액을 따뜻하게 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줌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처방이 백미산이다. 이 처방은 백미, 가위톱, 백작약 각 40g을 보드랍게 가루내 한 번에 8g씩 끼니 전에 미음에 타서 먹는 것이다.

10. 습관적으로 게우는 사람

주위에서 습관적으로 게우는 사람들을 본다. 이것은 위기가 올라오기만 하고 내려가지 못해서 생긴다. 주둥이가 좁은 병에 급히 물을 부으면 물이 잘 들어가지 않고 넘쳐 나오는 것은 올라오는 기운이 물을 막기 때문인데, 사람이 게우는 것도 이 이치와 비슷하다.

대개 비위의 기가 약한 데다 풍랭이 침범하면 먹은 음식물이 머물러 있으면서 소화되지 않고 헛배가 부르며 명치 밑에서 물소리가 나고 기운이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게우게 된다.

이러한 때 ‘향약집성방’에서는 반하탕을 쓰라고 한다. 이 처방은 끼무릇·까치콩 각 40g, 인삼·탱자 각 20g을 거칠게 가루내 한 번에 8g씩을 물 한 잔에 생강 3쪽 대추 1개를 쪼갠 것과 함께 넣고 달여 7분쯤 되면 찌끼를 짜버리고 따뜻할 때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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