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너는 어느 편이냐’ 묻는 세상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10-24 0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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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나라 꼬락서니가 우찌될라고 이모냥이고” “그래, 자네는 어느 편이고?” 주변 어르신이 한숨을 쉬며 내게 묻는 말이다. 지인들도 "요즈음의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하려면 뭐라고 해?"라며 묻고, “난 떠나고 싶은 사회인데.” 물음의 수준을 넘어 이름을 짓고 넘어가려는 듯 말한다. 나는 단연코 반지성의 패거리 사회, 진영논리의 편 가름으로 증오를 부추기는 사회, 부끄러움 상실 사회, 지멋대로 X판 5분 전 사회라 말했다.

진영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은 좌우 역사에 대한 무익한 이념 다툼, 기성 이익을 위한 세력 싸움, 지정학적 정체성 자각 없는 닫힌 공간 속 권력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지성적 논의, 합리적 논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성적 논의와 합리적 논쟁을 대신에 한 것은 누구 편, 어느 진영이냐 라는 편 가르기와 진영논리가 자리했다. 누가 어떤 의견을 말하면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주장이 타당한가를 따지지 않는다. 아무리 올바른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자기 생각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의견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그가 우리 편이냐, 아니냐일 뿐이다.

내겐, 여러 계층 사람들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목 모임이 있다. 모임을 시작할 때는 정치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약속하며 삶에 대한 관심사를 얘기한다. 그러나 술잔이 오가며 누구라 할 것 없이 결국에는 지금 시국의 상황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당연히 이념적으로 생각이 다르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곤 한다.

오랫동안 언론 생활에 종사를 하다 퇴직한 친구가 내뱉은 말은 머리를 망치로 치는 것같이 충격을 줬다. "요즘은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 않는다. 고향이 어디지? 누구 편이지? 먼저 물으며, 그것을 따지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이성에 근거한 지성적 논의는 사라지고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반지성 사회'가 되어버렸다. 합리적 논쟁에 기초한 '지성의 정치'가 사라지고 진영논리에서 파생된 '편 가름, 증오 정치'가 지배하는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돼 버린 느낌이다.

사실 최근 우리 사회를 67일 동안이나 극심한 혼란으로 몰고 간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이 절망감에 빠지는 것은 공정 평등 정의의 아이콘이 불공정, 불평등, 불의를 저지르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결정적 흠결로 자격 미달 사유가 있어도 내 편이기에 임명을 강행하는 인사권. 그 임명을 지지하는 세력과 도덕성과 보편상식으로 삶을 사는 건전한 국민들이 둘로 나뉘어 갈 데까지 가보자며 상대에게 복종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올바른 사회의 기본은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보편적 사회이다. 비극적이지만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더 이상 지성이 아니라 진영논리에 의한 증오다. 합리적 논쟁과 이를 통한 자기성찰과 자기정정이 없는 사회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는 불행히도 그 늪에서 빠져 있는 것 같다.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김대영 교수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고 목표를 벗어난 다른 말을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덧붙여 사회적 상식을 존중하지 않고 일반인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영 논리를 고수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반지성적 진영논리와 증오의 정치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 경제, 과도한 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의 실정과 조국 사태의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도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과 이에 따르는 정치적 무리수로 인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공정·도덕성 상실과 또 다른 증오의 정치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거 군부정권 시절에 증오 정치가 별로 없었던 것은 진보 세력의 민주화 운동 진영이 절대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반지성주의의 진영논리는 진보나 극좌세력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태극기 부대의 극우세력도 법을 어겨가며 집회를 하는 것을 보면 좌파세력에 못지않다. 촛불, 태극기 세력이 집단적인 압력을 통해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신뢰 사회를 파괴하고 국민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거의 종교가 되어 버린 자신들의 신념에 기초해 타인의 비판적 충고에는 귀를 닫고 있다.

서초동 촛불, 광화문 태극기로 양분돼 서로 대립하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마치 해방 직후 찬탁 반탁으로 좌·우익이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던 60년 언저리에 사는 현시대. 누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만들었는지, '조국 아집'으로 갈등에 불을 지른 게 누군지를 국민은 알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느닷없이 언론을 비판하며 성찰을 요구했다. 정말 성찰하고 기존 진영논리의 틀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큰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군가? 국민들은 제발 ‘너는 누구 편이냐!’라고 묻는 편 가름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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