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삼 칼럼] ‘코로나의 봄’ 춘래불이춘(春來不以春)

림삼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3-16 10: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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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경제도 극히 기본적인 민생까지 꽁꽁 얼어붙어
‘우리 민족 감추어진 힘’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저력발휘
‘측은지심’ 작은것에도 늘 감사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을
▲ 림삼 칼럼니스트

 

● 악재로 살그머니 다가온 ‘봄’

봄이다. ‘봄’이라는 이름은 사계절을 시작하는 첫 번 째 절기에게 우리가 붙여준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그리고는 그 절기에 걸맞는 참 좋은 여러가지 상황들에게도 별명처럼 붙여서 불러주고 있다.

‘청춘’ ‘소망’ ‘전성기’ ‘한창 때‘ 등등에 ’봄‘이라는 포괄적 의미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은유적으로 인용한다. 예컨대 수많은 단어들 중에서 가장 우리를 들뜨게 하고 따스하게 감싸안는 느낌을 선사해주는 단어가 바로 ’봄‘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 때 마다 반갑고 정겨운 손님인 양 우리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봄은 늘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을 딛는다.

제 아무리 야멸찬 혹한이 기승을 부리며 뒤꼭지를 붙잡고 늘어지려 하지만, 정작 겨울은 봄이라는 이름 앞에 서면 별 의미가 없다. 골짜기의 잔설과 계곡의 두꺼운 얼음이 녹고 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려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온 세상으로 봄기운은 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 해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살그머니 다가온 사실조차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거늘, 어느새 돌아보니 하마 이토록 지천에 흠씬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며 시절이 가는 이 변화의 날들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물들이고 있는가를 되짚어 보니 정녕 애타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 비상사태 ’우리의 감추어둔 힘‘


이미 많은 문장가들이 각종 칼럼 등을 통해서 수많은 의견들을 쏟아놓았고, 넘쳐나는 기사와 보도를 통해 전국의 생생한 정보가 측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 실시간으로 전해져오니, 새삼 현재의 실태에 관해 필자까지 주저리 부연하고 싶지는 않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질병이 우리나라를 급습하더니, 급기야 넉장거리로 철푸덕 주저앉아서는 흡혈귀처럼 빨판을 박고, 봄이 이토록 무르익도록 옴짝달싹도 안 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극히 기본적인 민생까지 죄다 꽁꽁 얼어붙었다. 스포츠 행사도, 문화 행사도, 각종 연수회나 교육 관련 일정도, 개인적인 소규모 모임까지도 거의 동결 수준이다. 각급 학교나 유치원 등도 지금은 문을 닫아 걸은 상태이다. 군이나 관련 공무원도 지금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심각한 비상사태나 혼란을 유발했던 존재라 할지라도 이토록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 원흉은, 이제까지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럼 이제 우린 어찌해야 할까?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할까?
 

▲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치단결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저력이, 바로 우리의 감추어둔 힘이다. 그러니 이제 우린 그걸 다시 꺼내도록 하자. pixbay.com

아니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돌아볼 때 우리 민족의 위대함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항상 빛을 발해 왔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치단결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저력이, 바로 우리의 감추어둔 힘이다. 그러니 이제 우린 그걸 다시 꺼내도록 하자. 다행스럽게도 고비는 넘긴 듯하다.

나날이 증가하던 새로운 확진자의 숫자는 이제 차차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완치되어 병원을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늘이 유연하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이 때, 우리는 남은 망령을 우리의 단합된 힘으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함축하여 ‘세월을 아끼자’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은 ‘정해진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론’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이 단어는 또한 ‘기회’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어진 이 기회를 정성껏 잘 활용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기회를 말함일까? 바로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회를 잘 만들어야, 우리의 삶이 참다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생동하는 계절에 딱 안성마춤인, 좋은 일만 가득한 오늘이라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 ‘배움과 빈부와 권력’ 백해무익

사실 사람들은 ‘착한 것’ 보다는 ‘악한 것’에 더 빨리 적응하는 버릇이 있다. 남들의 ‘장점’ 보다는 ‘단점’을 더 잘 보고, 더 많이 이야기의 주제로 삼는다.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고, ‘밝은 것’ 보다는 ‘어두운 것’에 더 귀를 기울이는 버릇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별히 한 개인, 혹은 어떠한 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으며, 나날이 더욱 그 정도가 심해져 가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트렌드가 되어졌다. 가뜩이나 힘겹고 혼란스러운데 요즘은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아름답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습과 소식들 보다는 파멸과 어려움, 아픔과 문제들에 봉착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도처에 널려있는 시기와 불신의 인간관계가 독버섯처럼 싹 자라고 있는 한, 어느 한 계층의 노력만으로는 도무지 이 난치병을 되돌리기가 만만한 노릇이 아니다. 기왕지사 햇살 따스한 이 계절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발 벗고 나서서 봄의 기운을 가슴에 품으며, 힘차게 앞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궁리해 볼 일이다.

그리하여 이런 모순된 삶의 모습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부터라도 행복과 희망이 싹트도록, 아예 근본적인 새 순을 틔워야 할 책임과 사명을 스스로 심고 간직해야 할 때인 거다.

이 땅에서 호흡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이 회복되고, 내일을 향한 소망으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견인하고 돕는 사명임에야 그것이 배움과 빈부와 권력 여부와 무슨 관련이 있겠으며, 지역과 좌우의 구분이 어찌 필요하겠으랴.

비단 사회적 잣대로 판단되는 성공 구성의 정족수가 채워지냐 아니냐로 답을 정하는 문제도 아니고, 일반적 가치관으로 기준하는 상황들, 곧 경제적 형편이나 건강 상태, 성공 여부 등을 통해 행복하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눈치 볼 것 없이 남녀노소를 막론하여 각자가 먼저 나서서 ‘본’이 되는 생각과 언행으로 삶의 모습을 보이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에 앞서서 모든 불화와 실족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고, 잘못된 모든 일들은 모두 내 탓이라는 겸손과 양보의 마음, 곧 측은지심을 지니며,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을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다면, 그 어디에서도 큰 소리 날 일 없고, 웃음꽃이 활짝 앞다투어 피어나는 세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거다.

어린 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우리 마음도 순결과 순수를 만나면 절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해지면 좋겠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듯이, 리 마음의 방에 어둠이 찾아들면 얼른 불을 밝히고 가까운 곳의 희망부터 하나하나 찾아내는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이젠 정녕코 해묵은 겨울은 보내고 따사한 봄의 햇살로 또 하나의 계절을, 마음의 새 아침을 열어야 할 때이다. 움추렸던 시간들의 뒤로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는 봄을 기약하며 기다렸던 작은 나무들처럼, 우리의 어깨도 활짝 펴고 상쾌한 아침의 기운을 머금어야 할 것이다.

창가에 드리워지는 봄의 정기와 청아한 봄 내음, 이제 그걸 하나둘 반기며 맞이해야겠다. 모든 것이 아주 작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일들이 결국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굳은 믿음을 지니고 나아가야 할 바로 그 때이다, 지금은. 봄이라는 이름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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