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거짓투성이, 아니면 말고의 야만 世態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2-21 10: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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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돼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몹쓸 병이 유행하고 있다. '거짓과 가짜뉴스, 아니면 말고'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방 또는 미운털이 박힌 사람에게 어거지로 고발하여 족쇄를 채우며 거짓말을 유포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비열한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것에 관한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게 가려지거나, 거짓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때는 무책임하게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한치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이 없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왜 '아니면 말고'라며 어물쩍 넘어가는가. 이것이 지금 사회가 안고 있는 적폐요 큰 병폐다.

아니면 말고, 참 재미있고 편리한 말이다.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더없이 멋있는 유머나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그 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말을 이기적이나 남을 모함하려는 의도로 함부로 사용할 경우 큰 파장을 가져온다. 특히 정치인들이 상대에게 정략적으로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다.

민주당은 "최근 정권이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라는 비판 칼럼을 쓴 진보 성향의 임미리 대학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신문사 담당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당이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신문 칼럼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힘을 가진 여당은 독재정권의 유산을 소환해 통치술로 쓰는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를 표방하는 현 정권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잘못했다는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다. 이 일은 일과성 해프닝이 아닌 그 밑바탕에는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과 오만함이 깔려있다. 민주주의의 첫글 '민주'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방법이 비민주적이다.

사법농단 적폐에 몰린 판사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기소된 사법 관련 결과가 모두 무죄로 판결되었다. 이 건은 당초 실체가 불투명한 사건이었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한 담당 판사는 1개월 뒤 보복 구속되었다는 뒷말이 있다. 정권은 내 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무고한 법관을 사법 농단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해코지한 것이다. 검찰이 정권에 입맛에 따라 무리하게 기소한 사법 농단은 결국은 '아니면 말고'가 되었고 검찰권 남용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초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미운털 뽑기에 사용한다면, 이래가지고야 무슨 올바른 정치를 하겠는가.

사실무근의 가짜뉴스나 거짓말로 상대를 음해하거나 곤경에 몰아넣는 비겁함도 우리 주변에 일상이 되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공포로 비상시국임에도, 몰지각한 인간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해 사회를 더욱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언론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정보 중 30%는 거짓말이라 했다. 그중 거짓말을 제일 많이 하는 단체가 정치권으로 나타났다. 온통 거짓말 세상이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바로서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리 사회는 어제부턴가 거짓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든 사회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정치권에서 치세(治世)의 수단으로서 거짓말하는 것이 때로는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이 망조의 시작이다. 선구자 도산 안창호는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힘쓰고 온 생을 받쳤지만 내가 한마디 거짓말을 해서 이 나라가 독립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거짓말을 할 수 없노라. 거짓말로 세워진 나라는 망하니까 꿈이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반성하라"고 말했다.

정치의 계절 총선 정국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흑색선전의 거짓과 아니면 말고 가 세상을 휘저을 것이다. 유독 선거철만 되면 이런 몹쓸 병이 고개를 쳐들며 만연한다. 경쟁 후보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퍼뜨려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하다가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면 여론이 잠잠해지고 소위 아니면 말고 식의 형태가 드러난다. 또 당선 후 공약 실천 사례에 대해서는 선거철이면 무슨 말인들 못 하리라는 형태로 일관할 것이다.

한 국가와 인격은 진실과 진리 위에 세워진다. 흔히들 말하는 번영, 자유, 평등, 공정이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정의, 진실, 겸손 위에 세워진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책임도 못 질 허황한 미래를 약속하고 허망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을 아무런 가책 없이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은 참으로 무책임한 짓이다. 거짓말이 거짓말 위에 있는데 바른 정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책임 전가의 정치로 자기를 자신이 속이는 행위, '거짓'으로 올가미 씌워 상대방 죽이기, 가짜뉴스로 말을 만들어 유포하는 비겁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선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이 도처에 만연한 이 야만의 세태(世態). 이것은 가히 아수라라고 할 만하다. 두려운 마음으로 말하건대, 제발 그러지 말아라. 치사하고 남세스럽다. 이런 게 바로 파시즘 사회라는 걸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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