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광장] “참 잘했소이다!” 허나, 누가 당신을 자유·보수의 대표라 했소?

논설주간 남해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08-28 10: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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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남해진

[일요주간 = 논설주간 남해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 묘지를 방문하고 5·18민중항쟁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고 울먹이며 사죄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5·18 희생 광주 시민 영령들과 그 유족들에 대한 사죄, 참으로 잘한 일이다. 언젠가, 누군가, 그 매듭을 풀 일이었고, 대신해서라도 무릎 꿇고 사죄할 일이었다. 응어리진 백성, 빛고을 자유 광주 시민이 그렇게나 원하던 일 아니던가.

거기까지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참 잘했소이다!” 꿇은 그 장면, 그 멘트, 엄숙한 울림이었소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1970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꿇음과 멘트를 인용하고 흉내를 내어도 전혀 허물이 없소이다.

십이삼 년 전, 대구·경북의 OO 포럼 주체로 5·18묘역, 광주시청, 전남도청, 광주과학기술진흥원(GISTEC)에 견학(?)한 적이 있었다. 업무 협조로 광주광역시청 담당 부서 공무원이 마중 나와서 버스에 선탑하고 줄곧 안내를 맡았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

5·18 묘역 정문에 이르자 그곳 여 공무원이 4열 종대로 줄을 세웠다. 느린 템포로 ‘임을 향한 행진곡’이 장중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거운 침묵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록 전시실로 안내받고 영령들을 향해 묵념을 올린 뒤 1980년 당시 상황을 설명 들었다. 여 공무원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번뜩이는 기운이 있었고, 우리 일행은 죄인처럼 주눅이 들었다.

당시 1,700~1,800억 정도의 정부 보조금으로 건립했다는 기억인데, 열악하고 낡은 대구광역시청사에 비해 광주·전남의 시·도 신청사는 으리으리했고, 앞서 설립한 광주과학기술진흥원(GISTEC)도 대단했다. 추락한 3대 도시 대구 사람들이 느끼는 격세지감이었다.

“곳곳 잘 둘러보시고 견학 잘하셨습니까?” “5·18 묘지를 둘러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이래도 김대중 선생이 빨갱이 입니까?” 종일 선탑하고 안내를 맡았던 공무원이 배웅 인사를 하며 곁들인 말이다. 윽박지르듯 뜬금없고 어이없는 질문이었다. ‘대구·경북, 영남사람들 우리가 죄인인가?’

5·18 - 대구·경북, 영남 사람들 죄인 아니다

진보·보수를 넘나들었던 김 위원장은 이번 사죄에 앞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 분과위원을 맡았던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죄였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자의 진심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대표해서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라고 했다.

5·18에 대해서는 국정조사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진상조사가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심증에 불과하고 그 물증은 규명하지도 찾지도 못했다.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미래통합당은 정강·정책에 3·1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회와 공정을 핵심으로 한 경제 혁신, 경제 민주화, 환경·노동·사법개혁 등의 의지를 담았다. ‘기본소득 보장’, ‘주거 안정’, ‘경제민주화 구현’, ‘국회의원 4선 연임금지’, ‘피선거권 연령 인하’ 등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좌 클릭 김종인이 범-보수 대표 자격 있나.

‘보수’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외연 확장과 중도층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유’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조차 모호한 위치에 두고 ‘경제 민주화’라 하며 큰 걸음으로 좌 클릭하고 있다. 한발 빠른 선점(先占)의 의미 외에 진보 좌파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에 별반 다르지 않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범보수·자유 진영의 대표 자격을 누가 위임하거나 부여하기라도 했나.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 개인 자격으로서의 반성인가, 미래통합당 대표 자격으로서의 성찰인가? 범보수를 의미하는 자의적 자격으로서의 대표인가. 그래서 그렇게 꿇은 것인가. 여당 대변인의 ‘역사왜곡처벌법’, ‘5·18 특별법’ 제정의 당론 채택 강요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역사왜곡처벌법’은 나치 옹호를 금지하는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법에 다름 아니다. 헌법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심히 침해하고 훼손할 여지가 있다. 신성불가침 내용으로서의 이 법 제정은 찬성할 수 없다.

‘역사왜곡처벌법’은 찬성할 수 없고, 4·15 부정선거 진상 밝혀야

미래통합당은 유공자에게 일시 보상금이 아닌 연금을 지급하는 5·18 연금법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다양한 요구가 있음에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꺼리는 이 정권이다. 유공자 명단부터 공개하라. 섣부른 ‘역사왜곡처벌법’ ‘5·18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관련자들을 망라한 국민적 합의체 기구를 만들고 우선하여 그 진상부터 낱낱이 밝히라.

범보수 내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8·15 광화문 집회를 연 전광훈 목사 의 세력과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미래통합당 간의 내부 총질이 격렬하다. 미래 통합당의 총질이다. “공동선(善)에 반하는 무모한 일로 그 대가를 치러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말라.” “썩은 피 대신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이롭게 하는 x맨”,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걸림돌.”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그리고 미래통합당은 범보수, 자유 우파에 큰 죄를 짓고 있다. 그 하나는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을 극우로 몰아붙이면서 적대시하고 편을 갈라 쳐낸 일이다. 네 편 내 편으로 국민을 갈라놓은 문 정권과 다를 바 없다. 망국으로 가는 길이며 당파로 갈라 분열로 가는 길이다.

용서받지 못할 가장 큰 그 죄는 어마어마한 규모와 치밀한 수단으로 저지른 정부 여당의 4·15 부정선거를 ‘아니다’고 부정하면서 묻고 가는 일이다.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결코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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