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요즘 뉴스를 듣고 싶지 않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3-20 11: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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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새벽이 고요하니 작은 소리에도 귀가 열린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 그래서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좋다. 아니 새벽이면 언제나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에 잠이 깨니 좋고 싫고가 없다. 요즘 아침 뉴스는 싫다. 뉴스가 싫은 이유는 온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막힌 코미디극이 너무 견성(犬聲)스럽고 식상해서다. 오죽하면 세간에 이런 말이 떠돌까. "정치인들이 하는 짓이 하도 우스운 게 많아 코미디언들이 밥 굶게 생겼다며, 인간들만 웃는 게 아니라 길거리 개(犬)도 듣고 웃는다."는 조크가 널리 퍼져 있다.

뉴스가 더 싫은 이유가 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한심한 작태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행하면서도 미안함이나 사과 한마디 않고 당위성을 설명하는 뻔뻔함 때문이다. 촛불 시위 때 "이게 나라냐"라며 외친 국민들의 소리를 받들어 "나라다운 나라"로 바로 세우겠다던 현 정권은 무엇이 '나라다운 나라고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올바름인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진대, 하물며 명문 법대를 나와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사항을 모를 리 없건만, 왜, 정치를 꼼수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군소 야당과 함께 작년 말 헌정사 초유 제1 야당을 빼고 패스트트랙이라는 용어를 써 가며 선거법을 강행처리, 의회 역사에 새로운 기념비적 기록을 남겠다. 그들은 괴물 선거법을 만들면서 정치 개혁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 형태는 정치 개혁은 실종됐고 우후죽순(약 70여 개)이 돋아나는 양상의 비례당 온실을 만들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않는 여당의 근시안적 안목에 그저 경의(?)를 표할 뿐이다.

선거판이 난장판으로 흐르고 있다. 직접선거의 원칙을 훼손한 비례연동형 선거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여·야 양당이 편법 대응하는 과정에서 총선 공천 내홍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한배를 탔던 4+1정당 간엔 제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이전투구가 벌어졌다. ‘위성 비례당 만들기’, '의원 꿔주기', '셀프 제명' 등 각종 꼼수가 난무한다. 정치꾼들이 대한민국 심장 한복판에서 국민을 우롱하는 짓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이래서 정치인들이 세상을 발전시킨다는 말에는 진실이 아니라 위선일 때가 더 많다.

민주당은 진보 원로가 주축이 된 '정치연합개혁당'과 비례연합을 외치더니 갑자기 '듣보잡' 정당으로 파트너를 바꾸었다. 비례 의석 배분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로, 여당은 사실상 비례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친문 중심 비례연합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더불어시민당'라는 당명으로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친문’, ‘친조국’, ‘친노’가 의석을 나누겠다는 것. 이쯤 되면 야바위꾼도 놀랄만한 신출귀몰 꼼수의 결정판이다.

미래통합당도 자매정당 비례한국당과 비례 순번을 놓고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비례한국당은 모(母)통합당이 영입한 인재가 대부분 당선권 밖으로 배치된 것을 순서를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에 한성교 당 대표가 사표를 내며, 입에도 담을 수 없는 험담으로 통합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는 통합당이 내세운 정체성 쇄신과 외연 확대 가치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쓰는 '더불어'는 '함께 공생'이라는 좋은 뜻의 단어다. 그런데 그 단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행동하는 여당의 형태는 더불어가 아닌 ‘나 홀로 독식’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꼼수 정책으로, 집권 여당이 편법 동원에 혈안이 돼 있었다는 데 그저 놀라울 뿐이다. 민주당은 이 꼼수를 국민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바보고 알고도 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4+1의 잘못된 조합이 만든 누더기 선거법은 결국 누더기 비례당을 만들었다. 집권당이 이러고도 야당의 잘못을 비난할 수 있는가? 여·야 서로 원죄를 들먹이며 치킨 게임을 하지만 선거법이 뭔지 모르는 길거리 개가 들어도 웃을 노릇이다. 꼼수는 꼼수를 부르고 악수가 야바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만 되풀이하는 한심한 정치. 이런 정치 행태를 후일의 역사는 정치판이 ‘개판이었다.’라고 할 것이다. 아, 정치가 왜 이 모양인가. 정치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국민이 부끄럽다.

반드시 뿌린 대로 거둔다. 이 말은 하늘의 법칙이다. 어려울수록 원칙과 명분을 지켜 민심을 얻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증자(曾子)는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는 “출호이자 반호이자야(出乎爾者 反乎爾者也)”라는 말을 했다. 풀어보면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게 된다고 했다.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정치인들은 이제 주문처럼 이 글을 외우자! 출호이자 반호이자야.

지금 여·야 군소정당 가릴 것 없이 비례당을 창당하는 것은 의원 수 늘리기라는 이름의 야바위 게임이다. 권력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에는 반성이 없으니 이기심 가득한 이전투구를 한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민생이 어쩌고 국가가 어쩌고 떠들어 봐도 민생과 국가를 위한 정치는 요원하다. 그러니 제발 좀 이러지는 말아달라. 추악하고 남세스러운 이 짓을 자라는 세대가 배울까 걱정된다. 아침 뉴스 듣는 것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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