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인흉기 악성 댓글, 강력 처벌 우선해야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10-18 1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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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 최충웅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근 인기연예인 설리의 비극적인 죽음에 많은 시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온라인 악성 댓글과 루머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생전의 고백을 미루어 볼 때 극단적 선택과 악플의 연관성이 대두된다. 아역 배우로 출발해 가수, MC 등 재능을 발휘한 고인은 한때 악성 댓글로 고통 받아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했다. 꽃다운 25세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악플 문화와 온라인 악성 댓글의 심각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 가운데 악플과 루머로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으로 고통받는 사례들이 허다하다. 2008년엔 배우 최진실이 악플에 시달리다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이외도 그동안 많은 인기 연예인과 유명인들을 겨냥한 ‘사이버 테러’의 폐해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버 범죄로 명예가 훼손돼 자살한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은 아예 언론에 드러나지도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러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더 강하게 개정해야 원한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15일 오후 4시 15분 현재 청와대 해당 국민청원에 2000명이 넘게 공감에 동참했다.

악플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표적 대상을 마구 짓밟는 언어폭력의 흉기이다. 익명의 뒤에 숨어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비열하고 조악한 폭력이다. 결코 표현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는 흉악 범죄다. 악성 댓글은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사회적 불안 요소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당장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실명과 주민등록 번호가 확인된 상태에서만 글을 올릴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성인 502명을 상대로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도 69.5%가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실시됐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5년 만에 폐지됐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데다 공익적인 효과도 미미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바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실명제 문제는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있어 우선 인터넷 이용자의 자정 노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익명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악성 댓글이 전체 댓글의 80%로, 네덜란드(10%), 일본(20%) 등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로 압도하고 있어 우리의 인터넷문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발생 건수는 1만5926건으로 전년보다 20% 정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악성댓글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므로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각인 시켜야 한다. 현행법상으론 허위사실에 기반한 악성 게시물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징역형 대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어느 재벌그룹 회장의 동거인을 비방한 악플러에 대해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무분별한 악성 댓글 관행에 경각심을 줄만한 처벌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명백한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영상 등을 신고 받은 후 24시간 내 삭제하지 않는 SNS 사업자에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2년 전 통과시켰다.

이번 사건처럼 악성 댓글 문화는 사회적 타살과 다름없다. 악성댓글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 대책은 미흡했고 악순환은 되풀이 되어왔다. 이번만큼은 분명하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각 분야별 계층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문자폭탄’에 대한 비판도 뜨겁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상대 진영에 대한 무차별적 문자폭력의 폐해 또한 매우 심각하다. 한쪽은 ‘표현의 자유’이며 ‘시민의 정치참여’라고 주장하고 한편에선 문자폭력의 흉기로서 집단적인 테러행위로 규탄하고 있다. 문자폭력은 정치인뿐 아니라 연예인, 언론인, 체육인 등 공적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무차별 폭력적 흉기로 위협한다.

소통미디어로서 사회관계망인 SNS를 통한 의사표시는 정치적 사회적 표현 수단이다. 시민들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기폭제가 될수 있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집단적으로 무리를 지어 근거없는 비방과 폭언을 쏟아내고, 모욕적인 악성 문자메시지를 퍼부어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위협하는 것은 바로 폭력흉기인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문자폭력으로서 진정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포악한 악덕행위이다.

명예훼손과 혐오표현 금지법, 악플 금지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사이버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만큼 더 많은 논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포털이나 사이트 운영자의 댓글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악플 혐오표현에 대한 자율적 배제·조사권한을 주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부담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AI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도중 특정 악성 혐오단어가 입력되면 경고 문구를 띄우는 기술적 제도 도입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당국은 악플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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