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재난 기본소득’ 실행적 공론화

노금종 발행인 / 기사승인 : 2020-03-20 1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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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금종 발행인
[일요주간 = 노금종 발행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유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불거지고 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혁신적 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벌써 일부 지자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24만원)를 지급하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1조2,000억 달러(약 1,486조원)에 달하는 초매머드 부양책이다. 앞서 미 행정부는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9년) 때 두 차례 성인 1인당 300~600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일본은 이미 2009년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 시절 정액급부금(定額給付金) 제도를 일회적으로 실시한바 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일본에 주소가 있는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합법적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기본 1인당 1만2천엔(약 13만9천원)을 지급했고,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자에게는 8천엔을 추가로 지급했다. 총액 2조엔(약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회생책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실상은 어떠한가? 공론화와 전폭 합의가 쉽지 않은 한국의 정치 지형상 일단은 지자체가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전주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재난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전주시는 1인당 50만원으로 지원금 책정했지만, 지난 13일 전주시 의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규정에 따라 2만7158원이 늘어난 52만7,158원으로 증액했다.


이어 18일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책’을 확정해 시행한다.”고 과감하게 밝혔다. 지원 대상은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비전형 근로자(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건설직 일일근로자) 등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다. 


초유의 글로벌 대재앙에서 국내외의 신속한 움직임들은 기본소독의 개념에서 뿌리내린 것이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특정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과 차이점은 ‘모든 국민’에게 소득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동일한 액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첫 공론화의 포문을 쏘아올린 이재웅 쏘카 대표는 재난기본소득을 언급하면서 “코로나 극복 정책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도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이 대표는 청원에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 명에게 50만원씩 주자.”고 제안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지난 8일 전 국민 한 사람 당 백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는데, 여기에는 총 51조원이 소요된다.


이처럼,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자는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자는 주장과 피해가 큰 쪽을 선별해 지원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국내외의 보수·진보 경제학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시적인 재난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모나 재원 조달 방법, 누구에게 줄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무작정 절대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착수하면, 현재 지자체마다 제각각 내놓은 조례 및 예산안을 참고하는 한편, 수혜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금 또는 바우처로 지급할지 여부 등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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