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내가 묻는다. 힘으로 해결하는 야만 세태가 올바른 것인가를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2-04-30 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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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좋은 소식이 없고 온갖 못 볼 것들만 보여주니 난감하다. 아침저녁 머릿기사로 보도하는 검수완박과 관련된 내용은 새 시대 담론을 집어삼키며 기어이 정국을 두 동강 내엇다는 보도를 했다. 세상은 이것을 두고 겪고, 봐서는 안 될 희대의 정치적 활극이라며 손가락질이다. 이 잘못된 정치적 활극에 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잘못된 정치 환경과 내 시선의 생각이 올바른가를 알기 위해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야바위 정치판 정글 속을 헤집고 있다.

세상이 정글 속인지, 정글이 세상 속인지 혼란스럽고 우려스럽다. 나라 안 소식이나 나라 밖 소식이나 모두 힘의 논리가 앞서는 정글 세태 때문이다. 나라 안은 수명 다한 여당이 마지막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쪽수 힘으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니 시끄럽다. 나라 밖은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러하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 참상이 속속 드러나 천인공노할 참극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나 러시아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목표 달성에는 오직 힘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사항을 힘으로 해결하는 정글에서 세상 룰이 어떻고 세상 이치가 어떻고 말하는 고상한 탁상공론은 다 불필요한 것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힘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세상은 시끄러운 세상이며 무법이 판치는 야만의 세상이다. 이 야만에 피해자는 고스란히 힘없는 국민이란 걸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다. 민주당이 쪽수의 힘으로 윤석열 새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 시대적 과제를 집어삼킨 검수완박 법안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토록 시끌시끌한가. 해 저문 권력자를 위한 철갑 수비 때문에 국민의 궁핍한 사법 현실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 검찰청을 기어이 '서류검토청'으로 전락시키는 법안은 막 출발하려 시동을 거는 새 시대의 정국에 찬물을 끼언졌다. 국민의 권익을 위해 생명과 안전, 신체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정국이 차갑게 식는다면 기꺼이 환영피켓을 들겠는데, 그 속 근본을 들어다 보면 유권무죄법(有權無罪法)이기에 유감스럽다.

야당은 극한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주변 우호단체들과 대국민 호소로 전선을 확대시켰다. 이는 가뜩이나 경직된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하였다. 급기야 국회의장이 거들며 중재한 검수완박에 결국 여야가 합의했다. 검찰은 반발했고 시민사회도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힘이 있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우리는 간다'며 표정관리 모드로 돌아섰다. 여당의 사냥개 전법과 야당의 어물쩍 전법이 서로 짝꿍이 맞은 것이다. 결국 국민만 바보 되었지만 여ㆍ야 정치인들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절묘한 신의 한 수라며 자화자찬 하는 꼴이 가관이다. 지는 권력은 '과거 죄'를 묻을 수 있고 뜨는 권력은 '미래의 죄' 방어권을 얻는 야합으로 결론으로 끝맺음 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힘 있는 부패의원과 권력자만 살판난 것이다. 이런 것을 야바위 정치라 말한다.

여ㆍ야당의 합의에 검찰과 사민사회단체 언론은 민의를 무시한 야바위 행위라며 반발했다. 저잣거리는 검수완박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선 후보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못하게 하기 위해 '도둑이 포졸 없애는 법'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자자하다. 정치인들의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해 유권 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 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권력이 있으면 무죄고, 권력이 없으면 유죄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검찰이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 범죄의 수사ㆍ기소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된다" 며 법무부에 우려의 서신을 보내왔다. 야당도 뒤늦게 잘못 합의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원내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원안 재협상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심 이반의 많은 비판과 우려 속에도 민주당은 기어이 목적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강행하였다. 민주당 원내 대표는 의총에서 "우리가 정권을 쥐고 할 수 있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소수의 반대 의원들을 독려하며 야밤에 의원들을 전선으로 내몰았다. 그들이 검찰개혁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국민의 힘, 검찰, 사회 여론과 일전 불사를 각오하며 법 제정을 강행하려 쪽수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은 정권 상실로 며칠 후 야당으로 전락되는 끔찍함에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배수진을 치며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힘을 가진 자의 불통 사고(思考)가 사고(事故)를 치는 모습은 가진 힘을 뜻대로 쓰는 독선과 오만의 혐오를 다시 일깨워 줬다.

민주당 정체성이 운동권 정당답게 전투에는 일사불란 했다. 목표와 목적 달성을 위한 것엔 수단 방법을 안 가리며 집요하리 만큼 철저한 것이 끔찍하다. 법사위에서 사보임 편법을 쓰는 모습과 무리한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 등 꼼수로 사고를 치는 것은 힘을 가진 다수당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괴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당은 그것도 모자라 검수완박 법안 공포를 위한 '국무회의조차 꼼수'로 열려는 촌극을 지켜보며 그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왜 싸우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선거 땐 국민 머슴이 되겠다던 사람들이 어느새 권력으로 우뚝 서 힘을 쓰며, 자신들의 유불리를 위해서는 졸속도 마다않는 낮 뜨거운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여ㆍ야당 정권 호위무사들은 심야에 몸싸움을 하며 민의 전당을 아수라판으로 만들었다. 나는 국회의 아수라 싸움판이 모두 다 말짱 권력투쟁으로 보인다. 권력에 눈이 뒤집힌 자들이 모두들 권력을 향한 기갈을 깊이 감추고 온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잡으려는 권력과 놓지않으려는 권력이 힘겨루기로 힘없는 국민들을 이처럼 능멸하고 기만해도 되는가. 여당이 여론의 온갖 비난을 무릅쓰며 무리로 강행하는 검수완박의 근원을 살펴보며 권력남용으로 뒤끝이 개운치 않는 정권의 사후보장이라는 명제가 걸린 입법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 않는가. 이 단순 명료한, 하나 마나 한,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법을 검수완박으로 포장해 온통 나라를 시끄럽게 하니 그 행동이 가엾고도 처연하다.

힘이면 무엇이든 다 되는 현 정국을 보며 좌파 경제학자 '우석훈'이 2015년 쓴 명문이 절로 떠오른다. "우리는 드디어 만개한 잡놈들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국회가 많은 것을 틀어쥐고 금융과 방송을 완벽하게 장악해 고전적인 공론장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국회는 잡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어쩔 것이냐, 이 나라를! 우리의 삶은!" 당시 보수 정권을 향했던 이 개탄은 지금 쪽수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 형태를 보며, 이 명문은 진보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 되었다.

이 우습고 꼴 같지 않는 정치에 내가 묻는다. 협치와 합의가 존중되는 민주주의 근간에 힘으로 방점을 찍은 것이 올바른 것인가. 모든 일은 결과만 얘기 말고 과정도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이것이 당신들이 주장한 민주주의며 당신들의 행위가 정당하고 시대정신에도 부합되는가. 이 한심한 사태를 보며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지성이다. 제발 이러지들 말라.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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