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후천성 불치병이 만연한 사회, 이대로 괜찮은가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12-21 13: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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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2021년 한해는 정말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였다. 우리 앞에 놓인 진화된 역병의 대처 방안을 비롯해 미ㆍ중 갈등에 끼인 정치적으로 미묘한 상황, 인내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북핵 문제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이 와중에 경제는 저성장, 인구절벽, 기후, 양극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정치권의 선심 쓰기 퍼주기 정치는 국민을 땀이 아닌 공짜심리 중독자를 양산해 사회 전체가 단물 병이 드는데 한 몫을 더 했다.

평소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지인이 내게 물어온 말이 있다. "요즈음의 한국 사회를 규정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였다. 나는 단연코 '후천성 불치병이 만연된 병이 든 사회' '공짜는 양잿물이라도 마셔라'고 부추기는 사회라 대답하고 싶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땀 흘려 성취하는 보람, 인내와 노력으로 대화하며 화합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은 자취를 감췄다. 정치권의 선심성 퍼주기와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 사회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다 않는 불치병 증후군이 만연되어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라 꼬집어 말하기도 어렵지만, 후진국형 불치병 증후군이 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다. 먼저 경제 쪽부터 살펴본다면 눈에 띄는 것이 부의 획득과 향유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져 있는 정신적 문제점이다. 재산 증식은 노력의 댓가로 한 푼 두 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몇 곱절을 벌어야 성에 찬다는 등식이 투기를 부추기기에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젊은 층은 비트코인에 빠져 돈이 벌리는 일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 투기를 일삼는다. 도시 사람은 너나없이 부동산 반(半)전문가가 되어 부동산에 관한 재테크 달인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사람들이 재산 증식 방법을 땀 흘린 대가보다 손쉬운 부동산에 관한 재테크나 복권 당첨, 다단계 범법 또는 정치적 특혜만으로 이룩된다는 일부 잘못된 생각과 한탕 심리는 부(富)를 이루는 생각과 그 과정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한탕주의로 재산을 축재한 졸부들은 사유 재산은 다만 권리이며 의무일 리는 없다는 그릇된 믿음으로 내가 번 돈은 내가 쓰는데 누가 뭐라느냐는 듯 돈을 막 쓰고 있다. 내 재산은 어떻게 써도 무방하며 과소비가 미덕이라는 오해와 부의 참된 가치는 과시에 있고 사치는 그 과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비뚤어진 발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잘못된 생각인데 불구하고 과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의 정신은 한번 허영에 물들면 진실의 문제는 뒷전이 되게 된다. 허영이 허영을 부추기며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 사회는 가진 자들의 세상으로 천민 주의자들의 천국처럼 되어가고 있다.

실로 입에 올리기가 싫지만,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둘러싼 후진국형 불치병 환경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정치적 가치가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놓이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사람들은 모두 정치 지향적으로 되어 줄서기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기득권자, 가방끈이 긴 사람들 다 정치 지망생으로 정치계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경제가 정치에 종속된 환경은 각종 규제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은 경제적인 성장 발전 모형 핵심에 해당하는 것은 서구에서 구하면서, 정치적 형태는 주변인 제 3세계적 부조리를 답습하고 있다. 퍼주기 정치, 패거리 정치와 해묵은 민족주의로 국민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는 이 사회가 병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그 밖에 혼자 말하기, 덮어씌우기,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 쓰기, 제 약만 만병통치라고 우김질하기, 째째하게 남의 안사람 흉을 만들어 퍼뜨리며, 남에게 약올리다 욕먹으면 언어 폭행이라며 고소를 하는 행위 등 속물 인간들이 반복하는 이런 것들의 조금 그 속을 눈여겨보면 이쪽저쪽 가릴 것 없이 병든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사회의 폐쇄적ㆍ위계적 의사 소통구조는 단기적 조망 아래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인, 한가지 색깔과 똑같은 목소리의 무책임한 언론, 몸 사리기 바쁜 해바라기 지식인, 이들 모두는 병든 사회가 만들어 낸 희대의 걸작품이다. 이처럼 세상이 중병에 신음하기에 지성은 침묵하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세상이다.

이 밖에 사회 문화 곳곳에서 우리의 값진 정신들을 병들게 하는 불치병 증후군들은 더욱 많이 있다. 특히 정부의 정책을 개발하고 심의하는 정책위원회라는 기구는 내 편들 품격 유지를 위해 품위 유지비를 주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 급격하게 늘어난 위원회를 두고 언론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원회 공화국'이 되었다며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기관 위원회와 지방위원회 합산 무려 27000개에 달하고 이들 위원회 속한 위원 수만 30만명에 육박한다. 이 기관 중 25%는 년간 단 한 차례 회의조차 열지 않고도 위원들은 돈만 챙겨 돈 먹는 하마가 된 지 오래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가. 국민의 세금이다. 그래서 국민들 속병은 더 깊어만 간다.

중진국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이처럼 각계각층에 만연해 있는 병폐 이대로 괜찮은가. 이런 구조적 불합리 속에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원초적인 질문에 늘 말문이 막힌다. 나는 나라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거기에도 몸과 마음이 있을 것인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열거한 병든 사회도 문제지만 선거를 앞둔 지금 그 몸을 망치는 과정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라의 생존을 위한 물질적 유급 체제 즉 경제가 그것인데, 현 상황에서 그걸 가장 여지없이 짓이겨 놓는 것이 과다한 부채의 증가 이상 더 효율적인 것이 없을 듯하다.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퍼주기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부채를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대선을 앞둔 지금 퍼주기 공약을 경쟁하듯 발표하며 병든 환자에게 치료 약은커녕 독을 처방해 중병을 더 보태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여당의 퍼주기가 매표로 이어져 다수당이 되었다는 생각에 이번 대선은 야당이 퍼주기 선수를 치고 있다. 50조 퍼주기가 어느새 100조 퍼주기로 불어나며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는 1% 저성장 늪에 빠졌는데 재정지출은 8~9% 늘려온 탓에 국가채무는 1000조에 이르렀다. 나라 곳간은 텅 비었는데 빚을 내 퍼주면 뒷감당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몫이기에 우리 사회 병색은 짙어만 진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후진국형 불치병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고, 이게 우리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포플리즘 단맛에 빠졌는가. 곪아 터질 것은 빨리 터질수록 수술이 쉽다. 병은 하나지만 처방 약은 백 가지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병이 백 가지다. 한가지 가장 확실한 처방은 지도자를 잘 뽑는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에 우리는 중병이 든 사회의 심각성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병이 든 사회 수술 집도를 잘할 수 있는 의사를 뽑아 병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되지 않고는 뭘 하든 모래 위에 집짓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너무 오래되어 진부하고 식상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질문 앞에 서 보자. '대한민국 우리 사회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병세가 더 깊어지기 전에 바꾸고 고치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다시 그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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