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실패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4-20 13:31:13
  • -
  • +
  • 인쇄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현 사회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라는 불행이 누구에게나 시도 때도 없이 닥쳐온다. 이것이 삶의 본질이다. 운명과 죽음이 삶의 일부이듯 실패로 인한 좌절도 반드시 거쳐야 할 삶의 과정이다. 그래서 누구나 실패와 이에 따른 좌절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상이란 학교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교사다. 성공과 승리로부터는 배울 게 없기에 성공을 굳이 자기 자신이 간직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실패와 패배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이 기억하고 간직해야 한다. 바둑을 복기할 때 승자는 '내가 몇 집 이겼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복기를 하지만, 패자는 바둑판을 뚫어지라 응시하며 진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골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패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면 그 원인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에서 실패는 반면교사다.

산악인 엄홍길은 히말라야 16좌 모두를 완등한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등정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로 엄지발가락, 둘째 발가락을 자르는 아픔이 있었다. 특히 함께 산을 오르다 목숨을 잃은 산악인 지현옥과 셰르파가 눈앞에서 실족으로 영구히 실종되는 큰 사건도 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심적인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다시 도전하며 실패를 본보기로 철저한 계획과 사전준비로 등정에 성공했다. 이처럼 성공한 이들의 삶에는 필연의 실패로 좌절과 시련이라는 재료가 들어있다.

자기 프레임에 만족하는 보수세력은 보릿고개 시절 대한민국을 절대 가난에서 산업화로 발전시킨 주체라는 생각이 고정돼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흐르는 물이 자정(自淨) 작용으로 걸러진다는 이치를 망각했다. 사고(思考)를 흘려내지 못했고 오랜 시간 정체(停滯)시켜 생각을 걸러내지 않았다. 정보화 시대 빠른 변화에는 두 손을 놓은 채 흘러간 옛노래만 부르며 급변하는 세상 적응과 정치세계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작금 정치의 시계추가 40·50이 주축이 된 중도 진보세력으로 고정되어 움직이는 것을 외면한 채 탄핵 책임에 얽매여 서로를 탓하며 탄핵강을 건너지 못하고 구태만 계속했다.

미래통합당도 지난 3번의 선거 패배에 실패와 좌절을 뼈아픈 반성으로 고뇌하며 성찰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금수저당답게 당장 배고픔이 없으니 고통은 단어에 불과했고 반성과 성찰이 마치 딴 세상 사람들 일처럼 여겨 기득권 지키기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문제점을 덮어둔 채 총선 승리라는 목표로 이합집산이 봉합해 여당과 맞섰다. 공감 능력제로, 외연 확장 능력을 상실한 채 총선에서 단지 여당의 실정과 오만을 부각하며 '투표로 심판해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 달라'고 외쳤다. 이 무지막지한 행동에 국민은 여당을 심판한 게 아니라 야당을 심판했다.

흔히들 이유 있는 잘못은 있어도 의미 없는 잘못은 없다는 표현은 바로 이번 선거에 패배한 보수세력에 꼭 맞는 말이다. 지난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3번 연속 패했기에 대한민국의 주류가 완전히 교체됐다는 걸 인정해야 하나 보수는 자신들이 주류라 생각하며, 보수표가 뭉치면 이긴다는 생각의 틀에서 못 벗어났다. 내 편만 바라보며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증에 걸린 그들은 골수 우파만 믿고 중도층의 생각을 흡수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민심이 당연히 우리를 찍어준다'며 '보수가 뭉치면 이긴다는 단순한 생각'과 구태로 치른 선거에 승패는 불 보듯 뻔했다.

현 여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3년 정치 개혁을 표방하며 창당하였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으로 152석을 얻으며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4대 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당내 분란이 심화해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해, 스스로 저주받은 존재인 폐족(廢族)임을 자처하며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렸다. 그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욕적인 죽음에서 그들은 보복의 칼을 갈았다. 묘 앞에서 실패를 반성하고, 제기를 다짐하며 뭉쳤다. 실패의 요인을 성공의 거름 삼아 절치부심, 권력을 되찾았다. 치른 선거마다 승리한 것은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 적용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세상 학교에서 낙제점 성적표를 받은 것은 가히 천형(天刑)이라 불릴 만하다. 참패보다 '치욕' 단어가 더 적합하다. 그래서 통합당은 절명의 와신상담(臥薪嘗膽)과 맹성(猛省)이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도 몰랐던 자신들을 자책하며 '왜?'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선거 패배 요인을 남 탓으로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닌지, 내 탓이 아닌 코로나라는 외력(外力) 때문이라고 주변 여건을 탓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그리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통합당에 희망을 걸고 있는 보수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고 복장이 터진다.

선거, 4번의 실패면 족하지 않은가. 얼마나 더 실패해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지금 망연자실해 있을 시간이 없다. 대선의 시곗바늘은 쉼 없이 돌아간다. 하루라도 빨리 실패의 원인과 그 의미를 찾아야 더 이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 실패의 회초리를 도약의 거름 삼아 새롭게 피워낼 때 세상도 민심도 돌아설 것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라. 성공은 실패에서 비롯되는 걸 명심하며. 그래서 세상사는 실패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철원 논설위원

오늘의 이슈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