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⑧]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천년고찰,..고령 반룡사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4-01 14:26:19
  • -
  • +
  • 인쇄

[일요주간 = 이재윤 기자] 가을걷이가 끝나고 휑한 들녘에 따사로운 한낮의 햇살이 내리고 저 멀리 산자락에는 어느덧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그득하다. 한적한 시골마을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햇볕에 말리려 내놓은 나락들이 길 위에 널려 있고, 그 위에서 뒷짐 지고 발을 끌며 나락을 뒤집어주고 있는 촌로의 모습이 한가롭다. 


마을을 지나 미숭산 자락에 들어서니 숲은 우거지고 청아한 새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얼마 가지 않아 길 오른편에 부도군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왼편으로 미숭산 자락에 폭 안긴 천년고찰 반룡사가 담장 너머로 보인다. 

 

▲미숭산 반룡사(美崇山 盤龍寺).(사진출처=김해 정암사 네이버 카페)


고승들의 자취 어린 천년고찰
반룡사는 경북 고령군 쌍림면 미숭산에 위치한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신라 애장왕 3년(802)에 건립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조선사찰사료 반룡사기에 의하면 해인사를 창건할 때 애장왕이 해인사로 가기 전에 반룡사에 머물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해인사를 창건할 당시 반룡사를 함께 창건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후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하고, 공민왕 때 혜근이 중건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와서 임진왜란 때 왜구에 의해 사찰이 소실된 것을 사명대사가 중건하였다고 전한다. 이처럼 반룡사와 관련된 고승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과거 이 사찰의 지위와 위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적광전을 비롯해 지장전, 약사전, 삼성각, 요사채 등이 있는데, 대적광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맞배지붕으로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협시불로 한 삼존불을 모시고 있다. 좌협시보살상 내부에서 발견된 불상 조성기를 통해 1643년(인조 20) 조각승 혜희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2011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9호로 지정되었다.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외에도 천년고찰 반룡사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7호, 제288호로 지정된 반룡사 다층석탑과 동종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도난과 훼손의 우려로 국립대가야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어 반룡사를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반룡사 다층석탑은 일반적으로 석가여래사리탑으로도 부르는데 높이 2.4m로 3단의 기단 위에 1층 옥신을 올리고 그 위에 점판암으로 만든 옥개석을 여러 층 올렸다. 이런 탑의 유형을 수마노탑이라 하는데, 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에 유행한 석탑 양식으로,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과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등도 이 유형에 속한다. 


반룡사 동종은 높이 50㎝, 무게 60㎏으로, 종신에 명기된 ‘건륭 18년 계유 3월’이란 명문을 통해 동종의 주조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명문에는 주조 연대 외에도 사찰명, 무게, 주종장, 시주자 등의 내용이 명기되어 있어 주조에 관계되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조선 후기 동종의 형태와 양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찰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상


반룡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비록 모조품이긴 하지만 아담한 크기의 반룡사 다층석탑 절 마당 한 가운데서 맞이한다. 오른편 종무소 앞에는 두 개의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데, 그 옆에 ‘반룡사 무인카페’라는 팻말이 있고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포트가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반룡사 부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종근스님은 “신도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찰을 찾는 분들이 커피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쉬어가셨으면 한다”며 무인카페를 차린 이유를 설명했다. 


따뜻한 한낮의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말끔하게 정돈된 경내를 둘러보니 주변의 우거진 솔숲과 경내 곳곳에 정성스레 가꿔놓은 화단의 꽃과 나무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에 청아하게 퍼지는 새소리, 그리고 염불을 하는 스님의 독송과 목탁소리에 어느덧 눈과 귀가 환하게 열리는 듯하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