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①] 영남제일의 길지에 아미타불의 원을 세우다! 미타기도도량 감응사(感應寺)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1-11 14: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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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이재윤 기자] 600년의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한개마을을 좌우로 감싸듯이 서 있는 영취산 자락에서 굽이굽이 산길을 오른다. 우거진 솔숲이 하늘을 가린 산길을 지나면 깊어가는 계절에 색이 바랜 산벚나무 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1미터 남짓한 부처가 자애로운 미소로 맞이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성주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잠시 걷다보니 영취산의 품에 폭 안긴 감응사가 커다란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회화나무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응사.(사진=성주군청)


◆ 영남 제일의 길지, 영취산 감응사


감응사는 절 입구에 있는 범종각, 정면 세칸의 작은 대웅전, 독성 대신 용왕을 모신 삼성각, 대웅전 앞마당에 임시로 마련한 공양간, 요사채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사찰이다. 절 뒤로는 웅장한 바위들이 시위하듯 서 있고 바위들에는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쉽게 손이 닿는 자리부터 도대체 어떻게 저기에다 이름을 새겼을까 싶은 아슬아슬한 높이의 자리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새겼다.
감응사 주지 상안(象眼)스님은 “이곳이 예로부터 청룡, 백호자리의 기운이 센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감응사를 중심으로 왼편은 청룡, 오른편은 백호의 기운이 강하다고 합니다. 풍수에서 청룡은 공부자리라고 해서 스님들이 공부하면 도를 깨지는 자리이고 일반인들이 공부하면 관직에 나갈 수 있는 기운을 받는 자리라 했고, 백호는 재물을 받는 자리라고 했어요. 그래서 왼편 자락에 있는 한개마을이 예로부터 관직에 오르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른편 자락에는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의 문중묘가 있는데, 삼성을 창업한 故 이병철 회장이 초기에 사업을 실패하고 곤경에 처했을 때 이수빈 회장의 집에 몸을 맡겼는데, 당시 이수빈 회장 집안에서 도움을 줘 삼성상회를 차리고 사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영취산은 해발 332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영남 제일의 길지로 꼽힌다.

◆ 마르지 않는 샘, 은혜에 감하다!


감응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 보조국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절로, 창건 당시에는 감은사(感恩寺)라 하였는데, 여기에는 창건설화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애장왕은 말년에 왕자를 얻었는데, 왕자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나빠 앞을 볼 수 없었다. 온갖 약을 다 써봐도 소용이 없자 왕비는 각지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도인이 꿈에 나타나 “내일 아침 문 앞에 독수리가 나타날 것이다. 그 독수리를 따라가면 약수가 있는 곳에 이른다. 그 약수로 눈을 씻고 약수를 마시면 눈병이 나을 것이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도인의 말대로 독수리를 따라가니 과연 약수가 있었고, 그 물로 아이의 눈을 씻고 마시게 했더니 눈병이 나았다는 것이다.
이를 부처의 은덕으로 여긴 애장왕은 샘 앞에 절을 세우고 이름을 ‘은혜를 고맙게 여기다’는 의미로 ‘감은사’라 지었다 한다. 지금도 대웅전 뒤에 있는 샘은 그 물맛이 차고 달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감응사.(사진=성주군청)

“우리 절에 다니는 신도분 동생이 어느 날 찾아와서 약수에 대해 묻더라고요. 수질검사 결과가 있냐고요. 여기는 청정한 곳이라 그런 거 필요 없어서 안 했다고 하니까 자기는 과학적 결과 없이는 못 믿겠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분이 수통을 가득 갖고 다시 찾아왔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난번에 왔을 때 몰래 물을 좀 담아가서 수질검사를 해봤다더군요. 자기가 평소에 지장수를 마시고 있는데 그것보다 알칼리성분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하면서 허락도 없이 몰래 검사를 해서 죄송하고, 믿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해요. 단순히 창건설화로 전해지는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제 이곳에 와서 위장병이나 눈병을 치료했다는 분들이 많아요.”

절의 창건유래가 물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특이한 것도 있다. 대개 삼성각에 독성을 모시는데 감응사 삼성각에는 용왕을 모시고 있다. 그리고 법당 뒤 샘 뒤편 바위에도 용왕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 아미타불의 원을 세우다!


감응사에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 대웅전 법당 왼편에 모신 아미타불이다. 닫집 안에 고이 모신 아미타불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아래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 어른 한 사람이 가뿐히 안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이다.
상안스님은 “저분이 집을 세 번 나갔다 오신 분”이라며 웃었다. 복장유물이 없어 정확한 조성 시기와 유래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영험하기로 소문이 나면서 아미타불을 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는 절 입구에 모셨었는데, 어떤 처사가 몰래 훔쳐서 자기 집에 모셨다고 해요. 그런데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냐?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아라’고 하셨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스님의 꿈에도 나타나 ‘내가 모 처사의 집에 있으니 나를 데려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스님이 다음날 그 처사의 집으로 찾아가니 처사가 기겁을 할 밖에요. 그래서 부처님을 법당에 모셨는데, 또 어떤 처사가 부처님을 훔쳐서 밤새 도망을 갔는데 새벽에 동이 트고 나서 보니 여전히 절 입구라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절 입구에 그대로 두고는 도망을 갔대요. 아침에 부처님이 없어진 걸 알고 스님이 찾으러 나섰는데 절 입구에 놓인 걸 발견한 거죠. 나중에야 그 사연을 전해들은 스님께서 그 영험함에 새삼 놀라셨다고 합니다.”

상안스님은 아미타불의 영험한 기운을 많은 이들이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 입구 언덕 위에 아미타불 조성 불사를 하고 있다. 영취산 백호의 기운이 뻗은 자리에 중생을 구제해 불국토로 이끌겠다는 아미타불의 원을 실현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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