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끄러운 '자살률' 다시 1위...언론의 자살보도 유의해야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9-30 15: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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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 최충웅(언론학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던 자살률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3,670명으로 전년대비 1,207명이 증가, 거의 10% 가까이 급증했다. 하루 평균 3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2위로 떨어졌던 자살률이 다시 1위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더구나 10∼30대의 사망원인은 자살이 압도적인 1위였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13년째 자살률 1위 국가였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2위로 내려갔다. 리투아니아의 2017년 자살률은 24.4명으로 한국의 23.0명보다 높았다. 리투아니아의 지난해 자살률이 집계되지 않은 현재 시점 기준으로 한국은 다시 1위로 올랐다. 2014년부터 조금씩 줄어들던 자살률이 4년 만에 오르면서 증가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자살 사망자수의 증가와 관련해 설명 자료에서 “자살은 다양한 제도적, 사회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두 가지의 요인만으로 정확한 설명이 어렵다”고 하며 “2018년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생애 스트레스 사건은 직업 스트레스·경제적 문제·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가족·부부 관계 스트레스 외 대인관계·학업 등이 포함된다. 다만 30~40대의 자살률이 증가한 원인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자살 효과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명 인사의 자살을 모방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현상’을 그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다만 이는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일 뿐, 실제 사람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르테르 효과란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그의 대표작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작품에서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내용의 소설이 나온 이후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등 유럽 여러 도시에서 젊은이들의 모방 자살이 크게 늘어나자, 이런 현상을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부르기 시작했다. 베르테르효과 연구는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필립스에 의해 발표 됐으며, 이후에도 스티븐스택교수에 의해 언론의 자살보도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자살보다 후속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 됐다.

보건복지부는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증가한 점도 자살률 급등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최근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살은 고통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선택’이라고 긍정하는 인식이 2013년 5점 만점에서 2.96점, 지난해는 3.02점으로 올랐다. 반면 이에 대한 거부적 태도의 평균 점수는 3.94점에서 3.84점으로 떨어졌다.

한편 경기악화가 자살률 증가의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사망 당시 경제상태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 담당자는 “10월 중 통계청으로부터 자살 증가시기, 수단 등 추가 자료를 확보해 상세한 원인을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왜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인가’ 하는 점은 우리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철저히 예방해야 할 과제이다. 과연 우리교육에서 자아정체성 형성과 생명존중에 대한 의식함양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현장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의 교육문화조성이 제대로 형성되고 있는지 그 답변을 듣고 싶다.

아울러 가정에서도 비록 생업에 매달려 각박할지라도 우리 자녀들이 평소와는 다른 행위나 습관이 드러나거나, 행여 우울하거나 엉뚱한 생각으로 위험요인이라도 있는지, 늘 세심하게 관찰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극단적인 행위로 연결되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괴담과 악성 댓글로 인해 연예인들과 많은 청소년들이 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그동안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잇따라 자살 사망율이 증가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자살예방협회(LASP)는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추가적인 자살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일반인 자살의 경우보다 후속 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14.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언론이 구체적인 자살 사망 방법을 묘사 하거나 세밀히 알려 줌으로써 제2, 제3의 자살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살을 영웅적 행위나 낭만적 해결책 처럼 포장 하거나, 자살 방법을 자세히 설명 하거나, 유명인의 자살을 주요 기사로 확대해서 다루는 보도는 극히 자제돼야 한다.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자살방법의 지나친 묘사와 추측성 보도, 그리고 괴담이나 악성루머 등 은 자살을 조장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자살 사망자수 증가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정확한 원인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분석해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결정된 자살예방정책 국가행동계획이 과연 현장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철저한 현장 점검이 요구된다.

얼마 전 탈북 한 모자가 서울에서 굶어 죽었다. 집안엔 쌀 한 톨도 없이 고춧가루만 한줌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생계비 지원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갔지만, 담당자는 중국 남편과의 이혼 확인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서류만 요구한 복지에 탈북 모자는 그토록 행복을 꿈꾸던 자유대한에서 한 맺힌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슬프고 애통한 일이다.

‘사람이 먼저다’를 내 세운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무한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독거노인을 비롯해 그늘진 복지 사각지대가 곳곳에 늘 존재한다.

지금 정부는 경제 난맥상에 최고의 실업률, 청년들의 분노, 늘어나는 소상공인들의 폐업, 삶이 고달픈 서민들의 한숨소리를 듣고 있는지? 청년들의 자살률은 왜 이리 높은지? 담 너머 보듯 두고만 볼 것인가. 내일의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한시바삐 벗어나는 길이다.

<필자 프로필>

현 경남대 석좌교수
한국방송통신학회 수석부회장
YTN 미디어비평
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KBS 예능국장, 정책실장, 총국장, 편성실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연예오락방송)특별 위원장
언론중재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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