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애국 담론은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23 1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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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 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수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해묵은 민족 감정이 '애국심'과 '이적행위'라는 양 날개를 달고 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일본과의 경제 보복 문제를 대처하는 것을 '애국'과 '국익'이라는 한 목소리로 임하고 있으며, 방법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이적'이라는 논리를 펴며 일본 쪽으로 향하던 총부리가 국내 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일부에서 냉철한 이성으로 대응하자는 주장에는 '친일' 프레임을 덧씌워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을 앞세운 이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늘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후배가 최근 저녁 자리에서 느닷없이, 중국 사드 공세 때에는 조용히 있다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는 왜 이렇게 소란한가. 현재 논란의 핵심 동력은 '반일감정'과 '애국심'이라는 나름 상황의 본질을 말하며, "지금 상황에서 애국심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이렇게 불쑥 던진 물음이 심오한 뜻을 포함되어 있을 때는 정답을 바로 대답하기가 어렵다. 특히 진보·보수 진영 중에서 누구의 애국심이 진실한 것인가에 관한 질문에는 정교한 논리와 사유훈련이 있어야만 충분히 대답할 수 있다. 그런 어려운 물음을 누가 해오면 참으로 고민스러워진다. 대답을 피하자니 실력의 바닥을 보이는 것 같고, 대충 얼버무리자니 자칫 조롱을 받을 수 있고, 모든 요소를 상세히 설명하자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적 지식에 한계가 있는 나로서는 난감해진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내 보수 성향의 언론이 일본 신문에 기고한 경제 보복 사건의 본질 내용을 문제 삼아 '애국심'에 반하는 '이적'행위라는 표현으로 덧씌운 이때, 보수 언론의 일본 언론에 기고문은 바로 후배가 내게 던진 질문이 우리 앞에 불쑥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보수 언론은 이 시대에 '애국이란 무엇인가'라는 난제를 던지고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버렸다. 하지만 이 질문이 복잡하기는 해도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수 언론들의 활동은 이적행위나 반국가적 행위, 혹은 애국심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다. 애국심에는 여러 얼굴이 있고, 보수 언론의 행위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양국 갈등이 장기화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내 전문가들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사나이 아츠시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단기적으로 자국 이익만 추구하면 언젠가 똑같이 당할 수 있다."며 자국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에 실은 기고문에서 "자유 무역을 중요한 국익으로 여기는 일본에 있어 이번과 같은 수출 규제조치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조치는 일본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유일한 승자는 어부지리를 얻는 중국이 될 수 있다 했다." 정부의 행위를 외신 인터뷰를 통해 노골적으로 반대를 했지만, 일본 내에서 그에게 이적행위라는 표현을 들은 바가 없다. 그도 결국 아베 정권의 정치 형태보다 일본국가에 충정에 관한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애국심이란 국가를 위해 자기희생까지 감수하려는 개인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는 때때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까지 요구한다. 지금처럼 이데올로기의 아우라에 취해서 또는 민족주의 운동에 휘둘려 심어지는 애국심은 잘못된 애국심이다. 진정한 애국심은 자신이 속한 국가의 사랑에서 우러나온다. 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존중되고 그들의 활동이 존중될 때 그 구성원들은 자신의 공동체인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지키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거기에서 자기희생을 담은 애국심이 나오지 않겠는가.

한·일 관계사는 갈등 국면 때마다 한국은 언제나 민족주의를 앞세운 반일 감정으로 들끓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는 좀 다른 목소리가 있다. 무조건적 반일보다 국민 소득 삼만 불, 글로벌시대 OECD 회원국이며 세계 경제 10위 대국으로서 당당하고 차분하고 냉철한 이성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그만큼 성장,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풍전등화 앞에 선 조선 조정의 마지막 어전 회의에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은 각자의 주장으로 언쟁했다. 최명길은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다.”며 올린 항복문서를 김상헌이 의분해 찢자, “조정에는 문서를 찢어 버리는 사람이 반듯이 있어야 하고. 나처럼 주워 모으는 자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김상헌에게 말했다. "그대 마음 굳은 바위 같아 끝까지 바뀌지 않거니와 나의 도는 둥근 고리 같아 믿는 바에 따르네." (君心如石終難轉, 吾道如環信所隨) 역사는 두 사람의 행위를 우국충정의 정신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도 애국심에 대한 견해 차이로 방법에서 두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애국은 상식의 문제로 내 삶의 터전을 위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애국의 담론'은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이번 징용 배상 문제가 인한 일본의 감정적 대응을 계기로 우리는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그 질문 앞에 우리가 던져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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