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⑦] 커다란 고요 속, 반야용선에 오르다!...청도 대적사(大寂寺)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3-21 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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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이재윤기자] 이른 아침 보슬비가 내리는 오솔길에는 청량한 기운이 그득하다. 청도 와인터널 왼편으로 난 작은 산길을 지나니 하늘을 가린 울창한 느티나무 아래로 넓은 숲속 광장이 나타난다. 하늘도 가리고 내리는 보슬비도 가린 숲속 광장은 한적한 산사의 풍경과 어우러져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울창한 느티나무 숲 한 켠에 막 비추기 시작한 한 줌 햇살을 등지고 한 기의 부도가 서 있다. 그 앞에 잠시 손을 모아 기도드리고 느티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대적사 일주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출처=대구관광안내 홈페이지)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반야용선, 대적사 극락전 

 

일주문 사이로 보물 제83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극락전은 대적사의 주전각으로 아미타부처님을 봉안하고 있다. 규모는 앞면 3칸, 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짠 구조를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 배치한 다포 양식으로 꾸몄다.
대적사 주지 정혜스님은 “극락전은 기단에 거북과 게, 물고기, 연꽃문양 등 다양한 무늬로 장식하고 있는데, 소맷돌의 용비어천도와 함께 기단 축대를 바다로 상징화해 일체 중생들을 태우고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지혜의 반야용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지스님의 설명을 듣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나하나의 조각에서 소박한 정겨움이 느껴지고, 소맷돌의 용비어천도에서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려는 용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미와 새끼인지 두 마리 크고 작은 거북이는 꼬리를 물고 네 활개를 저으며 어디론지 가느라 바쁘고, 게 한 마리는 집게발을 벌린 채 덤덤하다. 동심원 세 개를 새기고 원마다 햇살이 퍼지듯 선을 그어 만든 국화꽃에는 화심에 거북이 한 마리가 들어앉았다. 국화꽃 속의 거북이, 동화에서나 가능한 장면이겠지만 여기서는 그게 천연덕스러울 뿐이다.

“극락전 기단 축대에 거북이, 게, 물고기 등을 장식한 것은 법당을 불성의 바다로 상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축대가 불성의 바다로 탈바꿈하면 그 위의 법당은 극락정토를 향하는 반야용선이 되는 것이죠. 반야용선은 불자들이 서방 극락정토로 갈 때 타는 배를 말하는데, 이런 형식은 해남 미황사, 여수 흥국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여수나 해남이 바다에 인접한 반면 여기는 내륙의 산중인데, 아마도 이런 익숙한 상징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많은 대중들을 구제한다는 의지를 새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대구관광안내 홈페이지)

고요한 산사의 위안을 얻다! 

 

대적사는 신라 헌강왕 2년(876)에 보조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한다. 고려시대에는 보양(寶壤) 스님이 중창했다고 한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방화로 불탄 뒤, 조선 숙종 15년(1689) 서월 성해(瑞月 性海)가 크게 중수했다. 그 뒤의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작년에 대적사 주지 소임을 맡아 이곳에 온 정혜스님은 사찰 경내 곳곳에 어지럽게 자라던 나무들을 비롯해 구석구석 정돈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경내를 말끔하게 정돈했다.

“절이라는 곳이 수행하고 기도하는 곳으로서 본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요즘은 템플스테이, 명상 등 우리 불교가 대중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다가가는 등 대중들과의 교감, 접촉의 면을 넓히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과 정진, 기도라는 본연의 가치를 통해 대중들 속에 자리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스님과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맑은 새소리가 승방에까지 전해지고, 열어둔 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지난다.
청도 와인터널이 생기고 나서 주말이면 부쩍 대적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었지만, 여전히 사찰은 그 사명처럼 커다란 고요함, 한적함이 느껴진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사찰 앞 울창한 느티나무 숲 광장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경내로 이어지고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 숲에 이는 바람소리, 요사채 앞에서 나른한 눈빛으로 웅크린 채 낯선 방문객을 바라보는 까만 고양이, 사람의 발소리마저 들릴 듯 한적한 사찰의 일상 속에 잠시 머물며 새삼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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