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바람에 휘둘리는 대한민국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8-13 17: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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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섬나라 일본은 때로는 어거지 바람을 일으켜 주변국을 힘들게 한다. 가미카제(神風)는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이 일본을 침략했을 때 불었던 계절풍 바람을 일컫는다. 그 바람은 려·몽 연합군을 바다에 수장 시켜 당시 일본을 지켜줬던 바람이다. 1945년 일본이 패망 직전 신풍이 부활 했다. 태평양전쟁 때 신이 바람을 일으켜 주지 않자 스스로 신풍을 일으키고자 했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어거지 바람을 젊은이들을 동원해 일으켰다. 진주만을 공격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이다. 아베가 일으킨 어거지 ‘일풍’이 대한민국으로 불어오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러 일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미·중 간 무역 통화 전쟁에 따른 쓰나미급 대형 파고가 대기하고 있다. 대외 리스크가 본격화 되는 현실에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수출 규제로 한국과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 미국은 동북 아세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며 사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이 문제의 구실을 한국과 일본 동맹국의 방어에 관한 것이라고 했으며, 중국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만약 한국에 미사일 배치를 한다면 사하라급 대형 ‘태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풍전등화 앞에 놓여 있다.

한·일 경제 분쟁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요즘이다. 정치권에서 소주성이란 단어는 첫 번째로 빨려 들어갔다. 온 사회를 뒤집었던 굵직한 노동 쟁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하다. 국회의원들의 날선 비판도 들리지 않는다. 기업가들도 기업 활동보다 정부 호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말 한마디도 못 한다. 이참에 잘못 처신하였다가는 이적으로 몰리기에 몸조심하기 그지없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여당의 잘못된 정책과 국정철학의 빈곤 등을 기가 막히게 가라앉혔다. 그야말로 아베가 일으킨 일풍 책략이 기가 막히게도 현 정권의 ‘신풍?’이 되었다.

2019년 대한민국에 총체적 난세가 닥쳤다. 특히 일본의 아베 정권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여 주식시장은 연일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한데 오로지 대외 악재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는 것일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이 이제 개집 신세가 됐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자본 유출도 막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이었다. 덧붙여서 한국 경제의 추락에는 내외 요인이 아니라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문 대통령은 신 ‘북풍’ 구상으로 북한과 손잡고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힘과 무력을 속으로 감춘 채 경제를 가장해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무법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근대정치사를 보면 정책 결정자들이 전쟁을 매력적인 정책 수단으로 여겼다. 전쟁을 통해 국내외의 분쟁을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역사·국제 문제 교수는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일 갈등의 원초인 과거사 문제에 아베 총리가 전임자들보다 과거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현재의 무역 분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회주의적인 한국 정치인들은 인기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을 공격하는 게 편리하다는 것을 안다" 며 "역사적 분노를 살리고 유지하는 것이 유용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두 나라 정권이 도박과도 같은 치킨게임을 벌이는 이 때,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익과 이성보다는 정략적 이익과 감성을 앞세운 정부의 정책이 어떤 화를 부르는지 온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이다. 우리는 일본의 무역 보복 사태에서 보여준 부실 대응과 외교력 부재에서 정부의 무능함을 실감했다. 3권분립 국가에서의 법원 판결 결과를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일본과의 대립각을 세우다 무역 보복의 화를 자초하고도 일본에 원초적 책임론으로 떼쓰는 정부를 보았다. 정부는 외교력 실패를 반성하기보다, 불가역적으로 맺은 위안부 합의 때문이라며, 국가 간의 합의 조약을 파기하며 그 단초를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며, 정치적 반대 세력을 이적으로 몰아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 애국 몰이를 제물로 삼는 정권의 정략과 경제전쟁 선언을 외치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는 정권의 무모함에 아연실색하다.

각종 크고 작은 바람들이 집중된 한반도가 난세가 처해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본과의 갈등이 심각하다고는 허나 미·중 경제 전쟁이 더 크고 심각하다. 우리가 일본만 쳐다보고 있다가 이 광풍의 소용돌이에 자칫 더 큰 결정타를 맞을 수도 있다. 난세가 처했을 때는 국가 원로들의 목소리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주일 한국대사를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한국과 일본이 직접 외교적으로 이 갈등을 풀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해법이 보이지 않더라도 갈등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양국 내의 반일·반한 여론이 잦아들면 타협과 화해의 기회가 열리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걸 놓치면 갈등이 길어지고 그만큼 피해도 커집니다. 사드 배치 때처럼 외교적으로 실기를 하면 안 됩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새겨들어봄 직하다.

먼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쌍둥이 태풍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걱정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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