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17] 사찰은 공공재, 수행공동체를 꿈꾸는 곳, 청도 덕사(德寺)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8-12 1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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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재윤기자] 청도읍내를 멀리 돌아가는 청도천 교각 아래 잠수교 위로 차가운 강물이 흐르고 있다. 비가 많이 올 때면 불어난 물에 완전히 잠겨 흔적도 남지 않는 잠수교 너머 섬처럼 들어앉은 주구산은 그래서 오랜 옛날 신라에 패한 이서국의 패성지가 아니었을까 추정되는, 양쪽의 깎아지른 절벽을 갖춘 천연 요새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잠수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작은 공터 옆으로 덕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팻말이 나오고, 다시 강을 따라 비좁은 산길을 조심조심 따라 올라가면 주구산 품에 폭 잠긴 듯 자리한 덕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청도군 화양읍 주구산에 있는 덕사의 전경.(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소통하고 나누는 수행공동체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대부분 ‘00사’처럼 두 글자의 사명을 갖고 있다. ‘덕사’처럼 외자의 사명을 갖고 있는 사찰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덕사라는 사명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함께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절을 품고 있는 주구산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다.


주구산은 그 형상이 마치 달리는 개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풍수지리적으로 달리는 개를 머물게 하기 위해 이곳에 절을 세웠고, 달리는 개를 머물게 떡을 준다는 의미에서 절의 이름을 ‘떡절’이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나이가 지긋한 청도 주민들에게 덕사가 어디냐고 물으면 잘 모르지만, ‘떡절’, ‘덕절’이 어디냐고 물으면 바로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주구산보다는 ‘덕절산’이란 이름이 여전히 청도 주민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이름이어서, 덕사 옆에 있는 생태공원의 이름도 ‘덕절산생태공원’으로 지었다.

“청도 주민들에게 덕사는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소풍을 와서 놀던 곳이기도 하고, 근처 예비군 훈련장에서 몰래 나와 숨어 놀던 곳이기도 하죠. 얼마 전에는 지금은 폐교한 용산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마친 분들이 우리 절을 찾아왔어요. 그 분들에게 차 한 잔씩 내드렸는데 어린 시절 추억들을 떠올리며 무척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원래 사찰이라고 하는 것은 공공재라는 것이 제 평소 생각입니다. 어떤 개인의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언제나 지역민들과 함께 하고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

지난 10월 말 덕사 주지로 부임한 정연스님은 절이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서 일반 신도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정연스님은 주지 부임 후 지난 11월에는 덕사 경내에서 작은음악회를 열어 신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2018년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에는 ‘타종법회’를 열어 떡국도 함께 나누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덕사 주지로 부임하기 전 동화사 총무 소임을 맡았을 때도 이런 생각은 변함없었다.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늘 종무소에서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절 마당에 나가 안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절을 잘 찾지 않는 신도분들에게 왜 자주 오지 않냐고 물어보면 ‘스님이 없는 절에 가면 뭐하냐, 스님 보기가 힘들다’ 등의 하소연을 하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많이 부끄러웠죠. 절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부처님께 기도해서 소원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교육의 기능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롭게 이뤄지면 더 없이 좋겠지요. 그래서 법회를 하면 반드시 법문을 해주고,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불교대학도 열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장 여의치 않더라도 신도분들이 언제든 와서 차 한 잔 나누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저희가 해야 될 소임이 아닌가, 우리 사찰의 기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연스님은 “스님들이 신도들과 수행공동체로서, 스승으로서 먼저 본을 보이고, 아끼고 사랑하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가르침을 따르는 승려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덕사 개요
덕사는 언제 누구에 의래 건립되었는지 전하는 문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창건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 때 창건되었고, 이후 조선 전기 무학대사에 중창해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경내에 있는 비석에 의하면 1816년(순조 16) 장옥 승려가 중창했고, 1972년 정용산 승려가 주석한 뒤 1977년 영산전(現 영산보전)을 단청했으며, 1978년 명부전을 단청하고 시왕상을 개금했다고 한다.


가람 구성은 주전각인 영산보전을 비롯해 명부전과 범종각, 요사 2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산보전과 내부에 봉안된 석가불,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16나한상 등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9호로 지정되어 있고, 명부전에 봉안되어 있는 석조지장삼존상, 시왕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불상들은 1678년(숙종 4)에 조성된 것으로 원래 인근 화악산 천주사에 봉안되었던 것인데 덕사로 이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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