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블랙코미디 ‘남북 무관중 축구경기’

노금종 발행인 / 기사승인 : 2019-10-18 2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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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금종 발행인
[일요주간 = 노금종 발행인]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자 축구대표팀의 남북대결에서 릴레이 문자중계, 무관중 경기는 두고두고 뒷말을 남기고 있다. 외신은 “그야말로 희한한 경기를 치렀다. 21세기에 축구를 문자로 봤다. 웃지 못 할 세기의 코미디”란 반응들이 연거푸 쏟아졌다.


한국은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에서 4장의 옐로카드가 나왔고, 감정싸움도 한 차례 벌어졌다. 불상사를 우려하여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은 안전요원까지 배치했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자 국가 대표팀간 남북전은 국내 축구팬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었지만, 한국 취재진의 방북이 무산된 데 이어 경기가 생중계되지도 않았고, 녹화중계까지 무산된 상태이다.


이는 한마디로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북한은 어떤 명분에서든 스포츠를 정치판에 끌어들었다는 맹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8일 최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이 관중도, 생중계도 없이 열린 상황에 대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평양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대답했다.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북한과의 축구 경기가 매끄럽게 열리지 못한 것에 사과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감에서 “응원단도 못 가고 중계방송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북한축구협회 협조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유감을 전하고, 경기운영 관련 조항을 어긴 데 따른 징계 등 재발방지 노력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냈다고 밝힌다. AFC 경기운영 매뉴얼엔 ‘홈경기 개최국에서는 경기를 위해 방문하는 팀 인원 및 미디어‧응원단 등에 대해 어떠한 차별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경기를 직접 관람한 잔니 인판티노 FIF 회장도 FIFA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관중석이 가득 찰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면서 “경기 생중계와 비자 발급 문제, 외신 기자들의 접근 등에 관한 여러 딜레마를 알고 놀랐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명백히 가장 중요한 가치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날 북한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수령우상화 작업을 언급하면서 “지난 13일은 북한의 체육절이다. 만약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에 똥칠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북한이 홈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는의혹에 신빙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무관중 경기가 이번 첫 사례는 아니다. 북한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이란전에서 관중 소요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다음 경기인 일본전은 무관중으로 치렀다.


내년 북한 축구대표팀 방한은 지난 2009년 4월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1년 만이 될 전망이다. 선수단 이동경로 외에도 북한 취재진이나 응원단의 방한 여부, 숙소 배정 등의 문제는 모두 한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올해 남북관계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며 수차례 연기된 제6회 남북국제유소년축구대회 개최를 위한 북측과의 실무 접촉이 이번 주 중 이뤄진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지역 예선이 무관중 무중계 경기로 치러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국제유소년축구대회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떤 경우에서든 스포츠를 남북대화에 연계시키는 북한의 비열한 행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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