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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지난 2일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이하 현대·기아차)이 ‘연비과장’ 문제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안을 내놓으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문제가 된 현대·기아차 13개 차종에 대해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연비과장’이 급발진 사고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으며 손실을 안았던 ‘도요타 사태’와 비교하는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이 확대된 자동차 시장에 놓일 급한 불은 일단 껐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그간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들이 제기해온 배기가스 실내 유입, 급발진, 센서 인식 불량 등의 문제에 ‘리콜’은 고사하고 수리를 원하는 소비자에 한해서 조치하는 등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환경보호국(EPA) 법규 위반으로 ‘연비과장’의 피해를 입은 북미시장 소비자들에 약 1,000억 원 가량의 보상금 지급을 약속했다. 줄 잇는 소송의 확산을 방지하고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 판매량 감소에 대한 대책이라지만 현대·기아차의 적극적인 태도에 국내 소비자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엔 쩔쩔 , 국내 소비자는 봉?
이번 미국 EPA에 문제시 된 내용을 살펴보면 연비 산정의 중요 변수로 알려진 ‘저항계수 산출법’이다. 해당 산출법은 주로 엔진 예열 시간 및 외부 온도, 실험 도로 등 세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기준을 예열 시간은 ‘짧은 시간’, 외부온도는 ‘화씨 41~95도’, 실험 도로는 ‘평탄한 도로’로 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의 조건에 ‘1시간’, ‘화씨 65~85도’, ‘아스팔트 도로’로 적용해 일단 해당 가이드라인은 충족했다. 하지만 EPA는 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고려, 더욱 소비자들의 체감 연비가 가까워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적을 받은 차량을 소유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보상 대책 차종은 물론 보상 방식을 안내하는 별도의 누리집까지 제작하는 등의 친절함을 베풀고 있다.
물론 대응 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의 일례를 살펴보면 상반된 대응이 눈에 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그랜저HG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 사건이 터진 지난해 겨울에도 “안전에는 이상 무”라며 무상 수리 이외에 보상 계획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현대차 투산2.0과 기아차 스포티지2.0 차량에서 질소산화물이 허용 기준치 대비 20% 가량 초과한 부분도 적발된 바 있다. 특히 이들 차량은 고속 주행 시 출력 및 가속을 높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배출 통계 장치인 재순환장치(EGR)의 작동 축소를 고의로 조작해놓은 것도 알려져 경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를 문제 삼자 그나마 강제성이 약한 ‘자발적 리콜’이라는 미미한 결정을 내렸고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한 수리 결과 및 진행 접수 사항 등을 미공개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결국 해당 차량 소유 소비자들은 관련 불량으로 ‘호흡 곤란’ 등의 불편함을 겪었음에도 보상조차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유사휘발유를 주유한 기아차 K5 차량에서 연료량 측정센서인 ‘연료센더’ 부품에 장애가 발생해 주유시기를 놓쳐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기아차에 해당 부품 교체를 권고했다(본지 374호). 그러나 기아차는 연료장치 이상이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결함임에도 불구하고 ‘리콜’이 아닌 ‘부품교체’를 통보했다. 또한 수리를 원하는 소비자에 한해서만 수리를 해주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키로 했다. 이렇듯 현대차그룹의 안일한 대처를 놓고 소비자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 역시 나온 바 있다.
결국 국내에서도 똑같이 ‘연비 과장’ 등의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대응 한 것처럼 보상 받기란 쉽지 않다는 결론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의 ‘집단소송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보상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보다 해외 소비자를 우선시 하는 우스꽝스러운 대응방식을 손 놓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제조사 중심으로 법적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대처가 소홀해왔다”며 “완성차 업계가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하루빨리 나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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