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영혼을 부여하듯, 감정과 사유가 흐르는 옷을 꿈꾸는 박에스더의 비전 주목
▲패션 디자이너 박에스더. |
[일요주간 = 김상영 기자] Kubek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에스더는 감정과 기억, 변화의 서사를 옷에 담아내는 내러티브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KOZABURO와 Marchesa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왔다. 그녀는 ‘Shy Rebellion’ 같은 감성적 주제를 패션 언어로 풀어내고, 부석 에나멜 비딩 기법 및 전통 소재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동서양의 미학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Kubeko를 내러티브 중심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그녀는, 향후 컬렉션과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과 지속가능한 감성을 세계 무대에 펼칠 예정이다.
다음은 박에스더와의 일문일답.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디자인 철학을 말씀해주세요.
A. 저는 패션 디자이너 박에스더이고, 앞으로 Kubek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될 예정입니다. 제 디자인 철학은 상징적인 디테일, 감정적 스토리텔링, 혁신적인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내러티브 중심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옷은 감정과 기억, 변화를 담아내는 서사의 매개체이며, 사람들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어야 합니다.”
Q. 글로벌 플랫폼 NJAL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로 선정되셨는데,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이 본인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NJAL(Not Just A Label)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로 선정된 것은 제게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었고, 패션이 국경과 문화적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어요.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다 보니 개인적인 서사와 보편적인 공감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됐어요. 전 세계의 디자이너, 에디터,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이 어떻게 다른 문화권에서도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되었죠.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제 디자인에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유연하게 통합하는 방법을 익혔고, 동시에 저만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MUSE Design Awards에서 4개 부문 수상, A’ Design Award 파이널리스트 등 외부 평가를 받으셨는데, 이러한 수상이 본인의 디자인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Raised by a swan”은 MUSE Design Awards 와 A’ Design Award에서 수상받게 되었어요. 사실 이런 수상들이 제 디자인 자체의 방향을 바꾸진 않았어요.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제 존재감을 확립하는 데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MUSE Design Awards와 A’ Design Award 모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이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무대에서 제 작업이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작업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MUSE Design Awards는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12,000건 이상의 출품작이 접수되는 대규모 시상식이에요. 심사위원단 역시 세계적인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Alexander Wang, COACH, Kate Spade에서 활동한 디자이너 Di Gao, 그리고 Anna Sui, Marc Jacobs, Louis Vuitton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Shuang(Shaly) Guo 등 다양한 패션 리더들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런 심사위원들에게 제 작업이 평가받고 인정받았다는 것은, 제가 단순히 한 지역에 국한된 디자이너가 아니라 국제 패션 무대에서 주목받는 창작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또,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패션의 흐름 속에서 제 목소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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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디자이너 박에스더. |
Q. Vogue, Hypebeast 등에서 소개된 주요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요?
A.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KOZABURO의 Phantom Ranch PRM Hats 프로젝트로, Hypebeast에 소개되며 동시대 패션 문화 속에서 혁신성과 시의성을 인정받았어요.
두 번째는 Marchesa 2024 FW 컬렉션의 Look 13인데, Vogue Runway에서 “폭풍운을 연상시키는 프린트의 플로팅한 실루엣”이라 평가되며 주목받았어요. 두 작업 모두 저의 실험성과 장인정신, 그리고 감정적 서사를 시각화하는 능력을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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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chesa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 룩 13. (사진=박에스더 제공) |
Q. 동양적 미학을 디자인에 통합하여 어떤 성과를 내셨나요?
A. 동양적 감성은 제 정체성의 일부라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예컨대 “Raised by a Swan”에서는 모시 원단과 화투에서 영감을 받은 카드를 활용해 감정적 서사를 구축했고, KOZABURO PRM Hats 프로젝트에서는 킨츠기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빈티지 모자를 재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해당 디자인을 Travis Scott의 Cactus Jack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했으며, 출시된 제품은 몇 주 만에 완판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패션 아이콘이자 Rick Owens 공동 설립자인 Michelle Lamy가 이 제품을 좋아해 꾸준히 착용해 주시면서 컬렉션의 상징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동양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접근은 KOZABURO SS24 “Land of the Setting Sun” 컬렉션에서도 반영되었고, 해당 컬렉션은 뉴욕 패션위크에서 선보이며 Vogue와 WWD 등 주요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국제적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Q.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본인의 역할과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디자인 언어를 동서양 미학과 기술로 유연하게 확장하는 데 강점이 있어요. CFDA/Vogue Fashion Fund에서는 KOZABURO의 컬렉션 제작을 위한 패턴, 샘플, 친환경 소재 개발 등을 주도했고, PRM Hats는 Travis Scott 브랜드와의 협업 맥락에서 활용됐죠. 실무에선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팀워크와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 Kubeko “Crying Boy” 컬렉션 룩북 / 스타일. (사진=박에스더 제공) |
Q. Kubeko의 포토슛 디렉션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건 컬렉션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관성이에요. “Crying Boy”에선 꽃, 종이학, 물고기 조형물 등 소품을 은유적 장치로 활용했어요. 모든 소품을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고, 종이 마셰 기법으로 질감을 통일시켜 컬렉션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죠.
Q.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성장을 가장 크게 이끈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A. KOZABURO의 SS24 컬렉션과 Kubeko의 “Crying Boy”가 가장 큰 전환점이었어요. 아이디어 단계부터 디자인, 제작, 커뮤니케이션까지 전체 사이클을 경험하며, 패션이 단순한 옷이 아닌 감정을 담은 세계라는 걸 체득했죠. 이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기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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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ZABURO의 ‘팬텀 랜치 프리미엄 모자’ 컬렉션. (사진=박에스더 제공) |
Q. 마지막으로, 당신의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옷은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옷이 누군가에게 “이건 나만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깊은 연결을 만드는 서사의 매개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 Kubeko에서 어떤 역할을 하실 예정인가요?
A. 저는 컬렉션의 콘셉트부터 최종 실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합니다. 다가올 2026 컬렉션뿐만 아니라 Charles & Keith와의 협업, DAZED 포토슛, Perfume Who와의 라이프스타일 라인 확장도 진행 중이에요. 또한 Paris Fashion Week 쇼룸과 L.E.R LA 쇼룸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Free Agency New York과 Komune 뉴욕 편집숍에도 스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ubeko를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서사와 감정을 나누는 내러티브 중심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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