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이정미 기자]간통죄로 기소할 경우 간음행위는 날짜가 특정돼야 유죄가 인정되지만, 다른 정황에 의해 간통을 알 수 있다면 장소를 몰라 특정되지 않아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부녀 A(42,여)씨는 B(40)씨와 2008년 6월 2일과 4일 2차례 부산 엄궁동에 있는 모텔 등에서 간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또 “A씨와 B씨는 2008년 5월 11일경부터 5월 17일경까지, 2008년 11월 14일 부산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5회 성교해 간통했다”는 혐의도 함께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은 A씨와 B씨의 2008년 5월과 11월의 간통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고, 6월의 간통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특정 방법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말하는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밝히는 정도의 기재를 요하고, 범죄사실의 세 가지 특정 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결국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한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므로 공소사실은 세 가지 특정 요소를 종합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부산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의 공소사실은 단지 추상적인 범죄구성요건의 문구만을 적시한 것에 불과할 뿐, 간통죄로서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해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2010도11274)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수회에 걸쳐 간통한 혐의로 기소된 A(42,여)씨와 B(40)씨에 대해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간통죄는 각 성교행위마다 1개의 간통죄가 성립하므로 각 간음행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해 다른 사실과 구별이 가능하도록 공소사실에 기재해야 함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특정요소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해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2008년 5월11일경부터 17일경까지 부산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4회에 걸쳐 성교해 간통했다’는 공소사실은 4회의 간음행위가 날짜별로 구분되지 않고 날짜별 횟수도 나타나 있지 않는 등 개개의 간음행위가 서로 구별되지 않아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특정된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기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간통행위는 당사자 사이에 비밀리에 행해져 제3자가 범행 장소를 알아내기 곤란하므로, 범행 장소를 ‘부산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으로 기재했다고 하더라도, 검사는 A씨의 이메일 내용을 토대로 간음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했으므로, 범행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추상적인 범죄구성요건의 문구만을 적시한 것일 뿐, 간통죄로서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기재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봐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